추억을 이어받은 카메라.
약 1년 전부터 필름 카메라에 관심이 생겼다.
그 사이 나에게 맞는 카메라를 찾기 위해 필름 카메라 여러개를 샀다가 다시 되팔기도 했다.
필름 카메라는 새 상품이 나오는 게 힘들기 때문에 대부분 중고를 구매한다.
그중에서도 상태가 양호한 놈으로 고르는 게 보통일이 아니다.
중고 카메라를 사게 되면 쓰던이의 추억도 같이 받는 기분이 든다.
카메라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쳤을까,
얼마나 많은 순간을 담았을까,
이 카메라로 사진 찍던 이들의 표정은 어땠을까,
어떤 이유로 이 카메라를 다시 팔았을까.
공정한 값을 지불하고 내 것이 되었지만 도저히 함부로 할 수가 없다.
저번 주말에는 할머니 댁에 갔다가 우연히 할아버지의 필름 카메라를 발견했다.
종종 '장롱 속에서 나온 아버지의 카메라'라는 레퍼토리와 함께 필름 카메라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봐왔다.
우리 집엔 그런 레퍼토리는 없는 줄 알았는데...
종종 할아버지가 여행 가실 때 가져가시던 필름 카메라가 아주 최상의 상태로 집에 보관되어있었다.
할머니에게 "할머니, 이거 내가 가져가도 돼?"라고 묻자
"그럼! 할아버지 그거 쓰지도 않아."라고 손녀에게 카메라를 쥐어 주셨다.
옆에 계시던 아빠는 "할아버지가 그거 쓸 줄이나 아시겠냐." 라며 관심 없다는 말투로 가져가라 하셨다.
필름통을 열어보니 필름이 끼워져 있는 카메라였다.
과거의 할아버지는 분명 이 카메라를 자주 사용하셨을 것이다.
할아버지의 방에는 몇십 년 전 찍은 필름 사진들이 곳곳에 꽂혀있었다.
할아버지처럼 카메라 가방도 세월의 흔적이 보이지만 먼지만 닦아내면 전혀 손색없는 카메라였고,
이렇게 썩히기엔 아까워 조용히 카메라를 챙겼다.
뷰파인더 속의 모습은 할아버지가 보았던 세상과는 많이 다르지만
순간을 담으려고 하는 그 마음과 할아버지의 추억도 같이 물려받는 기분이어서 기분이 참 묘하다.
소중히 다루며 많은 사진을 남겨야겠다. 그리고 내가 할머니가 될 때까지 카메라를 꼭 간직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