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딸과 엄마의 유럽 여행기 Ep.2
2개월 전에 미리 예약해둔 패키지 출발 날짜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늘 그렇듯, 패키지 상품에는 다수의 선택관광 리스트가 써져있었는데 사실 엄마와 나는 출발하기 몇 주 전에 참여하지 않을 선택관광을 미리 정해놨었다.
리스트에 있는 선택관광을 다 하는 건 불필요하게 느껴졌고, 조금이라도 엄마와의 자유시간을 만들고 싶었던 마음에서였다.
비슷한 루트의 여행상품들이 많기에 해당 선택관광을 체험한 블로그 후기들을 찾아봤다.
하기를 잘했다는 관광도 있었고, 굳이 추천하지 않는다는 관광도 있었다.
다양한 후기를 참고하여 4개 정도는 하지 말자고 엄마와 이야기를 했다. (근데 결국 1개 빼고 다했다는 이야기는 다음 글에...)
드디어 여행 전날 밤, 엄마와 나는 캐리어를 나란히 펼쳐두고 숙소에서 먹을 컵라면과 김치, 이동버스에서 먹을 주전부리들, 비상약들을 함께 담으며 꽤나 분주했다.
이동할 때 무거우니 짐을 최소화 하자는 딸과, 혹시 모르니 이것저것 챙겨야 한다는 엄마.
짐을 더하고 빼는 일을 몇 번이나 하고 난 뒤에야 모녀의 짐 싸기는 끝이 났다. 드디어 출발이다.
우리의 여행 패키지는 독일에 밤 비행기로 도착하여 오스트리아 - 슬로베니아 - 크로아티아 - 오스트리아 - 체코 루트를 도는 4국 9일 패키지였다. 크로아티아 대신 헝가리를 가는 상품도 있었는데, 이미 작년에 헝가리를 다녀온 나는 헝가리보다는 크로아티아를 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헝가리가 아닌 크로아티아가 들어가 있는 상품을 택했다.
인천에서 독일까지 12시간 정도가 걸리는데 여행 출발 1주일 전부터 허리가 안 좋다는 엄마의 말을 듣고
장기간 비행은 처음인 엄마가 견디질 못하실까 봐 걱정이 컸다. 더군다나 이코노미 좌석이라 편한 좌석도 아닐 테니 여행 시작도 전에 몸이 힘드시면 어쩌나 싶었다.
비행하는 내내 엄마에게 "엄마 괜찮아?"라고 자꾸 물었고 엄마는 "응~ 괜찮아" 라며 앓는 소리 한 번을 안 내셨다.
걱정이 무색할 만큼 엄마는 기내에서 영화도 잘 보시고, 기내식도 잘 드시고, 잘 주무셨다. 오히려 나보다 더....
긴 비행 끝에 드디어 독일에 도착했다. 독일에서는 관광은 안 하고 하룻밤 자고 바로 오스트리아로 넘어가는 스케줄이어서 아쉬웠지만 그래도 공기라도 맡아보고 떠나서 좋았다.
예상보다 너무 쌀쌀해서 외투라곤 가을 코트 하나 챙겨 온 게 너무 후회됐다. 엄마 말 들을걸...
"엄마, 드디어 우리가 유럽 땅을 밟았어!"
난 유럽여행이 처음이 아닌데도 엄마와 함께 이곳에 왔다는 사실에 들떠있었고, 엄마의 얼굴에도 설렘이 가득했다.
엄마, 우리 한 순간도 놓치지 말고 담아가자.
그렇게 유럽여행의 첫 번째 날이 무사히 지나갔다.
셋째 딸과 엄마의 유럽 여행기 Ep.1- 엄마, 우리 유럽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