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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un Jul 03. 2020

유럽에서 엄마가 사준 커피

셋째 딸과 엄마의 유럽 여행기 Ep.3

셋째 딸과 엄마의 유럽 여행기 Ep.1패

패키지여행 속에서 자유여행 만들기


엄마와의 유럽여행을 결심했을 때, 꼭 유럽거리 카페에서 여유롭게 커피 한잔하는 시간을 만들어주리라 다짐했었다.

요즘은 패키지여행상품이 많이 느슨해졌다지만 개인적으로 카페에서 커피 한잔 할 여유는 찾기가 힘들다. 그래서 떠나기 전에 패키지의 선택관광 리스트를 보며 관광 대신 자유시간으로 대체할 수 있는 것들을 걸러냈다.

여행사가 달라도 선택관광 종류는 대부분 비슷하기 때문에 다른 여행자들의 블로그 후기들을 볼 수가 있었고, 그 중 체력소모가 크거나 비용에 비해 감흥이 없거나 종류가 겹치는 관광은 빼기로 했다. (계속되는 관광에 다리에 무리가 오는 관광이나, 성 투어는 굳이 여러 개 할 필요가 없겠다고 판단해서 작은 성 투어들은 패스하기로 했다.)



바로 이런 뷰를 보고 싶었어....


우린 슬로베니아의 수도인 류블랴나에서 관광 대신 자유시간을 갖기로 결정했고, 그곳에서 뭘 구경할 수 있을지 찾아봤다. 드디어 류블랴나에 도착했을 땐 빨리 자유시간을 갖고 싶어 다른 팀원들이 관광하러 가기만을 기다렸다.

나중에 모일 집합장소와 시간을 정하고 가이드님과 팀원들이 떠나자마자 우린 자유롭게 류블랴나의 거리를 걸었다.

한국에선 볼 수 없었던 유럽 사람들이 테라스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식사를 하는 모습, 가족들이 함께 자전거를 타며 시간을 보내는 모습, 마켓에서 물건을 판매하고 구매하는 모습 등.. 이 도시 사람들이 사는 냄새를 잠시나마 느끼고 싶었고, 그걸 엄마에게도 보여주고 싶었다.

항상 가이드님 설명을 듣느라, 팀원들 따라가느라 정신없이 지나가기 바빴던 거리들을 천천히 구경하며 느낄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

1시간 정도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목도 축일 겸 우리 모녀는 카페에 들어가기로 했다.

드디어 유럽에서 엄마와 커피를 마시는 시간이 오다니!





'커피 한잔 정도는 엄마가 사줄게'


카페에 들어서며 엄마가 말했다.

여행기간 동안 한 번도 지갑을 열지 않았던 엄마가 처음으로 지갑을 꺼내는 순간이다.

사실 유럽여행을 떠나기 직전 집안 경제사정이 안 좋아져서 웃으며 떠나기가 힘들었던 상황이었고, 엄마는 말 그대로 땡전 한 푼 안 들고 여행을 떠나셨다. 모든 비용이 딸 주머니에서 나가니 커피 한 잔 정도는 본인이 사주고 싶으셨을 지도...
참고로 동유럽 커피값은 한국과 비슷하거나 조금 더 저렴한 정도여서 엄마도 나도 부담이 없었다.

메뉴판을 한참 보다가 엄마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나는 달달한 아포가토를 시켰다.
우리 모녀는 커피를 홀짝홀짝 마시며 창 밖에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찍었던 사진을 확인하며 웃고, 지난 일정과 다음 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사실 이때 마셨던 커피맛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우리 모녀에겐 커피맛과 향 대신, 류블랴나의 한 카페에서 나눴던 대화와 창 밖 풍경들이 더 달콤하고 진하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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