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취향은요?
취향 :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또는 그런 경향.
어른이 되면서 바뀔 줄 알았던 내 취향은 더 뚜렷해지고 짙어졌다.
나는 여전히 같은 것을 볼 때 설레고, 손이 가고, 눈길이 간다.
누군가에게 '난 이런 것을 좋아해요, 제 취향은 그래요.'라고 문장으로 말할 수 있음에 기쁨을 느낀다.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내가 좋아하던 것들을 찾으며, 나만의 취향으로 만들어가는 그런 소소한 부분에서 자신감을 갖는다. 생산적인 것이 아닐지라도 누군가에게 나의 취향에 대해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자신감.
그 취향을 오랜 시간 동안 변함없이 간직해온 나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랄까.
초등학교 때는 일회용 카메라를 들고 친구들 사진 찍어주길 좋아했고, 중학교 때도 친구들과 놀러 가는 날이면 사진담당은 늘 나였다. 남는 건 사진뿐이라며 소중한 순간들을 사진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었는데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다.
'오늘도 카메라야? 그만 찍어!' 라며 이해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던 친구들도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니 남는 건 사진뿐이라며 내가 찍어준 사진들을 보며 그 시절을 회상하는 시간을 갖는다.
성인이 돼서는 피사체를 조금 바꿨는데, 살면서 못 봤던 풍경이나 세상을 담기 시작했다.
평소엔 별거 아니라고 눈길조차 안 주고 지나치던 풍경이나, 특별한 계기가 아니면 보지 못할 풍경과 순간들. 평범함을 특별함으로 바꾸는 연습을 하고 있다. 쉬는 날이면 어김없이 카메라를 들고 무작정 떠난다.
중학교 때부터 사용한 다이어리들을 모아 두고 있다. 다시 보면 오글거리는 문장들도 있고, 친구들과 맛있는 걸 먹은 하루를 적어둔 귀여운 일기도 있고, 눈물 흘린 하루를 적어둔 날들도 있다.
그때의 감정으로만 표현할 수 있는 그런 말들과 생각들, 작은 파도에도 휘몰아치던 어린날의 수많은 밤들이 그곳에 담겨있다.
일기를 쓴다는 것은 누구도 보지 않을 책에 헌신할 만큼 자신의 삶이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한다.
꼭 특별한 날이 아니었을지라도 종이에 꾹꾹 눌러 담을 만큼 나에겐 소중하고 가치 있는 하루인 것이다.
지금도 여전히 다이어리에 일기를 적고, 이젠 더 구체적으로 생각을 적는 노트도 생겼다.
그 노트에는 누군가에게 보여주지 않는 나의 감정과 생각들이 담겨있다. 문득 들었던 생각을 적기도 하고, 경험을 통해 느낀 점들을 적기도 하고... 어떤 주제에 대한 내 생각을 적기도 한다. 글을 쓴다는 건 내 생각을 더 견고하게 만들어주는 것이고, 누구도 써주지 않을 나의 기록이다.
수동 필름 카메라, 다시 나오지 않을 오래된 빈티지 컵, 오래된 허름한 간판, 옛 정취가 느껴지는 다방, LP판, 비디오 캠코더...
내가 유독 보면 환장하는 그런 것들. 이런 나의 취향을 아는 지인들은 '이거 뭔가 너 스타일이야', '이거 네가 좋아할 것 같아' 라며 보여주곤 한다. 조금 투박하고 세련되지 않아도, 손이 더 가는 그런 빈티지한 것들이 좋다.
이젠 일부러 만들지 않는 이상 보기도 힘든 그런 것들... 발견할 때마다 하나하나 수집하는 게 일상이 되었다.
이런 취향들이 하나 둘 모여 나라는 사람의 색을 만든다. 누군가 나를 떠올리면 '아 저 사람은 이런 걸 좋아했더랬지. 이런 사람이었어.'라고 떠올릴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된다.
이제는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물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