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과 50대의 정치 DNA
‘낀 세대’라는 말 대신 '낀 힘'을 가진 세대라고 감히 자부하는 우리 50대는 대부분 정치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아침을 '정치 미슐랭 맛집' 같은 유튜브 뉴스 콘텐츠로 시작하고, 퇴근 후엔 지상파 메인 뉴스를 챙겨 보는 것이 일과가 된 지 오래다. 이쯤 되면 정치 중독이라 해도 할 말이 없다.
나의 정치적 관심과 각성이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정확히 짚어내기란 어렵다. 누군가 억지로 주입한 것도 아니건만, 짧지 않은 삶의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이제는 하루라도 관심을 끊을 수 없는 영역이 되어버렸다. 덕분에 현재 한국에서 영향력 있다는 뉴스 채널들은 웬만하면 구독하거나 알고 있고, 오늘의 정치권 이슈가 무엇이고 어떤 패널들이 나와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유튜브 썸네일만 봐도 척! 하고 짐작할 정도가 되었다.
얼마 전, 한국인이라면 평생 잊지 못할 그날 밤이 있었다. 12월 3일 밤.
자기 전 습관처럼 손에 든 스마트폰으로 그야말로 가슴 철렁했던 순간을 맞이했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 온몸이 덜덜 떨리는 와중에도 놀랍게도 내 머릿속에선 냉정한 분석 회로가 돌아가는 것을 느꼈다.
하필 왜 지금, 오늘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그는 굳이 왜 이런 위험한 선택을 감행해야만 했는지.
그동안 시사 프로그램에서 주워들은 내용들로 이유를 유추해 보았고, 내일부터의 세상이 어떻게 달라질지 나름대로 전망해보기도 했다. 그동안 한국을 들썩이게 했던 모 정치 브로커와 최고 권력자 간의 거래, 최근 그들을 옥죄어 오던 언론과 수사의 압박, 그리고 그날 오전에 있었던 모 유튜브 언론 매체에 대한 압수 수색 뉴스까지. 머릿속에 옛날 영화 필름처럼 '차르르' 돌아가면서 얼추 그럴만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두려움을 호소하며 전화한 딸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별일 없을 거라고 애써 안심을 시키고 나서도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나는 국회의원도, 기자도 아니었고 수도권에 살지도 않는 지방민이었기에 어디로 달려갈 곳도 없었다. 그렇다고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그 시간에 편의점에 달려가 비상식량을 사재기하는 약삭빠른 이기주의자가 되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내일 출근은 해야 할 거 같은 마음에 수면제 한 알을 먹고 좀처럼 오지 않는 잠을 청할 수밖에.
다음 날 아침, 세상은 지난밤의 일이 꿈이었던 것처럼 평온해 보였지만, 그 이후 전개된 일련의 사건들은 한국 사회를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거리에는 <다시 만난 세계>가 목놓아 울려 퍼졌다. 헌정 사상 두 번째 현직 대통령 탄핵을 이루어냈고,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았던 도시 빈민 출신의 천재 행정가를 대통령으로 선출했으며, 굽이굽이 암초가 있지만 꾸역꾸역 현 기득권층이 총집결한 내란을 청산해 가는 중에 있다.
그런 버라이어티 한 세상을 매일매일 경험하며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졌다.
내 안에 내재된 정치적 경험들은 무엇일까?
몇 단계의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하고, 돈을 벌고,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는 이 모든 삶의 과정에서, 나는 '내가 내 삶을 결정했다'라고 믿고 있지만, 사실 당시의 정치적으로 규정지어진 시스템 안에서 이루어진 것은 아닐까? 세금, 육아, 주택, 교육, 환경 등등 모든 요인에서 공동체의 삶의 질을 결정하고 영향을 미치는 것은 크게 보면 정책이고, 그 정책의 결정들을 대신할 대리자를 우리는 투표를 통해 결정한다. 이것이 바로 대의민주주의의 기본이다.
물론 이러한 각성이 언제부터 내 안에 자리 잡았는지 모르지만, 요즈음의 **'어이없는 뉴스들'**을 볼 때마다 우리 공동체의 생존, 더 나아가 발전을 위해 정치적 선택과 결정이 얼마나 치명적으로 중요한지 절감하게 된다.
이제는 분리할 수 없는 정치적 관심과 나의 연결고리.
그 인연의 시작과 이어짐을 밝혀보고 싶은 강한 욕구? 열망?
문득 생겨난 나의 이런 '감정의 쓰나미'가 이 글들을 쓰게 만들었다.
이제부터 나의 어린 시절부터의 성장 과정을 되짚어보며, 내가 스스로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았거나 경험했던 사건들을 '어쩌다 정치키드'라는 이름으로 서술해보고자 한다. 내 인생에서 정치적인 이슈들이 어떻게 기능했고, 지금의 진보적 지식인??으로 나를 만들어냈는지, 그 과정을 당신과 함께 나누고 싶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