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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썬즈 Dec 10. 2021

핸디캡은 나의 힘


“비전공자인데, 이런 거 할 수 있겠어요?”



모션그래픽 디자이너로서 시작한 첫 면접. 제일 두려워하던 순간이 다가왔다. 유튜브 튜토리얼을 보며 한 땀 한 땀 영상을 만들었던 내가 모션그래픽이라는 분야를 접하고 꿈꾸게 되면서 가장 마주하기 힘들었던 네 글자, 비전공자.


 





난 미대생도 아니었고, 입시 미술은 더더욱 한 적이 없었다. 처음 모션그래픽을 시작했던 10년 전만 해도 유튜브엔 지금과 같이 한국어로 된 튜토리얼도 많이 없어서 맨땅에 헤딩하는 수준이었다. 더더군다나 지방에서 혼자 공부한다는 불안감에 잔뜩 휩싸여 있었다. 국비 학원에 문을 두드려보기도 했지만 그럴듯한 수확은 없었다. 스킬 적인 건 혼자서 얼마나 연습하고 시도해보느냐가 관건이었고 오히려 디자인 감각적인 부분이 더 중요했다. 비전공자인데 그 감각적인 부분을 내가 과연 충족할 수 있을까. 걱정은 계속되었다.




유명한 모션그래픽 카페의 최근 글은 죄다 읽어보고, 눈에 보이는 튜토리얼을 내 것으로 소화하기 위해 예제는 다 만들어보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운 좋게 영상 관련 아르바이트도 시작하게 되었고, 그렇게 한 발짝씩 모션그래픽 디자이너를 향해 다가갔다.





잠시 학원에 다니던 시절 알게 된 선생님으로부터 면접 제의가 들어왔다. 선생님이 예전에 근무하던 곳인데, 신입 모션그래픽 디자이너를 찾고 있다고 했다. 나 정도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추천하며 알려주신 곳이었다. 그렇지만 포트폴리오도 아직 내 기준만큼 완성하지 못했었고, 면접 경험이 현저하게 적었던 상태라 과연 내가 통과할 수 있을까 겁이 났었다. 그래도 이런 기회를 놓칠 순 없었다. 같은 분야는 아니지만, 사회생활하고 있던 선배님들에게 연락해서 면접 조언도 구해보고, 여태까지 해왔던 작업물을 최대한 깔끔하게 정리해서 보내기도 했다.




면접 당일에는 예상 질문 리스트를 몇 개 준비해 갔다. 회사 업무와 개인적인 일이 겹칠  때 어떻게 할 것인지, 협업을 하게 될 때 의사소통을 어떻게 할 것인지 나름대로 답안을 준비했다. 가장 마주치고 싶지 않았던 건 비전공자라는 꼬리표.




아니나 다를까. 예상했던 질문이 떡하니 나와버렸다. 눈앞이 새하얘졌다. 내가 아무리 비전공자이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열심히 노력할 동기부여가 된다고 말한 들, 당장 이 자리에서 그것을 면접관들에게 증명해 낼 수 있을까. 그들에게 공수표만 날리게 되는 건 아닐지 두려웠다.






“비전공자라는 핸디캡을 발판 삼아

오히려 저의 강점으로 만들겠습니다.”






두려워도 어쩌랴. 나에겐 이 면접의 기회가 정말 간절했다. 나의 핸디캡을 극복하겠노라고, 행동으로 결과로 증명해 보이겠노라고 면접관들에게 적극적으로 어필했다.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해 간 포트폴리오와 나의 절실한 눈빛이 그들에게 가능의 실마리를 제공했는지 무사히 면접에 통과했다.







그날의 기억이 아직 생생한데, 어느덧 모션그래픽 디자이너 9년 차가 되었다. 이후, 비전공자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현재까지도 끊임없는 노력 중이다. 디자인 실력을 기르기 위해 스터디도 하고, 서울에 갈 기회가 생기면 어떻게 해서든 전시라도 보고 감각을 기르기 위해 애쓰고 있다.




혹자는 말한다. 실무에 10년 가까이 근무했으면 이제는 비전공자라는 딱지는 떼어도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내 마음 한구석에는 늘 비전공자라는 타이틀이 존재한다. 그날 그때 간절했던 마음들을 잊지 않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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