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자릿수 덧셈 앞의 눈물

by 슬기로운 생활

누군가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냐고 묻는다면 No!

난 별로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그 공부를 다시 다 해야 하고, 학교도 다닐 생각을 하면 답답하고 갑갑하다.

대학 시절 원 없이 즐겁게 보냈지만 다시 공부하고 싶진 않다.

어렸을 때는 더더욱 갑갑하다.

모르는 문제도 풀어야 하고 숙제도 있었다.

고3 때는 일요일도 학교에 가야 했다.

그에 비하면 지금은 출근에 대한 책임, 인생에 대한 책임을 지지만 자유롭다.

초등학교 4학년 때인가.

지금은 교육과정이 달라졌고, 조기 교육도 활발해져서 더 빠를 수도 있지만 내 학창 시절 때는 세 자릿수 덧셈을 4학년 때쯤 배웠다.

‘134+324=’과 같은 세 자릿수끼리의 덧셈.

지금은 뭐 부담 없이 계산할 수 있지만.

그 나이에 이 덧셈은 너무 어려웠다.

하나하나 하는 것도 버거운데 숙제로 한 20개 계산하는 문제가 주어졌다.

하나만 하려 해도 힘든데 20개나 하라니.

이 숙제 앞에서 나는 울어버렸다.

너무 갑갑했다.

너무 어려웠다.

못할 것 같았다.

내가 넘어야 할 산이 너무 커 보였다.

숙제를 안 해갈 수도 있고, 아무 숫자나 끄적여서 갈 수도 있었겠지만,

또 내 성격상 그렇게 쉽게 넘어갈 수 없었다.

숙제를 받았기에 어쨌든 해야 했다.

근데 못하겠고 어렵기에 그 어린 눈에 눈물만 나왔다.

그날 마침 영어 학습지 선생님이 오신 날이었는데 내가 울자(학습지 검사 맡기 전에 울었는지 다 끝나고 엄마랑 상담하시는 동안 내가 울었는지는 모르겠다.) 선생님이 왜 그러냐고 물으셨고 나는 숙제가 너무 어려워서 운다고 말했다.

그러자 선생님이 (이 선생님은 영어 선생님이다.) 하나씩 봐주셨다.

한 문제를 낑낑대면서 풀었다.

그리고 또 한 문제 풀어보았다.

그렇게 풀어보니 할 만했다.

그 어려운 걸 한꺼번에 하려고 했으니 너무 두려웠던 거였다.

‘이걸 언제 다 해.’

‘할 수 있나.’

그 산이 너무 높아 보였던 거다.

그런데 신기하게 하나하나씩 해보니 그 두려움이 점차 사그라들었다.

그렇게 난 결국 그 숙제를 마쳤다.

지금도 인생에서 이런 숙제들과 맞이하게 되는 순간이 온다.

내가 넘어야 할 산이 너무 커 보인다.

맘 같아서는 끝내고 싶고 바로 해치워버리고는 싶은데, 아직은 내 수준이 안 되는 것 같고.

못하겠다. 맘 같지가 않다.

지금 논문을 쓰는 중에도 그때 어렸을 때의 기억이 다시 떠오른다.

내 글쓰기의 수준은 아직 탁월하지 않은데, 아님 적어도 다른 저자처럼 써지지 않는데 나는 써야 한다.

사실을 종합적으로 합쳐서 간단하면서도 압축적으로 메시지를 만들어내야 한다.

지금 나에게 세 자릿수 덧셈은 어렵거나 마음을 답답하게 하는 일이 아니다.

이젠 넘어선 일이고 이젠 계산기까지 있지 않나.

이 논문을 쓰는 것도 지금 하나씩 하다 보면, 이 단계를 거치고 나면, 언젠가 술술 써지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지금 덧셈을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그때 내가 낑낑대면서라도 해봤기 때문일 테고 나중에 내가 논문을 잘 쓴다면 결국 그것은 지금 낑낑대는 순간을 거친 후일 것이다.

이 단계를 거쳐야 다다르는 경지일 것이다.

그래서 난 내 앞에 놓인 새로운 세 자릿수 덧셈에 도전하고 있다.

세상의 모든 어린이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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