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선별진료소 앞 눈사람

by 슬기로운 생활

어제도 난 PCR 검사를 받았다.

요즘 연일 코로나 확진자 숫자가 1만 명을 넘고 있다.

예전엔 코로나 확진자가 먼 나라 이야기였다.

코로나 초기에 확진자 분과 접촉이 있어서 PCR 검사를 받고 자가 격리된 적이 있긴 했지만,

내가 알고 지내는 사람들이 확진된 적은 없었다.

그랬던 코로나가 반경이 좁혀지고 있다.

이제 동료 가족에서도 나오고 있다.

어린이집에서,

유치원에서,

학교에서,

또는 학원에서 확진된 아이들이 나오면

그 가족은 격리 대상이 된다.

그렇게 직장 내 확진자들이 나오면서

전수조사를 위해 또는 밀접 접촉 대상으로 분류됨에 따라

PCR 검사를 받게 되었다.

몇 번을 받았는지 모르겠다.

나도 이렇게 자주 받게 되는데

검사하는 분들은 오죽할까.

접수하는 직원분께서 오늘도 너무 바빴다고 한다.

어린이집 선생님 한 분이 확진되어 어린이집 아이들이 다녀갔다고 한다.

어른들도 웬만하면 검사 안 하고 싶은데 아이들은 얼마나 무서울까.

울면서 피하는 아이들을 달래면서 검사하느라 직원분이 애를 먹고 있었다.

한 아이는 너무 울어대서 동행했던 할머니가 두 손 두 발 다 놓아

결국 직장에 있는 엄마를 반차 내고 오게 했다고 한다.

저녁 9시까지 보건소 직원분들은 검사를 진행한다.

말이 9시까지지 그 시간 넘어서까지 근무는 계속된다.

얼마나 힘들까 싶다.

최근 선별 진료소 앞을 지나는데 눈을 사로잡는 것이 있었다.

바로 눈사람.

근래 들어 갑자기 눈이 좀 많이 내렸다.

어느 정도 쌓일 정도의 눈.

누군가 눈사람을 만들었나 보다.

근데 이게 좀 특별하다.

코랑 단추가 뚜껑이다. 약 뚜껑인지, 시약 뚜껑인지.

섬세하게 코는 빨간 뚜껑을 꽂아줬다.

그리고 팔이 아주 특별하다.

PCR 검사 키트다.

투명 시약병안엔 우리 코를 그렇게 깊숙이 푹 찔러댔던 면봉이 들어있다.

안에 들어있으니 딱 손인 것만 같다.

이건 분명 PCR 검사를 하는 분이거나 코로나 접수를 하는 분들이 아니고서는 가질 수 없는 키트다.

장소도 마침 선별 진료소 앞이다.

누군가 쌓인 눈을 보고 이 눈사람을 만들었나 보다.

쌓인 눈은 그분의 동심을 깨워주었을 테고.

그 키트로 눈사람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었다.

그 따뜻함에 그 위트에 마음이 참 따뜻해지고 위로가 되었다.

힘든 하루 중에도 이렇게 위트를 낼 수 있었음에,

유머를 가질 수 있었다는 게 참 대단하고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일상에 지친 모든 분들이 이렇게 위트를 가질 수 있기를,

마음 한편에 유머를 간직할 수 있기를,

그래서 웃으면서 넘길 수 있기를,

오늘도 바라본다.

그리고 또 언젠가 이 시절을 ‘그땐 그랬지’ 하며 넘길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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