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대교 위에서
혜화에서 압구정을 가려고 버스를 탔다.
데이터 정리를 마저 끝내고 출발하다 보니 퇴근 시간대에 출발하게 되었다.
출발할 때는 괜찮았지만 점점 차가 밀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금요일 퇴근길이다.
길이 밀린다고 자각한 시점은 내가 좋아하는 한강을 바라본 후
좀 지나서였다.
내가 좋아하는 한강 야경이지만,
이거 이거 점점 불안해졌다. 차가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질 않는다.
도로에서 길이 막힐 때는 괜찮지만, 이건 강 위가 아닌가.
이상하게 무서움과 두려움이 엄습했다.
지하철을 타면 금방 지나가버리기에 밖을 보며 ‘한강 야경 예쁘다’
이렇게 지나갈 수 있었지만.
아, 대교에서 길이 막히니 너무 무서웠다.
이 많은 차들이 이 길 위에서 버티고 있다니.
그 사이에 지하철이 두 번이나 지나갔다.
그 순간순간 하중이 더 실릴 텐데.
아, 이것을 어떻게 견디지.
마음의 안정을 위해 생각의 방향을 돌리려 해봤다.
지도를 봤더니 난 동호대교 한복판이었다.
조금조금 움직이다가 이건 설상가상에 점입가경이다.
이번에는 내가 있는 대교 아래 또 다른 대교가 위치해 있다.
여기서 무너지면 더 큰 사고겠다.
다행히 그 모든 대교를 통과하고 일반 도로로 가니 안심이 되었다.
그러고 보면 이런 대교를 설계하는 것도 정말 대단한 일이고, 이것을 실제로 만들고 세우는 일도 엄청난 일이다.
그 한 사람 한 사람의 수고가 모여 이런 대교가 세워지는 것일 테다.
부디 그 한 사람 한 사람이 장인 정신을 가지고 만들어주시기를.
그러고 보면 내가 사는 이 한 순간순간이 다 기적이다.
이 찰나에 내가 안전하게 있는 것은 곳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역할을 잘해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행운이다.
세상에는 사람의 힘으로 되지 않는 것도 있기에.
이날 이때까지 건강하게 살아올 수 있는 것도.
내가 무엇인가를 해내는 것도.
다른 사람 도움 없이는 할 수 없다.
바쁜 중에도 나의 부탁을 들어주는 사람들.
내가 맡긴 일을 해주는 사람들.
또는 내가 알지 못하지만 나를 도와주는 많은 사람들.
그들의 도움으로 나는 무언가를 해내거나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참 감사한 일이다.
내가 이렇게 이 순간 이곳에 있을 수 있는 것도.
일상생활이 이렇게 가능한 것도.
나의 주변 모든 이들이 다 행복하기를.
세상 곳곳의 모든 이들이 안녕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