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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귤쟁이 Mar 07. 2016

나홀로 인 더블린

새로운 여행의 시작

"너 어디로 간다고 했더라?"

"너 가는 곳 티비에 나오더라! 아이슬란드?"

"잉글랜드 가서 뭐해?"

심지어는 어제 지인에게서 카톡을 받았다.

"영국은 살만해요?"


  어쩌면 한국인에게 익숙하지 않은 이 곳에 온지도 벌써 4주차이다. 다른 나라에 비해 길에서 한국인을 만나는 것도 드물고, 거대한 백팩과 카메라를 든 관광객도 많지 않다. 도착 후 첫 주는 마치 내가 특별한 이방인이 된 것만 같은 기분에 정처없이 골목 구석구석을 걷는 것조차 마냥 좋았다. 하지만 나는 여행자가 아니다. 지난 한 달 동안 집을 구했고, 은행을 열고, 집에서 직접 요리를 만들기 위한 장도 보았다. 때때로 이 곳에 정착하기 위한 물건들을 하나씩 사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을 차근차근 해나가다보니 문득 든 생각.

 ㅡ '아,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구나.'


  2014년 여름, 이탈리아를 2주정도 여행한 적이 있다. 나의 첫 해외여행이자 첫 유럽여행이었다. 뜨거운 뙤약볕 아래서 살갖이 빨개지면서도, 여행하고 있다는 그 기분에 흠뻑 젖은 채 마냥 즐겁기만 했다. 하루하루는 길었지만, 2주는 아주 빠르게 지나가버렸다. 낯설면서도 아름다웠던 풍경들을 2주동안 만끽하기에는 너무나도 짧은 시간이었고,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릴때면 여전히 꿈만 같았을 뿐이었다. 그래서인지 나에게 '유럽'은 꼭 다시 한 번 가고 싶은 곳, 한 번 쯤 살아보고 싶은 곳으로 내 마음 깊은 내면에 새겨져 있었다.


내가 타고 온 비행기

  그리고 한 달 전, 상상만해왔던 유러피안으로서의 삶을 위해 비행기에 올랐다. 공항까지 배웅나온 친구를 남겨두고 출국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나 혼자됨을 완전히 느낄 수 있었다. 두렵지는 않았다. 오직 걱정했던 것은 내가 탄 비행기가 아주 작은 확률로 추락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진심으로.


ㅡ 첫 2주간 머물렀던 홈스테이 집과 나의 방.


  환승시간을 포함하여 17시간만에 도착한 더블린. 내가 탔던 비행기들이 안전하게 착륙했다는 것에 안심하며 픽업 차량에 올랐다. 왼쪽 좌석에 앉아 왼쪽 도로를 달리는 걸 보고 있으니 마치 모든 규칙을 깬 것처럼 짜릿했다. 바깥에 보이는 대부분의 주택들은 비슷한 모양으로 줄지어 있었고 그 끝에 홈스테이를 할 집이 기다리고 있었다. 호스트 맘이 나에게 영어로 인사를 건냈을 때 비로소 내가 아일랜드에 도착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앞으로 1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1년이라는 시간동안 나의 삶이 어떻게 펼쳐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는 장소, 아는 사람이라고는 하나 없는 이 곳에 짐 가방 하나 들고 나 홀로 왔다는 것이 어쩌면 무모한 일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이 곳에서 겪을 모든 일들이 나에게 값진 경험으로 남을 것이라는 것이다. 아래 문구 처럼 말이다.

 ㅡ 좋았으면 추억, 나빴으면 경험이다.


Happy-go-luc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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