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귤쟁이 Apr 14. 2016

다시 웃기

짧은 반성의 일기


나에게 슬럼프가 찾아올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꿈꾸던 외국 생활을 즐기느라 우울할 틈은 없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었다.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그것.

아무 것도 하기 싫고 그냥 한국에 가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내가 뭐하러 여기까지 와서 사서 고생을 하고 있는 것인지,

지금의 이 생활을 통해 내가 배울 것이 있긴 한 것인지,

나는 지금 잘 하고 있는 것인지.

한 번 시작된 부정적인 생각은 밑도 끝도 없이 내 머릿 속을 파고들어 사라지지 않았다. 

그냥 침대에 가만히 누워있을 뿐이었다.

외출을 준비하는 과정마저 귀찮게 느껴졌다. 아무 의욕이 없었다.


  여행자들에겐 새롭고 아름다울 더블린의 풍경도 나에겐 그저 평범했다.

길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도 낯설지 않았다.

이제 막 2달이 지났을 뿐인데 모든 게 원래 그래왔던 것 처럼 익숙해져 버렸다.

한국과 다르게 알록달록하고 낮은 건물들도 이제 그러려니 싶었다.

 지금 생활에 너무 적응해버린 나머지

이 곳의 생활이 벌써 지겨워져버린 것이 아닐까 두려웠다.


  하지만, 우울하다고 언제까지 모든 걸 내려놓고 멈춰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

내가 멈춰있는 이 순간에도 시간은 아주 빠르게 흐르고 있으며,

다른 누군가는 그들만의 목표를 위해 열심히 살아가고 있을테니 말이다.

어쨌든 나 스스로 다시 극복해야했다.


문득 되돌아 생각해보니, 참 쉼없이 달려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쉬는 주말에도 집에 있기 싫다며 어디든 일단 나가고 봤었다.

온전히 쉴 수 있는 시간을 전혀 가지지 않았었다.

그리고 한국에서라면 별 일 아니었을

소소한 외식이나 쇼핑조차 스스로에게 허락하지 않았다.

여기까지와서 무슨 쇼핑이야라는 생각.

   그 생각은 아주 큰 착각이었다.

이 곳도 사람사는 세상이라는 것을 잠시 잊었었다.

한국에서보다 더 힘들었을 나에게 조그마한 보상조차 주지 않았었다.


가끔은.

커피 한 잔 정도에는.

마음 편히 나를 위해 투자할 수 있기를.

나 스스로에게 조금 더 관대해지기를.


그리고

조급해하지 않기.

처음부터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것 기억하기.

더 넓은 세상을 느끼기 위해 스스로 왔다는 것 잊지 않기.

나를 더 사랑하기.

어쨌든 잘 될 거라 믿으니까.



Happy-go-lucky
작가의 이전글 Dun Laoghaire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