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도 갑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독재. 홍차 등 불명예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러시아에 가게 되었다. 분명 자발적인 여행계획은 아니지만 평생 갈 일이 없을 것 같은 나라에 가게 되는건 우연이 아니면 운명이겠지. 호주를 포함한 친미 국가에서는 러시아에 강력한 제재조치(sanction regime)을 걸고 있어 직항은 물론 비자나 마스터카드 같은 신용카드도 결제가 불가능해 그간 다녀왔던 쿠바나 모로코보다 일정짜기가 번거롭다! 시드니에서 10시간 비행 후 경유지로는 상해를 택했고, 상해에서 꼬박 또 10시간을 더 가야 도착하는 모스크바. 붉은 광장, 크렘린 궁 뭔가 빡센 이름과 비영어권 국가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거기서 뭘 먹어야 할 지 뭘 해야할지 모른다고.
약속은 조금 불편해도 지키자는 편이라 작년 여름 호주로 떠나기 전 연남동 미나리 삼겹살 집인 '풀뜯는 돼지'에서 한국인 국룰인 삼겹살에 소주를 먹으면서 발레복 사업을 하는 친구 J와 한국말을 *매우* 잘 하는 막심에게 결혼식 참석 약속을 해버렸댔다. 시드니에서 모스크바 비행기 편이 당시에는 이렇게까지 어렵지 않았는데 어쩌다 이렇게 되버렸을까. 그래도 조카가 생긴다면 정말 예쁠꺼같아.
그래도 기쁜 마음으로 참석하는 이유는 정말 좋아하는 멋진 친구이기도 하고 일곱 여덟살 어렸을 적부터 좋은 기억이 있어 먼 곳에서 인생에 중요한 행사를 하는 친구를 함께 해줘야 겠다는 생각이 있다. 일정은 상해에서 모스크바 그리고 랴잔[Ryazan]이라는 지역인데, 낯선 도시와 낯선 문화가 있는 곳이다 보니 곤란할 일 없게 철저하게 준비를 하되 여행의 설레임 또한 중요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필수 정보로만 골라서 잘 간추리는 중이다. 두 나라 모두 공산당이라는 생경한 체제이다 보니, 치안 자체는 나쁘지 않기에 큰 걱정은 없지만 신용카드를 쓸 수 없다는 점, 그리고 네트워크를 우회해야만 SNS을 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 러시아 내 호텔의 경우 모스크바에서는 러시아 호텔 예약사이트를 이용했고, 랴잔의 경우 친구가 묵는 호텔을 예약했다. 필요한 어플들(알리페이, 바이두, 얀덱스 맵, VPN)등을 깔고 연동 완료. 이제 이심 구입과 미국 달러 환전을 하면 거지 3주 좀 안남은 여행 준비는 끝. 아차. 결혼식 참석용 드레스와 구두를 샀는데, 워낙 한식을 잘 먹고 다녀 5kg 정도 다이어트가 필요한 몸은 준비가 안끝났구나!
모스크바에서 가장 기대되는건 북한식당에 맛볼 평양냉면. 차가운 음식을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특별한 경험이 될 것 같다. 처음 먹는 평냉이 authentic 북한식당이라니. 그리고 러시아 특산품이라는 꿀도 사와야지. 매년 꿀 시장이 열린다는데, 여행시기와 맞지 않아 조금 아쉽다. 피나무 꿀, 메밀 꿀 등 거의 모든 꽃식물 꿀은 다 있는 모양인데, Australian Border Force에 확인을 해본 결과, 밀봉된 꿀이라면 가능하다. 1월 뉴질랜드에서 사온 매운 소스를 다섯병 다 빼앗겨 속상했는데. 다음 브런치 글은 상해나 모스크바에서 적고 있게될지 궁금하다. 그 곳의 나는 어떤 모습으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