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과 열망, 이부진

by 송시원

이부진의 아들이 수능을 매우 잘 봐서 서울대에 입학할 예정이라는 기사가 났다. 아들이 수능 잘 본 건 이부진이지만 강남엄마들이 이부진을 고마워하고 있다는 기사가 나왔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87444 아들이 수능 잘 봐서 기분 좋은 건 이부진인데 왜 강남 사는 어머니들이 이부진에게 고마워하는 것일까? 많은 것을 내포하는 문장이다. 순수하게 국내파로 키운 엄마들에게 자부심을 주는 이부진 사장에게 감사하다는 내용이었다.


국내파로 키우는 것이 해외파로 키우는 것보다 좋지 않다. 국내파는 한국에서 한국식 교육을 거치면서 한국의 대학교에 입학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옥같은 사교육과 경쟁을 견뎌야 하고 그 누구도 대신 치러줄 수 없는 수능이 기다리고 있다. 돈을 퍼붓는다고 해서 다 명문대, 의대에 입학할 수 없는 구조이다. 돈을 부어서 무조건 아이들이 좋은 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면 대치동에 있는 모두가 명문대에 입학했을 것이다. 이런 생활에 비해 해외 생활은 더 낫다. 해외에서 공부하는 것이 정신건강적으로 행복할 것이다. 돈만 많이 있다면 해외 명문대학에 기부입학을 할 수 있다. 우리 자식이 비록 조금 성적이 모자라도 하버드에 기부입학으로 들어갈 수 있다. 가족 중에 명문대학 출신이 있다면 레거시 입학을 통해서 더 수월하게 입학할 수도 있다. 한국에 있는 대학도 더 쉽게 갈 수 있다. 해외에서 12년 동안 학교 생활을 하고 한국에서 학교를 한 번도 다니지 않는다면 입학정원이 한정되지 않은 12년 특례로 명문대에 더 수월하게 들어갈 수 있다. 이 경우 한국인이기 때문에 12년 특례라는 사실만 숨긴다면 한국에서 치열한 경쟁을 통해 들어온 사람들과 구분되지 않는 생활을 할 수 있다. 한국 대학에서 겉도는 유학생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존재다.


그럼 이렇게 좋은 해외파 생활을 왜 하지 않는 것일까? 더 정확히 말하면 못한다. 해외 생활은 비싸다. 너무 비싸서 대치동에서 그 비싼 집세와 학비를 감당하는 사람들조차도 가지 못한다. 자식의 편한 학생 생활과 대학입학을 보장하는 해외 유학은 너무 비싸서 부자들 사이에서도 감당하는 사람과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 지점이 강남엄마들이 이부진의 아들의 서울대 입학을 축하함과 동시에 감사함을 표하는 이유이다. 이부진은 삼성 고 이건희 회장의 딸이자 호텔신라의 사장이다. 물려받은 주식과 다른 기타 재산을 합치면 몇 조가 넘을 것이다. 충분히 자식을 해외에서 키울 수 있는 사람이 국내파를 선택하는 것만으로 해외에 나가지 못한 사람들의 한을 풀어준 것이다. 내가 자식을 해외에 못 보낸 게 아니라 이부진처럼 선택해서 보냈다는 계급적 한계를 가릴 수 있다.


그렇다면 이부진은 왜 금쪽같은 외동아들을 해외에 보내지 않았을까? 역설적으로 한국사회에서 가장 추앙받는 사람들은 국내파이다. 국내파 중에서도 수능을 보고 대학에 들어간 사람이다. 수능은 한국사회에서 가장 많은 욕을 먹는 시험인가 동시에 가장 많은 신뢰를 받는다. 그 이유는 누구도 대리해서 시험을 쳐줄 수 없다. 모든 것이 부모로 상징되는 환경이 결정되는 곳에서 수능만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자기가 해야 한다. 그 압박을 이겨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명예는 돈으로도 살 수 없을 것이다. 현대 창업주인 정주영 회장은 동생이 서울대에 입학하자 생전에 매우 자랑스러워했고 이재용회장은 서울대에 가기 위해 삼성의 정보력이 동원되었다는 일화가 아직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서울대를 살 수도 있는 사람들이 서울대를 높게 쳐주는 것만으로도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식 경쟁에서 이겨내 입학하는 서울대의 의미는 매우 크다. 그런 의미에서 이부진은 아들을 위한 대단한 베팅을 했고 아들이 서울대 경제(혹은 경영)에 합격한다는 뉴스가 도는 것으로 봐서는 성공한 거 같다.


이런 식의 욕망은 계급을 뛰어넘어 모든 인간들이 원하는 것이다. 부자도 수능으로 입학한 서울대가 좋고 거지도 서울대의 명예가 좋다. 인간 내적인 남들을 이겨서 가장 가치있는 것을 쟁취하고 싶은 욕망이 인간을 똑같이 만든다. 다만 이부진 같은 부자는 다른 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입장이고 한국의 많은 부모님들은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그것을 욕망하도록 아이를 프로그래밍해야 한다. 욕망은 비슷하지만 욕망으로 인해 받은 고통은 계급에 따라 다르다. 결국 모든 인간이 원하는 것은 같지만 욕망으로 인해 받은 고통을 회피하거나 줄려주는 것은 돈과 계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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