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성화가 하고 싶었다

by 송시원

월경통이 원래 없었는데 고등학교 때 월경이 3년 동안 끊긴 이후 생겼다. 월경 며칠 전만 되면 허리가 끊어질 거 같이 아프고 가슴은 돌이라도 달았는지 계속 아프다. 그래서 개나 고양이처럼 중성화를 하고 싶었다. 최대의 효율을 내야 하는데 한 달 중에 일주일을 상태가 은근하게 아픈 것도 짜증났고 기저귀처럼 차는 생리대는 뭔가 인간으로서 가오를 상하게 했다. 생리대가 가오떨군다는 소리가 아니다. 지금은 생리대 잘 쓰고 다닌다. 그냥 내 상태가 이상했다. 하필 머리가 커지고 난 후인 고등학교 때 생리를 3년 동안 안 해서 생리를 안 하는 게 얼마나 좋고 편리한 지 알아버렸다. 원래 돈 없이 산 사람보다 돈이 있다가 없어진 사람이 힘든 것처럼 생리를 안 하는 삶에 맛을 들려버려서 그 삶이 그리웠었다. 너무 편하고 당연하게 생리하지 않은 삶을 살다보니 생리를 하지 않는 것을 눈치챈 것도 늦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일이었다. 그러다가 엄마한테 들켜서 크게 혼나지는 않았고 여성의원을 가서 초음파를 봤다. 수능 한 달 남기고 들켜서 박살이 나지 않았지 다른 때였으면 매우 크게 혼날 거 같다. 아직 가끔 생리를 하는지 물어보신다.


그러고 생리통이 생겼다. 아픈 것은 둘째치고 나는 자궁과 난소의 기능에 대한 편협한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 가슴에 대해서도 나의 인식이 좋지 않았다. 부끄럽게도 이 기관들이 출산과 양육이라는 기능을 가진 줄로만 알아서 벌어진 대참사이다. 성교육 시간이나 과학 시간에 배운 것이 자궁은 태아가 자라는 곳, 질은 태아가 나오는 통로, 난소는 난자 보관소, 가슴은 수유용이라는 사실이었다. 번식을 하지 않은 이상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곳이다. 반출생주의 이런 게 아니라 애를 낳기 위해 가장 정석적이고 기본적인 루트인 섹스를 할 생각이 아예 없기 때문이다. 무성애자라서 사람을 사귈 생각도 없고 합의 하에 섹스할 생각도 없다. 엄마돈으로 맞은 가다실도 3번 맞으면서 돈이 너무 아깝다 생각했다. 언젠가 내가 섹스를 하고 싶을 때 도움이 된다는 생각으로 맞았다. 그러니까 자궁, 난소, 가슴 이 놈들은 나한테 없어도 되는 기관들이지만 나에게 주기적으로 고통을 가져다주는 몸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기관이 되어 있었다.


자궁과 난소는 도저히 이것들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어느날 대학교 2학년 때 사회학원론 수업 시간에 자궁과 난소에 대한 시각이 좀 바뀌게 되었다. 교수님은 여성이 남성보다 수명이 긴 이유가 지속적인 월경을 통해 신체에 유해한 물질들이 빠지기 때문이라는 학생의 흥미를 끌기 위한 추론을 하셨다. 근데 그 추론이 내 마음에 박혔다. 그때가 중성화에 대한 내 머릿속 토론의 절정이던 시기였다. 그런데 자궁, 난소가 단순히 애 키우는 것을 넘어 내 건강과 수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하니 관심이 갔다. 그래서 찾아보니 난소에서 나오는 여성호르몬이 심장 마비를 막고 면역력을 증진하며 몸을 건강하게 한다는 글을 봤다. 그리고 중성화를 하면 자궁이 있는 자리가 텅 비기 때문에 그 자리에 내장들이 쏟아져 건강에 이상이 생길 수 있으니 인간은 중성화를 하면 안 된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나는 내가 모순적인 생각에 빠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단순히 필요 없다고 신체를 숭덩 자르고 싶다고 생각하는 게 이상한 것이다. 만약 내가 냄새를 맡지 못하게 되거나 눈이 먼다면 나는 코를 잘라내거나 눈을 파버리는 선택을 할 것인가? 나는 하지 않을 것이다. 그냥 그 자리에 신체가 있고 나는 자해하고 싶지 않다. 그럼 자궁, 난소 같은 기관은 이렇게 극단적으로 싫어한 것일까? 그건 내가 여성임을 부정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트랜스젠더가 된다는 소리가 아니다. 나는 권력을 가지고 싶었다. 엘프리데 예리니크의 소설 피아노 치는 여자의 주인공 에리카는 어느날 사창가에 방문한다. 그는 손님이지만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여자인 그를 창녀로 생각하고 그가 가게에 입장했을 때 창녀마저도 혼란스러워한다. 단순하게 성별만으로 누가 손님이고 누가 창녀인지 결정되는 공간에서 나는 그런 어떤 식의 해명도 하지 않은 채 자연스러운 권력자가 되고 싶었다. 가장 자연스러운 권력의 형태인 신체적 강력함을 가지고 싶었고 그 신체의 강력함을 가진 자는 자궁과 난소가 없다. 성적으로 보이는 것은 누군가 나를 함부로 할 빌미를 제공하는 것이다. 자궁, 난소, 가슴이 있고 여자로 보이는 한 사창가에서는 내가 돈이 얼마나 있는지 중요하지 않다. 바로 창녀가 되는 것이다. 권력을 가진 여성들이나 나이가 있는 여성들은 머리를 짧게 자르고 정장을 입고 강한 말투를 쓴다. 권력자인 남성을 모방하고 그들에게 자신도 동일한 존재임을 알리는 상징이다. 나는 저런 식의 모방이 자궁, 난소, 가슴을 잘라버린다는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난 것이다.


다행히 자궁과 난소는 멀쩡하게 살아있다. 멀쩡한 신체를 떼는 것은 자해고,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자해는 하지 말자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사회가 여성을 약자로 본다는 그걸 잘라서 여성이 아닌 그 중간 어느 존재가 된다는 생각은 비약적이고 지금 생각하면 안타깝다. 아여성을 싸잡아서 성적대상화하고 혐오한 것은 나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행위를 내가 하고 있어서 부끄럽지만 이렇게 고백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매거진의 이전글알고보니 내가 프로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