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개통하려고 상담원과 30분 정도 통화한 얘기를 친구한테 하다 요즘은 ai 상담 때문에 오히려 진상이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러다가 한 친구가 상담연결음에 아이 목소리로 울리는 '우리 엄마가 일하고 있어요'에 눈물이 난다고 했다. 평소에 누군가의 소중한 딸/아들/엄마/아빠/어머니/아버지입니다라는 말을 싫어해서 저 말이 싫다고 하려고 했는데 다른 친구가 나보다 먼저 저 말이 싫다고 했다. 평소에 뉴런을 공유하던 친구라서 역시 저 친구가 그 말을 할 줄 알았다.
저 문구를 보면 그럼 가족이 없는 사람은 어쩌라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저 말은 교묘하게 이 세상에 가족이 없는 사람은 없다라는 전제를 깔고 간다. 이 부분에서 한국 사회의 단일성을 드러내는 거 같다. 한국사회라고 모든 사람이 같은 환경에 사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같을 거라고 생각하고 다름을 보인 순간 당황하면서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칭하고 바꾸려고 든다. 저 문구가 그런 걸 드러내는 거 같아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한국 사회는 전체주의, 관계주의 사회다. 그래서 사람을 볼 때 그 사람 자체를 보는 것이 아니라 관계 안에서 사람을 바라보고 누군가에게 의미 있어야만 인간으로서 존엄을 인정받을 수 있다. 이건 한국 사회가 경쟁사회이라 그렇다고 생각한다. 인간을 보면 같은 인간이라고 느끼기보다는 이겨야 하는 존재라서 사람을 봐도 호의적일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을 입체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 다른 사람의 가족이라는 서사를 부여하는 것이다. 가족 중심주의인 한국사회에 걸맞게 가족이기 때문에 존중해야 된다는 서사를 활용한다.
인간은 인간이라서 존중받아야 한다. 이 기본적인 것이 통하지 않기 때문에 소중한 딸입니다라는 문구를 붙였을 것이다. 저 문구가 쓰이는 곳은 주로 식당, 콜센터 등이다. 세상에서 가장 진상들이 드글거리는 곳이다. 이 진상들이 진상짓을 하는 이유는 직원을 자신과 같은 인간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곳에서 사람이니까 존중하라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그래서 일부러 이 사람은 사람을 넘어서 가족이 있는 존재라는 것까지 알려줘야 한다. 진상들은 사람이기 때문에 존중해야 한다는 인간으로서 기본을 지키지 못해서 결국에는 사람이자 누군가의 가족이라는 것까지 알아야 하는 존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