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군 Jul 25. 2019

50대 사건으로 보는 돈의 역사 -홍춘욱-


 17세기부터 현재에 이르는 금융의 변천사를 역사적 사건과 주요 국가에 초점을 맞춰 50꼭지로 나누어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영국과 프랑스, 네덜란드의 흥망성쇠를 금융의 관점으로 풀어내고, 중국의 역사를 경제적 관점으로 재조명해보고, 산업혁명의 배경과 대공황, 미국과 일본, 우리나라에 찾아온 불황의 모습과 원인을 집어준다. 아무래도 많은 이야기들을 하다 보니 각각의 이야기들을 간단히 소개해주는 정도의 빈약함이 뚜렷하지만, 그럼에도 이 책이 많은 관심을 받고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었던 건 중요한 포인트들을 확실하고 명료하게 집어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매 챕터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에 대한 궁금증을 다음 챕터로 바통 터치하며 이어나가는 구성 방식도 꽤나 흥미와 가독성을 높이는데 효과적이었다.


 프랑스가 시대의 패권을 잡지 못하고 항상 2인자로 머물 수밖에 없었고, 네덜란드가 의외로 패권국가의 힘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 경제적 신뢰의 힘이었다는 포인트는 아주 흥미로웠다. 이때부터 금융과 경제가  본격적으로 군사적인 힘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가지게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영향력이 흘러 흘러 이제는 돈 있는 사람이 정치적, 군사적 힘까지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 아닌가!


 돈은 누구에게나 중요하고 가치 있는 것이지만, 돈과 바꿀 수 있는 것이 있고 없는 것이 있다. 안타깝게도 돈의 힘은 그 경계를 오래전부터 무너뜨리고 있는 것 같다. 불안정한 화폐보다 금과 은, 다이아몬드 같은 현물이 맹위를 떨쳤던 과거엔, 이것을 얻기 위해 신대륙 원주민들을 학살하고, 주변 나라들을 침략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지금은 어떤가? 돈 때문에 부모와 자식을 죽이고, 돈 때문에 다른 이의 생명을 무시하는 해로운 음식과 제품을 만들어 팔고, 돈 때문에 친구도,  회사도, 나라도 팔아먹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자본주의 체제 아래 더욱더 강력해지는 돈의 힘은 대다수의 사람들을 돈의 노예로 만드는 데 성공하고 있다. 물론 나도 그 가운데 자유롭지 못하다.


 이제는 현물도 현금도 아닌 모든 것이 계좌의 숫자로 바뀌었다. 마치 숫자가 지배하는 세상이 되어 버린 것만 같다. 이 가운데 현명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역사 속에서 배워야 할 것들이 분명히 있다. 좀 더 멀리 떨어져서 돈을 볼 필요가 있다. 날로 복잡해져 가는 금융과 경제의 흐름 속에 돈에 눈이 멀지 않기 위해서는 돈이 무엇인지, 내 삶에 어떤 가치와 의미가 있는지 곱씹어보고 돈에 종속된 삶이 되지 않도록 경계하면서 살아가야 할 것이다.


 돈은 탐스럽고 무시무시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