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한 경제 말고 쉬운 경제

삶의 무기가 되는 쓸모 있는 경제학

by Ella


‘경제’라는 단어는 왜 항상 어렵게 느껴질까요?


대학교 시절, 우연히 수학과 다니는 친구가 숙제하는 것을 살펴본 적이 있습니다. 특정 사건에 대해 거시경제적 관점과 미시경제적 관점으로 서술하는 것이었는데 그것을 보고 ‘아! 나는 절대 경제와 친해질 수 없겠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경제’에 대해 알아두면 좋은 점이 많겠지만, 어려운 용어들과 숫자들이 즐비하는 것을 보면 차마 ‘알아두면 좋다’ 고만 말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이완배 저, 삶의 무기가 되는 쓸모있는 경제학, 이미지 출처: Naver

이 책에서 다루는 ‘행동경제학’은 제가 생각해왔던 ‘경제’와는 좀 달랐습니다. 네이버 지식백과에 따르면 행동경제학이란 인간의 실제 행동을 심리학, 사회학, 생리학적 견지에서 바라보고 그로 인한 결과를 규명하는 경제학의 한 분야입니다. 이 책에서는 행동경제학의 여러 가지 이론을 우리가 실생활에서 마주하는 질문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예를 들자면 매번 실패하는 다이어트 같은 것들을 말이죠.


아래에서는 책에서 기억에 남았던 장들에 대해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다이어트, 왜 자꾸 실패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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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 바우마이스터 (Roy Baumeister)의 자아 고갈 이론에 따르면 인내도 자원의 일종이라고 합니다. 자기 통제력은 한정된 에너지 자원으로 시간이 지나면 보충되지만 그 속도가 고갈 속도보다 느려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이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또한 많은 광고들이 이러한 자아 고갈 이론을 바탕으로 소비자들의 소비 욕구를 부추겨 인내를 고갈시키는 방식으로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책에서는 신용불량자가 증가하는 이유를 이 이론과 관련지어 ‘채무자들이 빚을 진 이유가 인간의 자아 고갈 현상을 이용해 소비를 부추기는 자본주의 사회의 풍토 탓이기도 하다’는 주장에 대해 비중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 개인적으로 꽤 재미있는 주장입니다. 또한 실제로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은 이러한 방향으로 발전해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윤 추구를 목표로 더 많은 사람이 자회사의 제품을 소비하도록 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보았을 때 소비자들은 각자 감당할 수 있는 소비의 정도가 정해져 있고, 결코 신용불량자가 되는 사람들이 나보다 감당할 수 있는 소비의 정도가 작은 사람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물론 생활이 어려울 정도라면 국가 차원에서 돕는 것이 맞지만, 우선적으로 자신의 능력 안에서 현명하게 소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왜 그는 이케아에 열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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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아는 스웨덴 가구회사, 이케아의 별칭은 ‘불편함을 파는 회사’입니다. 마이클 노턴 (Michael I. Norton), 댄 애리얼리 (Dan Ariely) 그리고 대니얼 모촌 (Daniel Mochon)은 이 회사의 이름을 딴 이케아 효과 (ikea effect)를 제안했습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물건을 만드는 일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물건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도록 만든다고 합니다. 비록 시간이나 비용 측면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자신이 참여한 제품에 대해 애정을 가진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케아 제품은 사람들에게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더 많은 소비를 촉진시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단지 완제품보다 20% 할인된 금액으로 판매되는 제품들은 소비자에게 많은 시간과 노력을 추가적으로 요구하지만 이러한 ‘불편함’이 전 세계적로 이케아가 퍼져 나아가는 이유입니다.

+ 이케아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 진행된 많은 실험들은 피실험자들이 특정 물건의 가격을 책정하기 전에 먼저 직접 완제품을 만드는데 참여하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참여’가 이케아의 세일즈 포인트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지만, 소비자들은 모든 이케아 제품을 미리 만들어보는 경험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데 이 실험들이 실제로 이케아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이유를 뒷받침하기에 부족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이케아 효과라는 명칭은 효율적인 소비를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비용과 시간뿐만 아니라 ‘자부심’이라는 새로운 소비 기준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딱 맞는 표현인 것 같습니다.



“왜 평범한 사람들이 범죄를 저지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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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리 베커 (Gary S. Becker)는 ‘범죄경제학’이라는 독특한 영역을 개척해 199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사람이 범죄를 저지르기 전에 이익과 비용을 계산하여 범죄 여부를 결정한다’는 그의 주장은 사람은 합리적이고 이기적이라는 전제를 가지고 있는 주류 경제학의 핵심과 일맥상통합니다. 하지만 행동경제학에서는 이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이케아 효과를 소개하면서 등장했던 행동경제학자 댄 애리얼리는 사람들은 범죄를 저지를 때 게리 베커의 주장과 같이 합리적으로 결정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사람들은 무슨 엄청난 계산을 통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아닙니다. 범죄를 저지를 환경이 형성되면 무심코 범죄를 저지릅니다. 돈을 훔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있어도, 콜라나 볼펜은 집어가는 이유가 그런 겁니다. 환경만 조성되면 착한 사람들조차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며 무심코 범죄에 가담하는 거죠.”

그의 주장에 따르면 범죄는 전염성이 있어서 주변 사람들이 다 범죄를 저지르면 자기도 무심코 그 범죄에 가담하게 된다고 합니다. 무단 횡단이나 학교 폭력과 같이 말이지요. 심리학에서도 범죄의 전염성을 입증한 ‘깨진 유리창 이론’이 있습니다. 이들의 주장에 의하면 나쁜 사람들만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혹은 도덕적인 사람조차 상황적 여건이 된다면 유혹에 빠질 수 있다고 합니다.

+ 범죄경제학이라니! 무척 흥미로운 분야인 것 같습니다. 범죄경제학적, 행동경제학적 주장 모두 흥미로웠지만 개인적으로는 게리 베커의 주장이 더 와닿았습니다. 범죄라고 말하면 상해, 살인 등 무척 극단적인 단어들이 생각나니 도덕적이지 못한 일이라고 치환해서 생각해보겠습니다. 도덕적이지 못한 일은 어떤 사람이라도 저지를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이기적인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안위를 위하는 것은 사람의 본능 중 하나입니다.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면 사소하다고 생각하는 규칙 몇 개쯤은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도 그럴 거야!’라고 말하며 어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시를 들었던 무단횡단을 생각해봅시다. 무단 횡단하는 사람에게 빨간 불인데 혹은 횡단보도가 아닌데 건너도 되냐고 물어보면 생각보다 쉽게 ‘다른 사람들도 다한다’라는 답변을 들을 수 있습니다. 범죄의 전염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이지요. 하지만 이 과정에는 서 저는 무의식적으로 비용과 이익을 계산했다고 생각합니다. 게리 베커의 주장처럼 순식간에 범죄 비용과 이익을 계산하여 합리적인 결정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순간의 결정 과정에서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우선시하는 가치가 드러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교통법을 지켜 건널목을 건너는 데 걸리는 시간적 비용이 양심의 무게보다 무거웠던 걸까요. 범죄의 전염성은 자신이 한 도덕적이지 못한 행동에 대한 변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무단횡단을 한 번도 안 해본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무단 횡단한 이유가 ‘남들도 다하니까’라며 범죄의 전염성을 운운한다면 참 부끄러울 것 같습니다.



“1988년은 드라마처럼 아름다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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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꼭 한 번 이상 듣는 소리가 있습니다. “뭐? 아직도 그 나이라고? 아직 젊네! 내가 그 나이 때는 말이야…”. 놀랍게도 1살이 많던 10살이 많던 다 똑같이 말한다는 것입니다. 행동경제학에서는 므두셀라 증후군 (Methuselah syndrome)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므두셀라 증후군의 므두셀라는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노아의 할아버지로 969살까지 살았던 장수의 상징입니다. 그는 나이가 들수록 “그때가 좋았지. 요즘은 뭐든 다 별로야”라며 자꾸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 했다고 합니다. 므두셀라 증후군은 과거의 나쁜 일은 잊어버리고 좋은 것만 기억하려는 기억 편향적 퇴행 심리로 ‘장밋빛 회고 이론’ 혹은 ‘좋았던 옛날의 오류’라고도 불립니다. 반대로 나빴던 기억들만 떠올리는 증상은 순교자 증후군 (Martyr syndrome)이라고 합니다.

이 책에서는 므두셀라 증후군의 발생하는 이유로 크게 두 가지를 제시합니다. 하나는 사람의 뇌는 좋았던 기억들을 최대한 오랫동안 저장하고 싶어 한다는 것입니다. 뇌는 기억할 수 있는 양이 제한적이어서 자신이 좋았던, 행복했던 기억들을 우선적으로 기억한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나이가 들면서 사람들의 생각이나 가치관이 변하기 때문입니다. 심리학 교수인 리처드 아이바흐 (Richard Eibach)의 해석을 빌리자면 ‘사실 변한 것은 세상이 아니라 자기 자신인데, 사람들은 그걸 모른다’고 합니다. 살면서 무뎌진 자신의 변화를 인지하지 못하고 세상이 더 나쁘게 변하고 있다는 고정관념이 생기는 것입니다. 놀랍게도 경영학 마케팅 분야에서는 므두셀라 증후군을 활용하는 사례가 무척 많습니다. 복고풍 물건을 집중적으로 팔거나 사람들의 향수를 자극할만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이 그 예시입니다.

+ 가장 오래된 것이 가장 현대적이라는 말처럼 레트로 감성은 어느 시대라도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드는 것 같습니다. 므두셀라 증후군에 대해 읽으면서 재미있었던 사실은 이런 것조차 용어로 명명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우스갯소리로 7살짜리 아이가 한숨을 푹 내쉬길래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자 5살 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그때가 좋았다고 말했다는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므두셀라 증후군은 나이를 막론하고 나타나는 현상인 것 같습니다. 사실 돌이켜보면 과거에도 그 당시의 나에겐 무척 심각했던 일들이었는데 지나고 보면 사실 별거 아닌 일이 되어있는 것이지요. 이 글에서는 소개하지 않았지만 이 책의 다른 장에서 소개되었던 사후 확증 편향이라는 용어가 떠오릅니다. 사실 과거가 아름답게 미화되는 것은 어떻게 되었든 다 잘 헤쳐서 지금까지 왔기 때문이 아닐까요? 므두셀라 증후군은 과거에 일어났던 모든 좋은 일들이 본인이 잘해서 생긴 일들이라고 마치 텍사스 명사수 이야기처럼 과거의 좋았던 일들 주변으로 과녁을 그리고 있는 걸지도 모릅니다.



올해 첫 책으로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지인의 추천 덕분입니다. 사실 처음에 ‘경제’라는 단어에 조금 부담감이 들었지만, 실제로 책을 접해보니 두께도 얇고 글자도 커서 가볍게 읽기 좋았습니다. 각 장마다 한 번쯤 고민해보면 좋을만한 주제들로 구성되어 생각을 정리하기에도 적합한 것 같습니다. 특히 우리가 익숙할만한 예시들을 들어 용어들이 너무 딱딱하게 느껴지지 않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자주 접하는 질문들에 행동경제학이 녹아있었다니… 심지어 경제라는 단어를 포함하고 있는 이 분야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깊숙이 우리 생활에 침투해 있다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만약 저처럼 ‘경제’라는 단어를 무척 딱딱하고 어렵게 느끼거나, ‘경제’의 다양한 모습을 알고 싶다 하시는 분들이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며 공감되는 부분도 많을 것 같고, 학생분들이 읽어봐도 좋을 것 같은데 특히 대학생 분들이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처음 써보는 서평이라 조금 두서없이 쓴 것 같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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