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뀌었다. 당신은 나이를 한 살 더 먹었다. 상징적으로 떡국 한 그릇 비워냈을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는 이것이 설렘의 시간이다. 한 살을 더 먹음으로써 입학을 하거나 성인의 나이가 되면서 새 출발의 의미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나이의 증가가 그런 의미로 다가오지는 않을 것이다. 설렘이 사라져 어느 순간부터는 부담이다. 우리나라는 특이하게도 이 나이에는 이래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에 그 경로에서 벗어나면 그 이후부터 나이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안타깝게도 나이는 연속적이다 보니 그 경로에서 한 번 벗어나면 이후에도 쭉 벗어나기 쉽다. 당신은 이제 학창 시절도 아닌데 숫자에 얽매이고 싶지 않을 것이다. 결국 나이라는 숫자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그렇게 설렘, 부담을 경지를 넘어 무관심의 상태에 이르게 된다.
그렇게 나이에 무관심해지는 당신이지만, 세월의 흔적은 곳곳에 남아 당신을 심리적으로 동요하게 한다. 이를테면 거울에 비친 조금씩 변해가는 외모를 보며 인터넷에 각종 미용 시술을 검색해본다. 가까운 사람이 시술을 받았는데 확 젊어졌다는 얘기를 들으면 더욱 마음이 흔들린다. 체력적인 면에서도 약해지는 스스로의 모습에 놀라기도 한다. 성인이 갓 돼서는 밤새 음주를 즐기고 다음날 거뜬할 수 있었지만 20대 중반에만 이르러서도 술 마시는 날 전후는 시간을 비우게 된다.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마음이 들어 어느새 헬스장을 가든지 요가 수업을 끊는다. 세월의 흔적은 관계적인 면에서도 짙게 배어든다. 그렇게 이성친구를 만들고 싶어 하던 사람이 어느 순간부터는 이성을 사귀는 것도 큰 마음을 먹어야 한다. 그동안 바라는 이성의 모습도 많이 달라졌다. 또 핸드폰 연락처에 저장된 “알아뒀지만 쓸데없는” 번호들을 보며 무심코 정리해버린다.
2. 왜 늙어가는 걸까?
외모적 변화는 나이가 들면서 생겨나는 가시적인 현상이다. 우리는 이것을 생리적으로 “노화(aging)”라고 한다. 모든 생물은 수명이 있는 한 노화 현상을 겪는다. 대표적인 장수동물인 거북이는 비록 성장 등의 대사활동이 매우 느리지만, 그 느린 과정 하에서도 결국 노화를 겪고 죽는다. 식물도 마찬가지인데 나이테로 수명을 추정하는 것도 노화의 흔적을 이용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인간은 말할 것도 없다. 노화는 25세 이후부터 시작된다고 알려져 있으므로 20대 중반 이후부터 외모적인 변화를 실감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또 노화는 육체적, 인지적 기능 쇠퇴를 동반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앞서 거론한 체력적인 약화이나 사회관계적인 대인관계의 어려움 등은 노화와 함께 동반되는 신경적인 변화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노화의 이유로는 명확히 알려진 것이 없다. 몇 가지 이론만 있을 뿐인데, “프로그램 이론”, “텔로미어(telomere) 단축 이론”, “활성산소 이론”이 대표적이다. 프로그램 이론이란 유전자에 프로그래밍된 상태로 노화와 수명이 진행된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에서 중요한 것은 유전자 발현인데, DNA라는 유전자가 RNA를 거쳐 단백질로 구현되는 과정이다. 이 프로그래밍에 조금 손을 대보겠다는 견해가 후생유전학(epigenetics)이라는 학문으로 발전되기까지 했다.
한편 텔로미어 단축 이론을 알기 위해서는 텔로미어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막대 모양의 염색체 양쪽 끝에 있는 DNA를 텔로미어라 한다. 특이하게도 텔로미어는 세포가 분열될 때마다 조금씩 짧아지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그 특성을 이용해 텔로미어의 길이를 바탕으로 개체의 수명과 노화를 전망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이론적인 근거는 쥐 실험을 통해 어느 정도 타당성을 인정받았다. 텔로미어의 길이를 길게 유지한 쥐의 실제 수명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활성산소 이론이다. 활성산소는 정상 세포의 대사과정이나 외부 자극에 의해서 생긴다. 이때 체내 자동 조절 기전에 의해 항산화 물질이 분비되는데, 만약 과도한 활성산소가 분비되어 항산화가 무의미해질 경우 인체는 손상되고 노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활성산소가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니다. 염증을 없애는 대표적인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다할 경우 명백히 인체 세포를 해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3. 늙고 싶지 않은 우리 모두를 위해
비록 노화의 이유로 명확히 밝혀진 것이 없고 이론만 있지만, 어찌 됐건 지금 거론된 이 세 이론은 이론적으로나 실험적으로 타당성이 인정된 것이다. 그러므로 노화를 늦추고 싶은 25세 이상의 성인들은 이 세 가지 이론에서 비롯된 노화 방지의 원칙을 충실히 따르는 것이 얼굴은 탄력 있게, 혈기는 왕성하게, 사고는 세련되게 유지할 최선의 방법이다.
첫째, 최대한 좋은 환경에서 친환경적인 음식을 먹고 편안한 삶을 살아야 한다. 이는 프로그램 이론에서 비롯된 후생유전학에서 제시하는 노화 방지의 방법이다. 이 방법이 너무나 추상적이고 뻔한 소리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10년 단위로 진행된 연구에서 그 10년 기간 동안의 환경과 음식에 따라 유전자 발현이 명확히 달라졌다는 내용을 밝혔다. 즉 최선의 유전자를 받는 것이 가장 좋은 경우이지만, 이미 태어난 이상 유전자를 바꿀 수는 없으니까 더 좋은 환경과 음식 등으로 DNA, RNA, 단백질로 가는 경로를 좋게 다듬자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좋은 환경과 음식 등은 이것만 부합하면 된다. 20세기 산업혁명의 혜택을 덜 받아 자연 친화적인 경우다!
둘째, 특정 식이를 즐겨 먹어야 한다. 그 특정 식이는 채소나 과일, 견과류, 잡곡, 차(tea)이다. 이는 활성산소 이론과 텔로미어 단축 이론에서 비롯된 방법이다. 대표적으로 베리(berries) 계열, 사과, 녹색 채소, 당근, 토마토, 노니 등은 높은 비타민 함량을 자랑한다. 특히 비타민 C나 E 등은 항산화 물질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보충제로라도 보충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견과류, 잡곡, 녹차 등은 항산화 효과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텔로미어를 길게 지속하는 방법은 텔로머레이즈(telomerase)라는 효소 발현을 증가시키는 것인데, 줄기세포 등 매우 특수한 세포에서만 가능하므로 현실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세포 분화를 막아 텔로미어가 짧아지는 것을 지연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인데, 이러한 채식이 세포 분화를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셋째, 적당한 운동이 있어야 한다. 활성산소 이론에서 비롯된 것으로, 활성산소를 없애는 항산화물질이 적당한 운동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많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적당한 정도로 꾸준히 하면 그 물질은 높은 농도로 지속적으로 분비가 일어난다. 다만 적당하지 않거나 꾸준히 하지 않으면 역효과가 일어나기도 한다. 활성산소는 호흡에 비례해 증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운동은 그 자체적으로 호흡 증가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적당하지 않은 정도이거나 이따금씩 해서 몸에 무리가 가는 운동이라면 노화가 촉진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소식(小食) 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활성산소 이론에서 비롯된 것으로, 지금까지 거론된 방법 중 가장 확실하게 검증된 노화방지 및 장수의 길이다. 음식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각종 활성산소가 신체에 비정상적인 반응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적당한 영양 공급으로 소화 기능을 최소로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기서 말하는 소식은 먹는 종류, 빈도, 양 같은 주관적인 요소가 아닌 객관적인 수치인 칼로리 감소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칼로리의 주된 주범인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섭취 조절이 가장 중요하다. 꼭 비만한 사람만 다이어트를 하는 것은 아니다. 비만한 사람이 건강을 위해서 한다면, 건강한 사람은 젊음을 위해 식이 조절을 계획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