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SH 1차 행복주택 결과를 마주하며
내가 신청한 것도 아니면서 아침부터 두근 거리는 건, 커피를 2잔이나 마셔서 일 것이다. 내 친구와 직장동료 가 이번 공고를 신청했었다. 사실 두 가정의 이야기를 들어봤을 때 공통점이 있었다면, 전혀 준비되어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신혼부부 우선공급을 논하려면 서울시 거주 만점, 청약 통장 만점 6점이 필요하다. 그런데 두 사례다 지방에 거주하다 최근에 서울에 주민등록을 옮겼고, 청약도 만점이 아니었다. 난감했다.
우선공급에서 경쟁력이 없을 경우, 추첨을 하는 일반 전형을 기대해야 되는데 미달이 아닌 이상 힘든 경쟁력이었다. 휴, 그래도 감사히 추천했던 디에이치 아너 힐즈와 솔베뉴 49형에 패를 던져 전원 서류 제출 영역에 합류하셨다. 사실 서울에 전입한 지 1달 된 사람이 서류 제출을 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 놀라운 일이었지만, 최종 결과에서는 추첨으로 두 가정 다 예비를 받으셨다.
문자가 왔다. 전 직장동료분이 먼저였다. 자신이 소개해준 친구는 같은 곳에 당첨이 되었단다. 추첨인 걸 알지만, 속상한 건 어쩔 수 없었단다. 너무나 너무나 이해가 되었다. 사실 나도 49형에서 59형 넘어갈 때, 나는 여러 번 떨어졌는데, 내가 소개해주었던 친구는 한 번에 딱 되었었다. 지금에서야 그때 거기 안돼서 감사히 더 좋은 곳으로 왔어라고 말하지만 그 당시에는 심각하게 속상했던 게 맞다.
100일 넘게 두근거리다가 결과가 당첨이 아닌 것을 알았을 때, 그 허탈감은 회복되는데 몇 주 걸린다, 차라리 전체 가점으로만 하면 서류 컷이 나왔을 때, 아 나는 예비 정도 받겠구나 예측이라도 해서 마음의 준비를 할 텐데, 이건 절반이 추첨의 영역이라서 더 당황스러운 제도이다. 그래도 추첨 물량이 있어서 그나마 타 자치구 사람도 들이댈 수 있으니 긍정적으로 보고 싶다.
이번 신혼부부 우선공급 커트라인을 보니 자치구 1순위 만점에 몇 곳에서는 심지어 생년월일 커트가 나온 걸로 보인다. 즉, 태어날 때부터 그 자치구에 쭉 살아온 것 같다. ^^. 점점 치열해지는 커트라인을 보니, 추첨 물량에 기대를 걸어야 하는 위의 두 가정을 어떻게 도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자신이 선택한 단지의 커트라인을 보시면서 아쉬워하는 걸로 끝나면 안 된다. 경쟁률이 이만큼 될 때 이 정도 커트라인이 나오는구나. 물량이 많은 쪽과 적은 쪽이 같은 자치구에 있을 때 어느 쪽이 더 컷이 낮구나. 이런 날 데이터들을 읽어내는 것을 배울 수 있는 게 결과표이다. 추첨 물량에서 예비받았으니 그냥 운이 안 좋았다고 하지 말고 다음을 준비해 보자.
사실 예비자가 되어버린 내 스펙보다 중요한 건 한 공고에 어느 정도 물량이 어느 지역에 섞여 나오는지에 대한 전체 그림이다. 예를 들어서 천왕 6단지 59형 같은 경우는 3자녀 14점이 커트라인인 적도 있었지만, 다른 59형들이 많이 나온 공고에서는 커트라인이 일반 12점까지도 내려간 적도 있었다. 그만큼 내 점수 혹은 내가 쓰고 싶은 지역만 보는 것을 넘어 전체를 보는 눈이 필요하다.
2018년 2차에서는 강남구에 여러 지역에 나뉘어서 나와서 개포에서 2순위 4점도 들어간 것으로 기억난다. 재개발 재건축으로 인한 물량이 계속 나올 테니 곧 나올 다음 공고를 기대해 보자. 아마 다음 공고 같은 경우 2018년 1차 예비자 기한이 끝나고 나서 나오므로 2018년 1차에 포함되었던 집들의 공가와 2018년 2차에 미달되었던 (예비자가 부족했던) 단지들이 대거 포함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신규가 아닌 공가들이 공고에 포함되기 시작하면 조금 더 풍성한 제도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이번 공고를 마무리하면서 아쉬운 점은 경기도 철산에 사는 신혼부부에게 신길 아이파크 39형이 가능성 있다고 추천했었다. 우선공급은 아니지만, 일반 추첨 물량으로 기대를 걸어볼 만했다. 곧 아이가 태어나서 새 집이 절실히 보이셨는데, 결단을 내리지 못한 채 신청을 안 하셨다. 경쟁률은 1.2 대 1이 나왔고, 최종 결과는 서류 부적격이 아니면 모두 당첨이 되셨다. 그 사이 아이를 낳으셨는데, 아이를 낳고 보니 새 집에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그제야 드셨던 것 같다. 늘 추천할 때는 당첨되고 그때 상황이 안 맞으면 계약 안 하시고 못 가실 수도 있지만, 일단 신청을 하세요 라고 하는데, 이번에 강권하지 않았던 것이 마음이 좀 아프다.
임대주택은 당첨이 돼도 청약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며, 당첨이 되어도 상황에 따라 계약을 못하시면 감점이나 재당첨 제한이 생기지 않는다. 일단 조금의 손바닥만 한 비구름이 보이면 폭우가 올지도 모른다는 마음에서 신청해 놀 수 있는 것이다. 어차피 안 갈 거면서 신청할 사람은 없다. 모두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다.
나는 국민임대 장기전세 행복주택을 지나오면서 당첨된 것보다 떨어진 것이 더 많았을지도 모르겠다. 떨어지거나 예비가 되면 이렇게 생각했다. "아싸, 다음번에 감점 없이 신청할 수 있어."라고 말이다. 물론 떨어진 바로 그 날 이런 마음을 갖춘 건 아니지만, 시간이 흘러 흘러 지금에 이르니, 우리 가족과 인연이 닿는 집을 거쳐왔다는 생각이 든다.
전에 SH 공사 직원이랑 이야기했을 때 최종 당첨자들의 계약률은 늘 80% 정도 된다고 한다. 1차 예비에서 그 정도 물량을 계산해서 예비 앞 번호 분들은 이사 및 재정 계획을 세워 놓으면 좋을 것 같다. 이번 공고에서 함께한 두 가정의 예비가 기쁜 소식으로 바뀌길 함께 기다리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