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테이시 Aug 26. 2023

머글 인 강남 Muggle in Gangnam

당신은 머글인가?


잘 모르겠다면, 지금부터 내 얘기를 들어보면 당신의 정체성 또한 명백해 질지 모르겠다. 나도 내가 머글인지 몰랐다. 이곳에 오기 전까진 말이다. 적어도 내가 해리포터나 헤르미온느는 아니어도, 호그와트 마법학교에 어느 단역 정도는 될 거라고 생각했다. 볼드모트를 무찌르고 마법 세계의 평화를 지키는 정도의 거대한 사명은 아니어도, 특별한 능력으로 특별한 일을 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다시 말하지만 그건, 이곳으로 삶에 터전이 옮겨지기 전까지의 이야기였다.  


내가 어릴 때 들은 강남이라는 지역은 마치 무시무시한 용 혹은 못된 마녀가 살고 있는 곳이었다. 실제 내가 기억하고 있는 강남이라는 곳을 혼자서 방문했던 첫날은 고등학생이 된 이후였고, 4호선 사당이 가 본  곳 중 최고의 번화가였던 내가 전철 7호선을 처음 타본 날이었다. 7호선이 너무 밝고 깨끗해서 강남은 전철부터 다르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날은 고3의 어느 가을날이었고, 입시가 다가오자 어머니께서는 불안했는지, 그 동안 학원에 보내주지 못해 미안했는지 강남구청에 있는 어느 학원 논술 특강반을 신청해주셨다.

웃픈 애기지만, 그 논술특강반에 처음 간 날 정계, 재계라는 단어 대신 정치판이라는 단어를 쓴 나를 선생님이 벌레 보듯 보셨던 기억이 있다. 내가 그 당시 살던 경쟁이 심하지 않던 지역에서야 나는 봐줄 만한 성적을 가진 아이였지만, 그날 그 장소에서 나는 새로운 종족이 된 느낌이 들었다. 같은 교실에 있던 그 지역출신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뭔가 다르다고 느꼈지만, 그 이질감이 정확히 뭔지는 알지 못했다.


지금은 내가 아는 그것 말이다.


인생을 살다 보면 몰랐던 것을 새롭게 알아갈 때 얻는 기쁨보다, 내가 알고 있던 작은 지식조차 얼마나 틀린 게 많은지 알아가는 좌절이 더 빈번한 것 같다. 아, 그리고 새로운 것을 알게 된다는 것이 꼭 기쁨을 주거나 성취감을 주지는 않는다. 다만 고맙게도 깨달음은 준다. 미지에 세계였던 강남을 알고나서야, 내가 머글이었다는 사실을 명백히 깨닫게 되었던 것처럼.


지금 이 글을 쓰는 내게는 나의 명백한 정체성처럼, 명백한 잘못이 하나 있다. 나는 내손으로 머글로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저버렸다. 너무 큰 호기심을 가진 탓에 9와 3/4 승강장을 봐버린 것이 그것이다. 그리고 부끄럽지만 한 가지 잘못을 고해성사하자면, 믿었다. 나도 열심히 노력하면 언젠가는 저 벽을 통과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