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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시 Mar 31. 2020

집순이의 일요일

생각 없이 쓴 글

오랜만에 여유로운 하루를 맞이하고 있다. 

보통 일요일엔 느지막이 일어나서 대충 고양이 세수만 하고 방에 돌아와 TV부터 켠다. 

주로 챙겨보는 TV 프로그램은 금, 토에 방영하는 데 난 이것들을 모아뒀다 일요일에 몰아보기 하는 걸 한 주의 의식처럼 여긴다. 

나 같은 집순이에겐 너무나 행복한 의식이 아닐 수 없다.
다음 날 혼자 방콕하고 놀 생각에 전날 밤부터 설레곤 한다. 


오늘도 오전부터 두 개의 긴 의식을 치르고 나니 남은 낮엔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금요일에 하다만 회사 일을 할까, 포트폴리오 작업을 할까 하다가 

아무래도 이보다 난이도가 낮은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오늘 할 일이 꽤 많구나. 

에잇, 인간에게 주어진 주말은 왜 이틀뿐인가 3일이면 딱 좋겠는데…. 라고 생각하며 전기 포트에 물을 올렸다. 


지난겨울 제주도 여행 중 들린 오설록에서 산 '벚꽃향 가득한 올레' 티백을 

가지고 있는 제일 큰 머그잔에 우리기 시작했다.

향이 많이 먹어본 풍선껌 같고 향긋하다. 

너무 뜨거운 건 못 마시니까 잠시 식혀두는 참에 노션을 켰다. 


나에게는 또 하나의 생활 습관이 있는데, 바로 가계부 정리다. 

오늘은 3월 마지막 주를 기념해 이번 달 소비내용을 정리해볼 참이다. 

요즘은 뱅크샐러드다, 브로콜리다 훌륭한 자동화 가계부 서비스가 많지만 아직은 수동으로 직접 정리하는 걸 즐기고 있다. 

언제 디지털 서비스에 정착할진 모르겠다. 

핀테크 서비스는 그 서비스가 아무리 좋아도 가입부터 공인인증서 등록까지 견디는 게 참 병목이다. 

예전에는 이 정도 불편함쯤이야! 하며 그럭저럭 잘 참고 썼던 것 같은데 이젠 불편한 걸 참고 쓰는 게 너무 불편하다. 

프로덕트 디자이너라는 직업 덕에 내가 참을성이 부족한 사용자가 된 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노션에 수동으로 기입하는 건 안 불편하냐고? 당연히 귀찮다.
하지만, 나는 기록충이라서 이런걸 놀이처럼 재밌어한다. 

그리고, 하나하나 돌이켜보면서 반성하기에는 이만한 게 없는 것 같다. 

반성마저도 귀찮아질 즈음 관두겠지?


다시 가계부 얘기로 돌아오자. 

재작년까지만 해도 구글 스프레드시트에 작성했는데, 노션에 테이블 기능이 생기고서부터 갈아탔다. 

각각의 리스트를 멀티 태깅해가며 정리할 수 있어서 훨씬 지출 관리에 용이하다. 

최근에 페이스북을 떠돌다 누군가 노션 가계부 템플릿을 공유한 글을 보았는데, 

조금 전 그 템플릿을 찾으려고 페이스북을 접속했다가 금세 본래의 목적을 잊고 타임라인을 정독하고 있는걸 깨달았다. 


그렇게 약 15분의 시간을 순식간에 흘려보냈다. 

홀짝이던 차도 절반이나 마셨네. 뜨거운 물을 리필하러 자리에서 일어나다가 역시 페이스북은 위험하다고 생각했고, 이 상황을 한 번 글로 써보고 싶어서 지금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것도 글이라고 할 수 있나? 의식의 흐름이란 정말 걷잡을 수 없다

템플릿은 아직도 못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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