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에게 혼난 날

by B급사장님

사실 2022년부터 나의 삶은 혼란 그 자체였다.

4~7년을 함께한 두 팀장의 퇴사, 갑작스러운 이별, 자타공인 법 없이도 사는 사람이 무색해져버린 송사들, 현실도피적인 음주 생활, ... 약속을 잡았다가 펑크내고 잠수 타고, 회사 출근 안 하고, 아침부터 술 먹고, 넷플릭스 디즈니 쿠팡플레이는 물론, 나중에는 윌라 오디오북에도 중독되었다.


최소한의 회사일 빼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때였다.

고맙게도 그 와중에 회사는 돌아가고 그 중심에 창립멤버이자 23살 첫 직장에서 만난 20년지기 선배인 우리 이사님이 있었다.


우리 이사님은 100% 극F의 사람으로, 2022년의 내 아픔을 진심으로 공유하고 위로하고 나 대신 버텨주었다. 직원들 모두에게 신경쓰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괜찮아? 견딜 만해? 내가 더 챙겨줄게...


그러던 이사님이, 며칠 전 "벌써 3년째인데, 도대체 왜 아직도 제자리야? 왜 회사는 안 나와? 왜 본인이 하겠다는 일을 안 해? 왜 자꾸 말을 바꿔?"라고 한소리 하시는 거다. 출장 가는 차 안이었는데, 도망칠 곳도 없는 그 공간에서 비로소 정신을 차렸더랬다.


사실 "이제 정신을 차렸어, 주 3일은 꼭 출근할게!" 한 게 몇 개월 전이기는 했다. 그러다가도 준비한 프로젝트가 떨어지면 또 며칠 잠수, 디스크 통증 때문에 또 잠수, 인턴들이 마음에 안 든다, 몸살기운이 심하다, 점심 미팅이 있다... 핑계도 가지가지. 도대체 왜 이렇게 회사 나가기 싫고 또 직원들 마주치기 괴로운 걸까, 왜 여전히 나는 사장인 걸까.


그런데 없었던 정신이 순식간에 돌아왔다! 갑자기 일이 막 들이닥치는데 회사에는 더 이상 PM할 수 있는 사람이 없고, 3년째 실무에서 손 떼고 경영(이라 부르고, 사실 월급 주고 세금계산서 끊는 일)에 집중했던, 진짜 나밖에 없었다.


"그래, 그럼 내가 할게" 하면서 3개 프로젝트를 맡기로 했는데, '세상에서 가장 일 잘한다'는 장대표는 어디 갔는지, 도대체 일정은 어떻게 짜야 하는지, 외주자는 누구에게 맡겨야 하는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영 감이 안 잡히는 거다.

그래도 나름 월요일 출근, 화요일 야근, 수요일에는 2시간 얼굴 비춤, 하면서 '주5일 출근 꼭 지키자!' 했는데, 사실 진짜 나는 간절기면 몸살기운을 달고 산다. 도저히 아침에 일어날 수 없어서 겨우 12시에 출근했는데 아차, 내가 "목요일 아침에 팀장들 일정 회의 합시다!" 했던 걸 잊고 있었던 것이다. 진짜 열심히 하기로 마음먹었던 내가, 이사님에게 '다시 열심히 일하는 사장이 되겠다'고 선언한 지 2주밖에 채 되지 않은, 바로 오늘 말이다!


우리 직원들은 나에게 진심으로 화를 낸다. 그리고 나는 그럴 수 있는 사장인 게 무척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 복잡한 심리는 나중에 또 썰을 풀 텐데, 여하간 이사님께 한차례, 실장에게 한차례.... 욕을 먹고 나니까, 약간 다시 태어나는 느낌이다. 하.하.하.


회원으로 가입한 지는 벌써 한참, 마침 간만에 통화한 지인이 속내를 털어놓은 자신의 브런치 글을 보내주었고, 나는 참으로 마음이 따뜻해졌고 직원에게 욕먹고 있는 사장의 삶을 좀 공유해볼까, 싶어진 것이다. 할일이 많은데 책상정리부터 시작하는 입시생처럼, 일하기 직전의 에너지를 불태우는 것 같기도 하다.


오늘은 이제 그만 퇴근해야겠다. 내일도 열심히 일하겠다고 다짐하면서,

제발.... 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고 우리 이사님과 직원들이 화를 좀 풀어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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