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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명 Apr 21. 2019

쓸까말까 하다가 쓰는 글

감정에 대해 열심히 이야기하다가 문득 폰을 보았다. 아는 분이 감정에 대해 글을 썼다. 마침 나도 내 감정에 대해 생각하던 중이라 한번 적어본다.


내게 있어 감정은 자기 방어를 위해 차단하는데 익숙한 것이다. 어릴 적부터 내 감정을 내비쳐서 그다지 득본 적이 없다. 표현하면 연약한 존재로 전락했다. 울고 있으면 그 누구도 '무엇이 너를 이렇게 슬프게 했니?'라고 묻지 않는다. '왜 울어?'라고 하지. 그렇다. 우는 것은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다. 나는 슬퍼서는 안되는 인간이다. 


슬프고 두려워 해야할 일이 너무도 많았고 그때마다 눈물을 흘렸다. 그런데 언제서부턴가는 눈물이 부자연스러워졌다. 왜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이게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확실한 건, 우울할 땐 글이 많이 나왔는데 행복한(적어도 그렇게 생각하는) 지금은 글을 쓰고 싶지가 않다. 책도 안읽는다. 이게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어쩌면 글 쓰고 책 읽는 것은 공허함과 우울감을 달래려는 나의 방어 기제였는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행복하니까 그럴 필요가 없다. 별로 공허하지도 않고 우울하지도 않으니까. 근데 나는 글 쓰고 책 읽는 내가 좋다. 근데 그러기에 제일 좋은 기폭제는 공허와 우울이다. 글 쓰고 책 읽는 나를 만들기 위해, 나를 다시 나락으로 던져야한다니. 


지금의 나는 약간 전보다 멍청한 거 같긴 한데 행복하다. 

딱히 멍청한 나를 긍정하는 멍청이가 되고 싶은 건 아니었는데....... 뭐 어떻게 해야하지. 


대신 하고 싶은 다른 일들은 생겼다. 단지 글과는 연관이 안될 뿐이지 꽤 건강한 일들이다. 그럼 된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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