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한 나를 좋아하고 싶어 #1

언제부터일까?

by 계단

"어떻게 컸는지도 모르게, 소리 없이 컸어.'


옷 먼지 수북한 공장 한 켠에 우리집, 아니 우리방이 있었다. 솔직히 기억이 나서 아는 건 아니고 들어서 알고 사진으로 봐서 아는 것이다. 워낙 어렸고, 집이자 일터였던 그 공간은 화재로 몇 안 되는 부모님의 기억과 사진 몇 장을 남긴 채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TV 만화영화에 푸욱 빠져서 손에 들고 있던 아이스크림이 녹아 흘러내리는 줄도 모르던 오빠. 이미 아이스크림 하날 다 먹고 오빠의 아이스크림을 몰래 한 입 베어 물고는 문 뒤에 가서 숨은 나. 부모님의 기억 속에 저장된 우리방 에피소드다. 화재 이후 어렵게 작은 일터를 다시 일궜고, 부엌이 딸린 작은 셋방도 얻었다. 1층 대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오른쪽으로 꺾어 들어가면 방 하나와 부엌이 있었던 것 같다. 네 가족이 나란히 누워 이불을 덮고 자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하시던 (그리고 지금도 같은 생활 패턴을 유지하고 계시는 성실하신) 부모님은 내가 '알아서 큰 아이'라고 자주 말씀하신다. 예전에는 '내가 그렇게 성숙했었다는 뜻인가?'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관점이 바뀌어서 부모님이 안쓰럽다. 시끄러운 기계소리와 단추, 실, 옷더미 속에서 어쩌면 우리 남매의 울음소리도 잘 기억나지 않을 만큼 정신이 없었고 바쁘셨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 많이 듣고 자란 이야기 중에 이런 말이 있다.


"넌 (엄마를 닮아서) 너무 예민해."


들으면 마음이 참 답답해지는 문장이다. 누가 누구에게 어떤 상황에서 한 말인지에 따라 겨냥하는 바가 달라지긴 하지만 어쨌든 비난조인 건 부인하기 어렵다.


언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 순간순간의 감정이 조금씩 쌓여서 나 자신을 괴롭혀온 것만은 분명하다. 하나하나 의문을 가져봤자 이미 외부의 시선과 판단이 종료된 상태여서 말문만 막힐 뿐이었다. 나로서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의 진지한 문제였지만 의문을 갖는 것이 마치 나 자신을 부정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회피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사회생활과 결혼 생활을 하면서 어린 시절과 말의 전후 맥락에 대해 관심을 갖고 접근하게 됐다. 그리고 조금씩 자유로워지는 경험을 하고 있다.




수많은 노래 중에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노래 (가사)가 없어서 서운하기도 하고, 언젠가 그런 노래를 직접 만들겠다는 꿈만 꾸고 있었는데 악뮤의 노래가 있어서 큰 위로가 되고 이런 뮤지션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 AKMU(악뮤) - DINOSAUR


나의 옛날 동네

옛날 동네 반지하 빌라엔

네 가족 오순 도순

오순 도순 잘 살고 있었네…

네 가족이 다 같이

따스한 이부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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