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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수 Jul 26. 2024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요?

#1.

장인어른이 모 기업 파이프 사업부 책임자에 계실 때, 퇴직하는 후배 A 씨가 파이프 대리점을 낼 수 있게 도왔다. 끈이 있으니 대리점 사업은 순탄하게 커갔다. A 씨는 명절이면 황태포를 보내왔다. 어느덧 장인은 퇴직했고 작은 거래업체 두 곳의 대표를 거치신 후 현직에서 물러났다. A 씨는 은혜를 잊지 않았지만 황태포 가격이 오르면 개수를 줄여 보내는 인색함이 있었다. 고마운데 밉다고 할까. 장모님은 세월 지나 보니 월급 사장보다 대리점 주인이 훨씬 났구나 깨달았다 하신다.

장인께서 심장이식하신 후 후유증으로 입원을 두 차례 하셨다. 두 번째는 심각했다. 장례에 필요한 일들을 알아보고 마음의 준비를 했다. 다행히 아버님은 퇴원을 했고 조금씩 나아지고 있으시다. 최근 A 씨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왔다. 갑자기 쓰러졌다 한다. 아버님은 인생 참 알 수 없구나 하신다.


#2

벤처 신화로 불린 미래산업의 창업자 정문술 회장의 부고가 신문에 났다. 국정원을 다니던 정회장은 모 사건에 휘말려 40대 초에 쫓겨났다. 사업하다 실패하고 죽으려 했다. 다시 죽자사자로 키운 회사가 미래산업이다. 자녀에게 자리도 재산도 물려주지 않았다. 카이스트에 몇백억을 기부했다. 부자인 채로 죽는 것은 너무나 부끄러운 짓이라고 한 앤드루 카네기의 말을 새겼다. 유산은 독이라고 여겼다. 그도 갈등이 있었지만 자녀들이 따랐다.


#3

신문의 다른 면에는 정치인을 꾸짖는 칼럼이 실렸다. 권력, 돈, 명예 그중 하나라도 있으면 우린 성공했다 말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정치인에게 이 모든 것이 집중된다. 뉴스 카메라 앞에서 그들은 국민을 핑계로 서로를 헐뜯는 쇼를 하고 자리를 나눠갖는다. 정치를 없앨 수는 없지만 특혜는 없애야 한다. 가끔 드물게 바보 같은 정치인이 있다. 우리는 그/그녀를 오래 기억한다.


#4

아버지께서 올해 만 83세이시다. 공장 노동자로 정년퇴직하고 공공기관 지점의 경비원을 하신 후 은퇴하셨다. 맨 몸으로 살아오신 부모님은 부족한 살림에도 우리가 부족하다 느끼지 않게 키우셨다. 부자 부모님 둔 아이들이 부럽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동네 시장에서 사주신 짝퉁 메이커(유명브랜드란 뜻) 가방을 군소리 없이 들고 다녔다. 대학 공부 지원하려고 퇴직금 중간정산받으셨다는 걸 나중에 알고는 죄송했다. 대학 이후로 우리 남매는 부모님께 기대지 않고 나름 잘 살고 있다. 부모님도 자식에게 기대지 않으신다.

아버지는 여전히 머리카락이 검고, 몸집은 커지셨지만 매일 운동하시고 얼굴이 밝으시다. 하루 세끼 다 챙겨주는 어머니 덕도 크다. 어머니는 아버지 밥 챙기다 보니 끼니를 거르지 않는다. 아버지와 달리 활발한 성격인 어머니는 동네 분들과 즐겁게 지내신다.


#5

성공의 기준을 생각한다.

돈이 풍족해도 마음이 가난하다면. 명분과 타이틀 뒤로 썩은 내가 난다면.

이것도 돈, 명예, 권력에 국한한 생각이다. 인생의 가치는 다채롭다. 따뜻했던 사람. 소박했던 사람. 건강한 에너지를 뿜었던 사람. 내게 꿈을 심어준 사람. 다정했던 사람. 어깨를 빌려준 사람. 약속을 어기지 않았던 사람. 거짓말하지 않았던 사람...


당신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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