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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담과 고요 Feb 26. 2024

자꾸만 회피하는 삶은.

과연 나아질 수 있을까

무기력한 생각이 들 때, 내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도저히 갈피가 안 잡힐 때 나는 현실을 외면한다. 내가 얼마 남지 않은 이십 대를 허송하고 있다고 느끼지만 치열하게 성공을 쟁취하려고 달려들지도 않는다. 


왜 그럴까. 


이 땅에서의 성공에 대해 회의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까. 나는 직장 생활을 버티지 못해 반년도 안되어서 때려치웠는데, 백수 생활도 견디기가 힘들다. 내가 버리는 시간들이 진심으로 아까운지도 잘 모르겠다. 아직 비빌 언덕이 있어서 그런 것인가. 부모님 집에 얹혀살며, 드는 돈이라곤 밥값, 교통비, 음악 스트리밍 값 정도라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자꾸 회피하려 하는 내 태도는 우울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전문적으로 상담받지는 않았지만, 스스로 진단을 내리면 그러하다. 아니면 운동을 하지 않은 데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체력이 떨어지니 아무것도 하기가 싫고, 운동할 의지력도 약화되는 것이다. 운동을 하지 않아 정신이 약해지고, 정신이 약해지니 운동을 하기가 어려운, 연쇄적인 악순환이다. 글을 쓰려 할 때도, 집중력이 달리니 오랫동안 스토리를 생각할 수 없다. 이야기가 있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도 에너지가 드는 일이라, 뇌를 비우고 볼 수 있는 숏폼에만 집착한다. 


아마 여러 청년들이 이 무기력감을 공유하고 있을 것이다. 개인은 점점 외부로부터의 직접적인 위험에서 벗어나고 있지만, 손안에 있는 기계에서 비롯된 우울감과 무기력감에 너무나도 취약해져 간다. 몇 초의 집중력을 앗아가는 숏폼 콘텐츠를 하루에도 수백수천 개를 소비하니 아무리 뛰어난 뇌라도 멍청해질 수밖에 없다. 긴 호흡을 가진 책을 읽고, 글을 쓰면 내 인생이 지금보다 충만할 텐데. 아름다운 것들만 보기에도 짧은 인생이라고들 하는데, 나도 이 진리를 아는데 왜 이렇게 자꾸만 드러누워 쓰레기 속에서 부유하나. 


그러나 다시 애를 써보자. 


내가 바라는 삶, 살고 싶은 삶이 무엇인지 나는 정확히 알고 있다. 적어도 지금 내가 영위하고 있는 삶은 아님이 확실하다. 예술가가 될 수는 없어도, 예술 언저리에 머물겠다는 다짐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리고 예술 언저리에 머물고자 하는 것도 실은 대단한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아름다운 글과 재미있는 이야기, 사람을 향한 사랑과 믿음. 이런 게 없으면 도무지 살아도 산 것 같지 않다. 산 것 같지 않은 하루가 쌓이면 어느 날 나는 허여멀건 죽처럼 이 시대의 바닥을 핥고 있을 것이다. 정말 제대로 살고 싶다. 스스로 나를 구할 수 있나. 나는 스스로를 구할 수 없다. 그렇다면 어디에 가서 내 증상을 호소해야 하나. 답은 이미 알고 있다.


해야 할 일에 집중하자. 무엇을 해야 하나. 양질의 글 읽는 것도 멈추지 말아야 한다. 양질의 글이 내 삶을 더욱 단단하게 빚어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내가 접하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당연히, 인스타나 유튜브에 올라오는 쓰레기 같은 숏폼 콘텐츠다.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데 전력을 다하는 콘텐츠다. 뉴스와 커뮤니티 글도 그만 보자. 이것도 숏폼 콘텐츠와 비슷한 맥락이다. 뉴스나 커뮤니티 글을 보며 행복한 적은 극히 드물다. 대신 걱정스럽고 혐오스러운 적은 셀 수 없이 많다. 그렇다면 그런 것은 보지 말아야 함이 자명하다. 


이제 됐다. 나는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모두 안다. 


핸드폰에 있는 쓸모없는 앱을 지우자. 인스타그램은 진짜 고민된다. 가끔 노래 영상을 올리고 싶을 때도 있고,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공연 소식도 볼 수 있고, 친구들의 근황도 엿볼 수 있으니 말이다. 시간제한을 두고 인스타는 하지 말 것. 네이버 뉴스는 클릭하지 말 것. 매일 아침 들어가서 기분 잡치고 나오니 이보다 가성비가 안 좋은 콘텐츠도 없다. 


조용하게 기도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나를 돌아보는 것. 몸을 챙기는 것. 더 이상 잠을 이길 수 없을 때까지 폰을 붙들다가 잠들지 말 것.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는 것보다, 정해진 시간에 잠드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 것.


다시 긍정적인 문장으로 바꾸자. 정해진 시간에 잘 것. 몸을 챙길 것. 기도할 것.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나를 돌아볼 것. 좋은 콘텐츠에 시간을 쏟을 것. 나를 소중히 생각하며 내 인생을 감사할 것. 주변 사람들에게 친절할 것. 나를 솔직하게 드러낼 것. 나를 기쁘게 하는 사람들만 곁에 둘 것. 삶을 사랑하자. 글을 쓰니 정신이 건강해진다. 어찌 보면 인생은 이렇게나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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