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물품세의 도입
블루헤븐 주민들은 필요에 의해 담을 쌓고 그 안에 모여 살고 있지만 원래 주민들은 여러 지역에 흩어져 살고 있었다. 따라서 주민들은 블루헤븐 영토 밖 식량을 구할 수 있는 지역을 잘 알고 있다. 그런 까닭에 주민들은 블루헤븐 내에서의 곡식생산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큰 위험이 없다면 담장 밖을 벗어나 인근의 산에서 나는 과실의 채집, 짐승사냥, 물고기 낚시, 그리고 다른 인간들과의 교역 등을 통해 식량을 다시 조달하기 시작했다. 이 말은 블루헤븐 내의 토지가 유일한 식량생산 수단이 아니라는 뜻이다.
요즘 블루헤븐의 최고의 인기템은 커피, 설탕, 소금, 비단이다. 몇 명의 주민들만이 외부와의 교역을 통해 블루헤븐 안으로 위 물품들을 공급하고 있다. 이 품목들의 생산량이 워낙 적은 탓에 블루헤븐으로 유입되는 양도 지극히 적다. 따라서 인기템의 가격은 매우 높아 재력이 뒷받침되는 일부 주민만 마음껏 살 수 있었다.
한편, 세금의 용도가 점차 확대되다보니 세금수요도 커져갔다. 얼마 전에도 다리를 더 지어야 한다는 일부 주민들의 민원으로 주민대표회의가 소집되기도 했다. 세금이 부족한 탓에 주민대표들은 현재 토지 1제곱미터당 5헤루로 매겨지는 세금을 7헤루로 올리는 증세안을 마련하였다. 주민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전체주민회의를 소집했다.
주민대표들은 자신들이 마련한 안건이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막상 회의를 시작하자 많은 주민들이 이 안에 대해 반대하였다. 그 이유는 공평하지 않다는 것이다. 리버스(Reverse) 씨가 안건에 반대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세금부과기준으로 토지가 적정하다는 것은 이미 옛날이야기가 됐소. 내 이웃인 트레이더 씨는 토지를 나보다 적게 소유하고 있지만, 블루헤븐 밖에서 수확하는 과일과 사냥으로 잡는 짐승들을 팔아 나보다 돈을 더 많이 벌고 있죠. 그런데 토지에만 세금을 매기면 트레이더 씨보다 오히려 내가 더 세금을 내게 된단 말이지. 이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
리버스 씨의 발언이 끝나자 여기저기서 ‘옳소!’라고 외치기 시작했다.
여기서 리버스 씨의 발언을 다시 정리해보자. 당신은 블루헤븐이 처음 생길 때 주민들이 토지를 균등하게 소유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할 것이다. 현대사회와 달리 블루헤븐에서 토지는 개인의 부(wealth)이면서 동시에 소득창출의 주된 원천이다. 물론 사냥이나 낚시를 통한 식량의 획득, 야생식물의 채집 등도 마찬가지로 소득이 될 수 있지만, 공동체 초기에는 그 비중이 아주 미미했었다. 그러한 경제구조, 다시 말해 모든 주민이 똑같은 면적의 토지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1인당 똑같이 100헤루를 세금으로 내는 것은 실로 공평하다. 따라서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