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전쟁의 발발과 소득세의 탄생
블루헤븐에는 여러 명의 주민대표가 있다. 그 중 마리우스 씨는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자로 평소 주민들로부터 높은 존경을 받고 있다. 공동체 건설 초기 여러 전투를 모두 승리로 이끈 전사이기도 하다. 그가 가진 유일한 단점은 아주 가끔 말릴 수 없을 정도로 고집스러운 성격을 가졌다는 것이다.
‘말릴 수 없다’는 이유로 마리우스로 명명한 것이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들었을 것이다. 합리적인 의심이기는 하나 사실과 다르다. 가이우스 마리우스(Gaius Marius)는 고대 로마의 유명한 집정관 중 하나로 그는 군인이자 정치가였다.
마리우스 씨는 시간을 더 지체했다가는 레드블러드에 의해 공동체가 전멸할 것으로 판단했다. 슬픈 예감뿐만 아니라 전사의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더는 지체할 여유가 없다. 마침내 마리우스 씨는 평소 즐기던 값비싼 산양우유가 담긴 잔을 벽에 집어 던지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주민전체회의를 소집하였다. 그리고 다음의 안건을 전체 주민투표에 부쳤다.
세금은 기존 부과체계에 더해 ‘모든 소득’에도 부과하며 세율은 10%로 한다. 단, 전쟁이 끝나면 소득세는 즉각 폐지한다.
1. 여기서 말하는 ‘소득’은 회계학에서 말하는 ‘수익’과 같은 개념이다. 소득, 수익, 이익에 대한 설명은 뒤에서 따로 보기로 한다.
2. 1799년 당시 영국의 수상이었던 William Pitt가 도입한 영국 최초의 소득세의 세율이 10%였다.
‘모든’ 소득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강력한 현실적인 한계가 가로막고 있음을 당신은 잘 알고 있다. 회의장은 야유와 고성으로 뒤덮였다. 지나치게 흥분한 일부 주민은 마리우스 씨의 상징과 같은 산양우유 대신 산양의 배설물을 회의장에 마구 뿌려댔다.
오늘날 소득세는 대표 세목(稅目) 중 하나로 현실의 당신에게 너무나도 친숙하다. 그래서 저런 반응이 다소 의아하기도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가 3대 세목을 구성한다. 2018년 말 현재 이러한 세목 외 22개 세목이 더 있다.
그러나 지금 보고 있는 블루헤븐의 회의장에서와 같이 소득세는 인류의 역사에서 한때 최악의 제도로 치부되던 감추고 싶은 흑역사를 가지고 있었다. 소득에 세금을 매기기 위해 개인의 내밀한 사생활을 누군가가 들여다보는 것을 과거 사람들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것이다. 또 기술이 고도로 발달된 현재와 달리 과거의 국가가 개인의 소득을 온전히 파악하는데 여러모로 극복하기 힘든 현실적 한계가 있었다.
이는 곧 소득을 감춰 세 부담을 낮출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하고, 필시 납세자 간 갈등을 낳을 수밖에 없었다. 과거 영국이나 독일, 미국 등에서 소득세가 다급한 위기상황에서 깜짝 구원등판 했다가 소명을 다하고 서둘러 퇴장했던 것도 대체로 위와 같은 이유에서였다. 블루헤븐에 앞서 도입된 토지세와 물품세가 비교적 수월하게 도입될 수 있었던 것도 모든 소득에 부과되는 세금과 달리 세원(tax base)을 은닉할 가능성이 낮았기 때문이다.
아무튼 고집 센 우리의 마리우스는 자신의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전쟁에 절대 나가지 않겠다고 배수진을 친 까닭에 누구도 마리우스를 말릴 재간이 없었다. 일촉즉발의 상황이었으므로 어쩔 수 없이 주민들은 마리우스가 제안한 소득세를 받아들였다.
대신 양심에 따라 빠짐없이 소득내역을 주민대표회의에 제출하기로 하고 ‘재산 일제조사기간’을 정해, 주민대표회의가 표본으로 일부 주민들을 뽑아 성실납세여부를 확인하는 검증작업을 거치기로 했다.
과거 영국의 Pitt 수상이 도입한 소득세는 자발적인 신고에 의해서만 납부하도록 짜여 있었다. 그런 까닭에 탈세와 조세회피는 필연적인 결과였다. 당초 예상했던 세수에 훨씬 못 미치게 세금이 징수되어 사실상 실패한 세제개혁으로 평가되고 있다.
아무튼 소득세 도입으로 확충된 재정으로 블루헤븐은 군수물자와 식량을 목표치만큼 충분히 마련할 수 있었다. 모든 준비가 끝나고 이제 남은 것은 결사항전뿐이다. 마리우스는 흉갑을 힘껏 조이며 중얼거렸다.
벌써부터 피 비린내가 진동하는군! (영화 ‘의형제’(송강호, 강동원 출연)의 남파간첩 ‘그림자’의 대사 中)
< 3. 전쟁의 발발과 소득세의 탄생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