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영화의 미덕
‘무빙’ 시리즈가 대세라는 건 나중에 아이들을 통해 들어서 알았다. 나는 원작 웹툰도 몰랐고 강풀 작가도 잘 몰랐다. 어느 날 무심코 시리즈 첫화를 보고 나서 12화까지 며칠 만에 몰아보게 되었고, 그 뒤로 매주 2화씩 공개되는 수요일을 기다렸다. 왜 나는 이렇게 ‘무빙’ 시리즈에 꽂힌 걸까? 지난주 완결 편까지 나온 세편을 첫날 몰아보고 둘째 날 다시 복기하기까지 하였다. 이제 볼 드라마가 없어 다시 무료하다.
이 드라마를 보는 내내 떠올랐던 영화가 있었다. 바로 픽사의 전설적인 걸작 ‘인크레더블’ 시리즈다.(그중에서도 1편은 정말 최고다) 픽사의 명작 리스트를 꼽자면 토이스토리, 업, 카, 니모를 찾아서, 몬스터주식회사, 코코 등등 헤아릴 수 없겠지만 나는 그중에서도 인크레더블을 제일로 친다. 각자의 취향이 있으니 나의 순위를 비난할 수 없다. 이중 어느 작품이 누군가에게 1위여도 나는 토를 달 수 없다.
‘무빙’ 이야기를 하려다가 ‘인크레더블’로 빠진 것은 두 작품의 놀라운 공통점을 발견해서다. 눈치챘겠지만 둘 모두 초능력자를 소재로 하지만 사실 가족을 주제로 하고 있다. 그래서 닮았다. 물론 인크레더블이 미국 사회의 지극히 일반적인 중산층 가정의 풍경을 그렸다면 무빙은 한국사회의 소외받는 가정을 담고 있다. 그래서 인크레더블은 유쾌하지만 무빙은 그렇지 않다. 슬프고 마음이 아린다.
무빙의 남녀 주인공은 모두 편모, 편부 슬하에서 자랐다. 그 반의 반장은 부모가 모두 계시지만 아빠는 지적장애가 있는 전과자다. 이 셋의 공통점은 모두 자영업자의 자녀들이다. 거기서 그들은 동질감을 느낀다. 돈가스, 치킨, 슈퍼마켓… 그 설정은 분명 작가의 의도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비중으로는 주류이지만 실제로는 그런 대접을 받지 못하는 영세 자영업자와 그들의 아이들이 주인공이다. 물론 그 아이들과 부모들은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다르게 어마어마한 초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당당하다.
이 작품이 판타지인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대한민국의 소외받는 비주류 가정의 구성원들이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 아닌가? 그 판타지가 대중에게 어필되었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있다. 이 시리즈의 압권은 초능력자들의 액션장면도 주인공 아이들과 부모들의 로맨스도 아니다. 적어도 내가 몰입한 지점은 좀 달랐다. 이 작품에서는 부모가 아이를 지키고 아이가 부모를 구한다. 이 놀랍고 눈물겨운 서사가 나를 울리고 말았다. 무빙을 보며 눈물을 흘린 건 과연 나에게만 적용되는 일이었을까?
강풀 작가의 웹툰을 본 적이 없지만 나는 그의 서사에 감동하고 말았다. 그가 나와 동년배라는 사실에 위안을 얻으며 시즌2를 고대한다. 그때까지 나는 지구 대신에 내 아이들을 지키고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