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불행에 진심으로 불안을 느낀다면,

50대로서 자격이 있는 건지도

by 낙산우공

5년쯤 전부터 우리 집 반려견(호두)의 주치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계신 동물병원 원장님이 있다. 반려동물 천만 시대, 믿음직한 동물병원 하나가 동네에 있는 건 큰 도움이 된다. 타고나기를 간과 콩팥이 안 좋아 결석 수술만 5년 동안 세 차례나 해야 했던 우리 집 호두는 이 분을 매우 싫어하지만, 그리고 그 사실을 이 분도 매우 잘 알고 계시지만 우리 가족은 이 분만큼 신뢰가 가는 수의사를 찾기 어려워 이사를 포기했을 정도다.


언제나 밝고 친절하시며 조금 수다스러울 만큼 아이의 건강상태에 대해 상세히 말씀해 주시는 이 분은 50대 중반의 나보다 서너 살은 많아 보이지만 패션감각과 신체비율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진료복을 입기 전에 출근하는 모습을 몇 차례 보고 나서야 우리 가족 모두가 인정한 사실이다. 이분은 진정한 꽃중년이다. 그런 그분의 반전매력은 고급진 인상(?)과 달리 매우 소탈하고 강아지에게 진심이라는 것. 무엇보다 우리 가족과는 아주 끈끈한 유대감을 유지하고 있다.


호두의 배를 무려 세 번이나 가르셨던 분인데 이제 이 분이 아니면 누구에게도 호두의 수술을 맡기기가 불안하다. 물론 다시는 수술을 하지 않기 위해 철저한 식단관리와 주기적인 검진을 하고는 있지만 말이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이분의 신상에 무언가 안 좋은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 병원으로부터 갑자기 1주간 휴진한다는 문자를 받고 가족동반 해외여행이라도 다녀오시나 했는데... 휴진일정이 차일피일 미뤄지다가 한 달 만에 복귀를 하셨다.


매달 약을 처방받고 최소 두 달에 한 번은 초음파검사를 받는 우리 입장에서는 걱정이 되는 일, 혹시 어디가 아프신 게 아닌가 하여(그럴 의심이 드는 연배이기에) 아내가 병원에 전화를 해보기까지 하였다. 다행히 건강 상의 문제는 아니고 개인적인 사정이라는 답변에 안도를 하였는데 지난달 진료를 받으며 본인이 아니라 배우자 분이 아픈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이 들만한 이야기를 들었다. 집에 있는 고령의 반려견을 직접 수술했는데 집에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챙겨주고 나오느라 늦었다는...


장성한 아들만 둘에 고령의 반려견(이분이 '우리 딸'이라 부르는)과 아내와 살고 있는 사정을 알고 있기에 아무래도 지난해 장기 휴진의 원인이 배우자의 건강문제가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고 있던 차, 급기야 오늘 다시 무기한 휴진에 들어간다는 문자를 받았다. 5년 동안 이런 일이 한 번도 없었고 우리가 다니기 전부터 아주 오랫동안 동네에서 좋은 평을 받으며 자리 잡아온 병원이기에 아무래도 개운치 않은 기분을 지울 수 없다.


좋은 분으로 오랜 시간 인연을 맺어왔기에 각별한 친분을 맺은 관계는 아니라도 걱정이 되는 건 인지상정일 터, 꼭 내 반려견의 주치의라는 이유 때문은 아니었다. 내가 작년부터 그분의 근황에 유난히 관심과 걱정을 보내고 있는 것은 그저 우리 반려견의 주치의에 대한 걱정이라기보다는, 성실하고 다정하며 인간미 넘치는 한 사람이 겪고 있는 고난에 대한 공감이었다.


시련을 겪어본 사람만이 공유할 수 있는 무언가가 내게서 올라왔다. 그분의 배우자가 혹여 큰 병에 걸려 병원에서 장기치료를 받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걱정이 드는 이유는 느닷없이 그런 일(가족의 시련)을 당해 본 나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우려와 근심이었다. 그저 염려했던 일이 아니기를, 그래서 다시 밝은 모습으로 복귀하기를, 그리고 우리 호두를 아낌없이 치료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그분을 멀리서나마 응원해 본다.


좋은 사람이라고 늘 좋은 일만 생기지 않는다. 그런데 좋은 사람들은 힘겨운 일이 생겨도 티를 내지 않는다. 우리 동네 반려견, 반려묘의 든든한 동반자 YDS 원장님의 댁내에 평안과 행복이 함께 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