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교육이 없는 까닭은?

부모 잘못 만난 것은 그저 운명인가?

by 낙산우공

과거에는 버릇없는 아이들을 보면서 부모가 자녀교육을 어떻게 시켰길래 애가 저 모양이냐는 말이 종종 들리곤 했다. 요즘은 이런 말도 함부로 할 수 없긴 하다. 자녀교육 운운, 부모 운운하는 것 자체가 주제넘은 발언이기 때문이다. 자녀교육이 어떠해야 하는지에는 다양한 관점이 있을 수 있기에 아이들의 행동 하나로 한 가정의 교육환경을 평가할 수 없다. 그것을 평가하려는 자의 객관성도 담보될 수 없다.


그런데 자녀교육이 어떠했는지와 무관하게 부모가 자녀를 어떻게 양육하고 훈육하는가는 지금까지도 중요하게 여겨져 왔다. 부모가 바르면 자녀가 어긋날 수 없다는 식이다. 물론 모든 경우에 이 명제를 대입할 수 없을 것이고 그것이 진실이라고 확언할 수도 없다. 다만, 가정환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나는 부모이면서 자녀이기 때문에 부모로서 자녀에 대한 관점과 자녀로서 부모에 대한 관점이 공존한다. 그래서 문득 부모도 교육의 대상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자녀는 대부분 부모의 양육환경에서 부모의 가치관과 세계관의 영향을 받는다. 그것이 강요되거나 암묵적으로 유도된다. 그래서 어떤 부모 밑에서 자랐는가를 살펴보면 자녀의 현재와 미래가 투영되어 있기도 하다.


하지만 부모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청출어람이란 말과 같이 뛰어난 아이가 자라나기도 한다. 그것은 사회적 역량과 지위 등에 제한되지 않으며 부모보다 도덕적으로 혹은 인간적으로 완성된 자녀가 존재한다는 말이다. 이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사회적 능력이나 성취 면에서 부모보다 뛰어난 경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보다 나은 도덕관념과 바른 가치관을 갖고 있는 자녀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부모가 잘못된 가치관과 인성을 지녔더라도 돌연변이와 같이 훌륭한 아이가 태어났으면 그저 다행으로 넘어가야 하는가? 그런데 부모가 비뚤어져서 아이의 바른 인성을 오히려 해치는 경우는 어떠한가? 이런 경우가 없다고 보는가? 나는 있다고 본다. 속물근성과 이기적인 가치관으로 똘똘 뭉친 부모가 순수하고 도덕적인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지속적으로 준다면 우리는 이것을 그저 안타까운 운명으로 치부해야 하는가?


부모가 자녀를 교육시키듯 자녀가 부모의 잘못을 깨우치는 것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특히 충효를 중시하는 유교전통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제아무리 자녀가 똑똑하고 올바른 인성을 갖추고 있다고 하여도 부모의 흉을 들추는 일은 금기다. 그래서 대다수의 자녀는 부모의 허물을 덮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허물을 부끄러워할 줄 모르고 지속적으로 맹목적으로 자녀에게 군림하려는 부모를 우리는 어떡해야 할까?


자녀가 부모를 어떻게 교육시켰길래 부모가 저 모양이냐는 말은 어찌하여 허용되지 않는가? 고정관념과 세속적인 욕망으로 자신의 자녀를 괴롭히는 부모도 있다. 그런데 그들은 자신의 허물을 깨닫지 못하는 수준이 아니라 그 허물을 합리화하고 정당화하며 때론 그 허물로 군림한다. 그 고약한 경우에 도대체 부모교육은 누가 시켜줄 수 있을까? 부모노릇이 어렵듯 자식노릇도 힘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