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껏 나부끼기로 했다

by 별하

삶의 모든 순간을 행복으로 채울 수는 없다는 건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행복에 대한 큰 욕심을 좇는다. 때로는 답답하기도 하고, 짜증 나기도 하고, 괜히 더 슬프고 외로워지기도 한다. 더 나아가 잠깐 삐끗하면 넘어지기도 하고 구덩이에 빠져 아픈 일이 생기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왜 이럴까 싶기도 했다가, 이 정도로 끝나서 다행인 건가 싶다. 물론 절망과 우울감이 한없이 끌어당기기는 하지만, 그뿐이다. 그렇다고 그 마음만 붙잡고 있을 수는 없다.

어제오늘 면접이 이틀 연속으로 오전에 예정되어 있었다. 오전 면접은 늘 불안하다. 늦잠 한 번으로 기회를 잃을 것 같다는 불안과 늘 교통으로 고통받는다. 이번 역시 또 그랬다. 첫날은 무사히 넘겼지만, 둘째 날은 어김없이 폭염과 함께 조급함을 선사했다. 웬일인지 버스 정류장에 버스들이 거의 안 보였고, 시간이 더 지날수록 더 초조해져만 갔다. 어쩔 수 없어 바로 택시앱을 켰다. 방송과 콘텐츠 시장이 불안하면서 작가들의 구직난이 계속되고 있었는데, 막내작가의 경우 더 컸다. 경력을 열심히 채워가기도 바쁜데, 프로그램 폐지 소식과 기획이 엎어졌다는 소식이 많이 들려왔다. 심지어 내 경우, 바로 다음날 면접이었는데 바로 전날 기획의 엎어져 면접의 기회조차 상실한 적도 있었다.

이상하게 내 촉은 백중백발이랄까? 결국 면접 시간이 가까워졌음에도 근처도 가지 못했다. 도로가 마비되었다. 이상하게 사고도, 공사도 있지 않았다. 그냥 차가 많아 1시간 동안 제자리만 맴돌았다. 괜히 억울한 느낌이었다. 솔직해지기로 했다. 면접 담당자에게 상황을 전달하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혹시나 기회를 줄 수 있는지 물었다. 나에게는 정말 감사한 일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불편을 줄 수도 있고, 시간을 어긴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다행히도 상황을 인정받고, 면접의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마음이 불편하기도 했다. 내게는 다행인 일이 되었지만, 누군가는 기회를 잃었다고 생각할 수 있기에.

당일 늦은 시간에 면접이 진행되었다. 꼭 일하고 싶은 회사였기에 간절하기도 했다. 방송작가의 일이 너무 좋기도 했지만, 책을 기획하고 유튜브를 준비하면서 기획을 하다 보니 기획에 재미를 얻게 되었다. 여전히 방송도 너무 제작하고 싶었지만, 당장 내 청춘을 바치고 싶은 것은 내 글, 내 영상, 내 기획에 불태우고 싶었다. 일자리에 대해 고민이 많았음에도 한 편으로는 합격전화가 안 오길, 내일부터 당장 일하자고 안 했으면 좋겠다는 이중적인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성과 마음이 다르게 움직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하고 싶었기에 너무 간절했고, 결과적으로는 내가 하고 싶은 걸 선택하게 되었다. 면접은 잘 봤다. 내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마음에 들어 했다. 월요일부터 출근하자고 했다. 지금까지의 몇 달과는 다르게, 다른 곳을 합격했을 때도 느끼지 못했던 설렘이 존재했다. 일을 하는 게 너무 기대되었다. 회사의 작업물을 참고하여 공부도 했다. 그러니 더 설레고 마냥 기다려졌다. 배우고 싶은 게 너무 많은 비전이 좋은 회사임을 확신하는 순간, 앞으로의 힘들 것 같다는 걱정보다는 기쁨만이 존재했다. 이게 얼마만인지 몰라서 너무 벅차올랐다.

면접을 보러 가기 전에, 회사 근처를 맴돌아 발길이 이끄는 대로 나도 모르게 한강공원에 도착했다. 폭염 경고가 문자로도, 방송으로도 계속 울렸지만 이상하게도 크게 더위를 느끼지 못했던 순간이었던 것 같다. 마음을 비우고 생각을 정리하면서 마냥 제일 더운 시간에 2시간을 넘게 그냥 걸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한껏 나부끼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마음이 마음대로 가는 대로 선택하지 못했는데, 이번만큼은 꼭 그러고 싶었다. 주변에서는 미래와 비전을 생각해 방송작가에 계속 도전하라고 했다. 나도 방송작가라는 직업이 싫은 게 아니다. 여전히 좋아하고 사랑한다. 그리고 존경한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기획을 하고 싶고, 배우고 싶은 욕구가 크다.

작가라는 직업을 하면서 늘 고민하는 것은 '팔리는 글'을 써야 할지, '쓰고 싶은 글'을 선택해야 할 지에 대한 고민이 컸다. 유튜브에 대한 재도전은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 사이에서 방황하던 내가, 잘하는 것에 좋아하는 것을 엮을 수 있다는 발견을 했고 그에 대한 마음이 간절하기 때문이다. 스물다섯. 아직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도전하고 사랑하는 일을 하나둘 씩 찾아가기에 정말 좋은 나이가 아닐까? 나이에 얽매이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이것이 나이에 얽매이고 있다 할지언정 스물다섯의 '나'는 하고픈 걸 선택하기로 했다. 나중에 후회할지라도 훗날 되돌아봤을 때 '그래도 나도 하고 싶은 걸 선택했던 순간이 있었어'라고 당당하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순간이 되어주고 싶었다.

스물다섯, 기꺼이 한없이 나부끼기로 결정했다. 마음껏 흔들려보고, 마음에 이끌려봐야 나중에는 더 나은 선택을 더 좋은 선택을 향해 우직하게 걸어갈 수 있는 마음을 키울 수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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