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우리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이유(3)

[전지적 그 시점] - 수현의 시점

by 별하


나는 지윤이가 웃는 걸 좋아했다.
사람들이 그 애를 밝다고 말하는 이유를 나는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 애는 언제나 먼저 다가가는 사람이었고,
아픈 사람에게 가장 먼저 따뜻한 말을 건네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서호를 처음 봤을 때,
나는 지윤이가 변하는 걸 느꼈다.
말수가 줄었고, 눈빛이 조용해졌고,
어느 순간부터 내 이야기를 듣고도 멍하니 창밖을 보곤 했다.


나는 알았다.
그녀가 그를 좋아한다는 걸.
그리고 그걸 알아차린 순간부터,
나는 그 애를 못 좋아하게 되었다.

하지만 마음은 그런 걸 무시하지 않았다.


나도 서호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의 낮은 목소리, 무심한 듯 다정한 말투,
무엇보다 지윤이 없는 자리에서 보이는 그의 허전한 눈빛.

그걸 보고 나니까,

나까지 좋아하게 되어버렸다.

그래서 멀리서 지켜봤다.


둘이 가까워지는 걸 보면서도,
나는 내가 먼저 다가가면 안 된다고 다짐했다.
지윤은 내 친구니까.
서호는 그 애가 먼저 좋아한 사람이니까.


하지만 사실은—

나도 누군가에게 ‘먼저’여야 했던 순간이
한 번쯤은 있었으면 했다.

이 이야기는,

내가 사랑을 포기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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