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 지낸 내면
미칠 듯 좋아서일까
어쩔 수 없어서일까
끊을 수 없는 굵은 족쇄를 두른 듯
떠나지 않고 서로의 곁을 지킨다
이젠 가까워질 차례다
더 이상 멀어질 수 없다
매번 번갈아 나아간다
순서를 어길 수도 없다
우린 같은 땅을 디딘다
불평을 논할 필요 없다
서로가 서로의 곁을 떠나는 순간
그들은 존재 가치를 잃는다
결코 그들은 둘이 존재하기에 행복할 수 있다
물웅덩이를 밟으면 다른 한쪽에 튀는 것이
억울하고도 소중한 한 쌍 신의 숙명이어라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라면
당연하게도 짊어질 한 쌍 원앙의 숙명이어라
미칠 듯 좋아서였다
어쩔 수 없었을 만큼
한 글자, 한 글자
처음 머리를 내민 서문은 어찌나 바닷속 진주 같은지
한 방울, 한 방울
검게 번져가는 잉크에는 어찌나 정성이 묻어나던지
한 구절, 한 구절
늘어뜨린 문장에는 어찌나 내 사랑을 꾹 욱여담았는지
한 장, 한 장
구겨져가는 편지들은 어찌나 하나같이 마음에 안 드는지
왜 정성스레 쓴 편지들은
방구석 어딘가에 박혀 낙서로 썩어가는지
세상에 이리 사랑과 정성을 표현한 낙서는
수많은 글을 써 마음을 표현한 나에게도
많은 사내에게 고백받고 사랑받은 너에게도
물론 값진 것들 널린 이 세상뿐 아니라
그 어디에도 없을 텐데 말이야
그대라면
편지에 한 문장을 적는다면
무엇이라 적겠습니까
저라면
이렇게 적겠습니다
"연모하는 마음을 담을 길을 찾지 못해
마음을 보여주려 직접 가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