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별 Jul 17. 2024

내게 어울릴 이별 노래가 없어

너와 사랑도, 이별도 한 적이 없으니


누군가 그랬다. 사랑은 끝날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라고. 관계가 끝나는 모양을 볼 때야말로 그것이 정말 사랑이었는지, 정이었는지, 아니면 집착이었는지, 선명히 알 수 있게 되니까.


그 사람의 죽음을 마주하고서야 사랑이었음을 깨닫는 사랑, ‘내게 어울릴 이별 노래가 없어' 뮤직 비디오의 이야기이다.


대부분의 이별 노래들은 두 사람이 만나서 연애를 하고, 헤어지는 과정에서 오는 슬픔과 그리움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모든 사랑이 닿지는 않는다. 서로에게 닿지 못하는 사랑도 있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사랑이 있다. 그게 그 사람을 위해서든, 나를 위해서든.

그리고 마침내 그 사랑이 어떤 이유에서든 흩어져버릴 때, 그 상실감과 슬픔은 어떤 단어로 설명할 수 있을까? 그 사람과의 관계를 정의할 수 조차 없음에 비참하고, 그럼에도 어떤 이별 못지 않게 아픈 내 마음을 어디에 털어놓기도 유난스러워 끙끙 앓는 마음, 그리고 차마 터져 나오지 못하는 눈물의 무게까지 모두 홀로 끌어안아야 한다.


만약 그 때 내가 조금만 용기 내서 마음을 표현했다면, 눈 딱 감고 그 사람에게 한 발 더 다가갔다면, 달라졌을까?

그 사람의 마음을 애써 외면하지 않고, 내 마음을 모른 척 하지 않았다면. 그가 내게 올 수 있는 길을 조금이라도 열어두었더라면, 이렇게 아픈 후회를 견디지 않아도 됐을까?


 사랑은 끝날 때 비로소 완성된다고 했다.

그 사람이 사라지고 나서야 알 수 있는 마음이었기에, 그 사람이 내 곁에 있을 때는 영영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아니, 알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편이 더 편하니까. 상처 받기 두려운 알량한 나의 계산에서 나온 무의식.


'내게 어울릴 이별 노래가 없어

내 맘을 숨겨 부를 수 있는

죽을만큼 나 아프다 말하고 싶은데

그런 이별은 없는 것 같아'


내 마음을 숨겨 부를 이별 노래가 필요한데 그마저도 없다. 그 사람을 제대로 사랑한 적도, 이별한 적도 없으니 어쩌면 당연한걸지도 모른다.

그 사람의 눈을 깊이 바라본 적도, 관계에 있는 힘껏 부딪혀본 적도 없으니. 부딪혀서 너와 함께 깨질 바엔 나 혼자서 그 끝을 견디는 게 차라리 덜 아플테니까, 라는 비겁한 변명으로.


그런데 바보같게도, 너를 잃고서야 깨닫는다.

이제와서 내 모든 걸 부딪혀 견뎌봐도 네 빈자리보다 아픈 건 없다는 것을.어쩌면 난 비겁했던 게 아니라, 너무 자신했던 것이라는 것을.

네가 없이도 잘 살 수 있다고 너무 자신했다는걸, 네가 내 곁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비로소 깨닫는다.


그 누구에게도 너에게만큼 솔직해질 자신이 없는 나를 너무 뒤늦게 깨달아버린 지금에서야.



작가의 이전글 운이 좋았지는 왜 이렇게 슬플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