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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Boy Feb 14. 2021

친구로부터 배운 '진정성', 그리고 '끈기'

조금 느릴 수는 있지만, 그 이유가 게으름이 아니길

지난 2020년 3월, 앞이 어두컴컴하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느낌이었다. 한 줄기의 빛을 찾겠다는 명분으로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한국으로 돌아가려 했다. 결국 그러지는 못했지만. 뭔가 스스로한테 당당하지 못한 느낌이랄까.


"나의 선택과 결정에 있어서 절대로 간사함이 끼어들게 하지 말자. 그래야 지만 당당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 - from somebody(I can't remember lol)


그러면서 곰곰이 생각해봤다. 앞으로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 현시대가 원하는 인재상과 리더십에 대해서. 고민 끝에 끄집어낸 키워드는 '진정성, 그리고 끈기'였다.


슬픈 현실이지만, 여러 복합적인 이유로 인해서 여전히 직업에는 귀천이 있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앞으로 빠른 속도로 이러한 보이지 않는 차별이 사라질 것이다. 이제는 무슨 일을 하는지 보다는, 그 일을 대하는 그 사람의 태도, 즉 진정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었기 때문이다. 즉, 무슨 일을 하든 '장인정신'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대다. 그야말로 '찐'만 살아남을 수 있는.   


이와 관련해서 내게 항상 깊은 울림을 주는 친구가 있다. 현재 그는 규모는 작지만, 꿈은 원대한 '금손' 헤어샵을 운영하고 있는 이준호 헤어디자이너다. 초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우리는 초, 중, 고를 같은 곳에서 나왔고, 20대 방황의 시기를 수많은 대화를 통해 함께 고민하고, 또 함께 이겨내며 시간을 보냈다.


어릴 때부터 품성이 선하고, 공부도 열심히 했던 그가, 20살 그 어느 날, 내게 말했다. "은성아, 나 헤어디자이너가 되고 싶다." 그 말을 듣고, 꽤 긴 시간 동안 멍~ 좀 때렸다. 너무 생뚱맞았기 때문이다. "뭐, 뭐라고? 갑자기? 그거 너네 어머님이 괜찮아하시겠어? 야, 다시 한번 생각해봐. 아니다. 일단 우리 군대부터 다녀오자!"  


그렇게 각자 2년 간의 군생활을 마치고 다시 만났다. 그리고 그는 본인의 군생활 자랑을 정신없이 풀어놓았다. "나 군대 생활 열심히 했다. 군대에서 깍새-병사들 머리를 책임지는 헤어디자이너-를 도 맡아서 병사들 뿐만 아니라 여기 중대장님, 그리고 대대장님 머리까지 관리해 드렸다!" 나는 뒤통수를 크게 한방 맞은 느낌이 들었다. "뭐야, 이놈. 그때 말이 진짜였구나..."


그러면서 1년, 2년... 그렇게 시간은 초고속으로 흘러갔다. 나는 이곳, 저곳 기울이면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방황할 때, 그는 '헤어 디자인', 이 한 분야를 무서울 정도로 깊게 팠다. 헤어 디자인으로 유명한 대학교로 편입을 하여 우수한 성적으로 공부를 마쳤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전문대학 2년 치 학비 정도 되는 비용을 투자해서 6개월 간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스페셜? 헤어디자인 아카데미'에 들어가서 실력을 갈고닦았다. 그 와중에 그가 좋아하는 여행을 하며 세계 방방곡곡을 돌아다녔다. 단순히 관광지를 여행하는 것뿐만 아니라 머리를 자를 형편이 안 되는 어려운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그들에게 무료로 헤어 관리를 해주는 나눔 봉사를 하기도 했다. 결국 그의 선한 열정이 그만의 특별한 나눔이 된 것이다. 그의 스토리가 신선하고, 재밌었는지 여러 기관에서 강연 요청이 쇄도하여 강연가로서도 활약하며 헤어디자이너라는 직업의 품격을 높이기도 했다.   


그의 성장과정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친구로서, 그는 그가 하고자 하는 일에 '100% 진정성과 끈기'를 갖고 있는 아주 멋진 사람이다. 그래서 그는 나의 오래된 친구이자, 동시에 나의 인생 멘토이기도 하다.


먼 나라 미국 땅에서 내가 길을 잃었을 때, 앞이 보이지 않아 답답할 때 그 친구를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는다. 그리고 가끔씩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수줍게 이런저런 인생 조언을 해주는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의 내면의 강인함이 더 뜨겁게 느껴지고, 자연스레 나 스스로를 반성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에 대한 진정성과 끈기에 대해서 매번 상기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   

힘들 때도, 좋을 때도 함께 했던 내 친구 준호와 함께

"그래, 지금 잠깐 힘들다고 내가 고민하고 선택한 길을 바꾸는 것은 조금 비겁하지 않나? 지금 당장은 조금 미련해 보이고, 거북이보다 느린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시간을 이겨내는 것 또한 내가 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예의이자, 진정성이자, 그리고 치열한 끈기이지 않을까?"


자, 그러니 잡생각 그만하고 공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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