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tarBoy Feb 22. 2021

이 세상에서 가장 단 감은? '성취감'

미국에서 비행 교관 자격을 취득하다

2016년 2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약 3년 간 항공기 승무원으로 근무하며 캐빈이라는 특수 공간에서 수만 명의 승객들에게 단순히 서비스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갖고 있는 긍정, 열정, 그리고 사랑의 에너지를 드리려고 노력했다. 그 후, 2018년 11월부터 2020년 9월까지는 캐빈이 아닌 칵핏이라는 더욱더 특수한 공간에서 파일럿 교육을 받았고, 멀티&싱글엔진 사업용 조종사가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2021년 2월 비행 교관 자격을 취득했다.

물론,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 있지만 그럼에도 지금까지 쉬지 않고 달려온 것에 대한 소정의 성취감을 느낀다. 허나 이럴 때일수록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진리 "끝날 때까지 절대 끝난 것이 아니다."


미국에서 비행 교관자격을 취득하기까지 약 5개월이 걸렸다. 캘리포니아에서 비행 교관 시험을 테스트해줄 수 있는 비행 시험관을 찾는 것은 정말 힘들다. 더군다나 코로나 19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이 시점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작년 2020년 11월에 운이 좋게도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평가해주는 비행 시험관과 컨택이 되어서 내심 시험을 바로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했었다. 하지만, 미국에서 현직 기장으로 일하면서 동시에 비행 시험관으로 활동하시는 분이었기에 역시나 스케줄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게 그분과 뜨문뜨문 연락을 주고받으며 약 3개월 간 버팀의 시간이 이어졌다.


기다린 보람이 있었던 것일까? 2021년의 해가 뜬 후 며칠 지나지 않아 그분에게 연락이 왔고, 그렇게 2월 초에 비행 교관 시험 스케줄을 잡게 됐다. 현재 내가 있는 비행 학교에서 조종 훈련생이 직접 비행 시험관을 모셔와서 교관 시험을 보는 것이 처음이었기에 다들 의아해하고, 신기해했다. 나도 처음에는 불가능할 줄 알았지만 결국에는 그분을 모셔왔고, 시험을 치렀다. 그리고 정말 다행히도 합격을 했다. 해피엔딩! 비행 시험관을 직접 모셔와서 학교를 소개하고, 시험까지 붙은 첫 번째 케이스가 된 점에서 색다른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던 즐거운 경험이었다.   


대학생 때 하고 싶었던 것 중 하나가 '해외영업'이었다. 그래서 영업 관련 서적을 꽤 많이 읽었다. 그때의 열정과 관심, 그리고 내가 갖고 있는 영업적 기질이 이렇게 발휘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갑자기 스티브 잡스가 말한 것이 떠오른다.

"You can't connect the dots looking forward; you can only connect them looking backwards. So you have to trust that the dots will somehow connect in your future."


비행 교관이 되기 위해 어떻게 공부를 할까? 

공부 내용은 자가용 조종사 때부터 사업용 조종사 때까지 했던 부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공부 내용보다는 공부 방식 측면에서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사업용 조종사 때까지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한 공부법은 암기한 내용을 얼마나 잘 말하는지에 대한 평가가 주를 이뤘다면, 비행 교관 과정 때는 그것이 '왜'그렇게 되는지에 대한 이해 및 설명이 동반되어야 한다. 즉, 단순히 사실만을 나열하여 설명하는 것이 아닌 지금 내가 말하고 있는 것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분명한 출처가 요구된다. 

둘째, 비행 교관으로서 조종 훈련생을 교육시키기 위해 본인만의 Lesson plans이 있어야 한다. 시험 볼 때 자신이 직접 만든 자료를 토대로 여러 차례 발표도 해야 하기 때문에 남들이 만든 것을 그대로 썼다간 낭패 보기 쉽다. 수십 개가 넘는 파트를 주제 별로 자료를 수집하고, Lesson plans을 만드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나도 시간이 많이 있었다고 생각했음에도 결국 100% 완성시키지 못했다. 비록 조금 부족할지라도, 주변에서 여러 도움을 받기는 하되, 결국에는 본인만의 작품이 필요하다. 이 싸움은 자신만이 끝낼 수 있는 것이기에 참고, 이겨내야만 한다.


이러한 이유로 비행 교관 자격을 취득하는데 주안점을 두는 종목이 'Oral Test, 구두시험'이다. 교관 시험을 진행하는 비행 시험관마다 기준은 다르지만, 구두시험을 적게는 4시간에서 많게는 8시간까지 진행한다. 심한 경우 1박 2일까지... (토 나온다) 나의 경우 08:00~14:30분까지 적당히??? 약 7시간 진행됐다.  

내가 참고했던 항공 관련 Materials

비행 교관 시험 준비를 하며 영어로 된 원서를 다시 정독하며 제대로 이해하고, 또 그것을 나만의 언어로 만들어 설명하고 연습하는 이러한 일련의 준비 과정이 조금 많이 고통스러웠다. 그래서 그럴까, 새삼스레 대학 교수님들에 대한 존경심이 마구마구 솟구쳤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이 절대 쉬운 게 아니구나 깨달으며. 허헛.


비행 실기 시험은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하는가? 

비행 교관 시험을 준비하기 전 사업용 조종사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 사업용 조종사가 되었다는 것은 이제 어떠한 상황에서도 혼자서 비행을 잘 해낼 수 있다는 의미다. 나는 지금도 여전히 많은 부족함을 느끼지만... (민망)


그래서 비행 교관 실기 시험 준비는 본인이 이미 갖고 있는 기술을 어떻게 잘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스스로 비행 컨트롤을 잘하는 것과 상대방에게 그 컨트롤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조종을 하는 위치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바뀌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적응도 해야 한다. 적게는 6시간에서 많게는 30시간 정도 비행을 하면서 새로운 위치에서 비행 감을 익혀야 한다. 나의 경우 7시간 정도 실 비행을 하며 적응했다. 실 비행 전, 집에서 시뮬레이터로 많은 시간 연습을 해서 그런지 큰 부담 없이 비행 감을 익힐 수 있었다.


정리하자면, 비행 교관 비행 실기 테스트는 구두시험에 비해서는 부담이 덜 되는 종목이다. 칵핏에서의 위치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바뀌고, 비행을 하면서 동시에 가르쳐야 한다는 점만 유의한다면 비행 실기 시험에서는 큰 부담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이번 비행 실기 테스트 때 약 1시간 30분 정도 비행했다. 약 60% 정도는 비행 시험관이 컨트롤을 잡았고, 나는 비행 시험관을 학생이라 생각하고 기본 적인 비행하는 법부터 알려주고, 지시했다. 또한, 비행 메뉴버 경우에도 내가 우선 말로 설명하며 시범을 보여주고, 학생이 할 때 옆에서 가르쳐주는 방식으로 진행이 됐다. 언어적인 측면부터 비행을 가르쳐본 경험도 부족하여 미숙한 측면이 있었음에도 편안하게 비행을 할 수 있게 해 주고, 칭찬도 많이 해주신 비행 시험관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계획이 없다는 것이 가장 좋은 계획이다." - 영화 '기생충'

나는 계획대로 사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가끔씩 사람들이 오해를 하기도 하고. "어떻게 그렇게 계획적으로 딱딱 살려고 해? 너무 빡빡하잖아. 그러면 머리 아프지 않아?" 근데 나는 오히려 그 반대다. 머리가 아프지 않기 위해 계획을 치밀하게 세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서 내가 취할 있는 나름의 인생 전략이기도 하다. 최적의 루틴을 만들어서 그것을 성실하고 꾸준하게 실천하는 것.  


하지만, 미국에 있는 동안 그리고 코로나가 터진 후에는 나의 모든 계획적인 루틴들이 무너졌고, 그 무너진 현실이 오랜 기간 지속되었다. 그 시간 동안 딱히 정해진 루틴이나 계획 없이 하루하루를 보냈던 것 같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기생충 영화 속 대사처럼, 계획 없이 지내다 보니 오히려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아이디어와 계획들이 생겼다. 뜻밖의 선물도 받게 되고. 이래서 세상은 요지경이라고 하는 건가?


"노력이 임계점을 넘지 못하면 노력이 0인 경우와 같다." - 인플루언서 신영준 박사

지금까지 살면서 임계점(Critical point)에 도달하여 뭔가 제대로 된 결실을 맺어본 적이 있던가? 그것이 운동이든, 공부든, 돈이든, 사람과의 관계든, 그 어떤 무엇이든지. 돌이켜보면 결국에는 임계점에 도달하지 못한 채 끝내버린 것들이 더 많다. 결국 노력하는 '척'만 하다가 끝낸 이 찝찝한 기분... 물은 절대 99도에서 끓지 않는다.

  

그래서 현재 나의 삶의 태도는 "성공과 실패를 떠나서 일단 그 임계점에 도달이라도 해보자"이다. 성공보다 달콤한 술은 없고, 실패보다 쓴 약은 없지 않은가. 설령 실패를 한다 할지라도 과정 속에서 최선을 다했고, 끝까지 가 봤다면 그 노력의 실패로부터 최소한의 '쓴' 교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곳에 글을 처음 쓰기 시작할 때에는 그저 내 생각을 정리하고, 기록하는 도구로 삼고 편안하게 글을 썼다. 그게 어느새 3년 간 이어져왔고, 지금은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내 글에 관심을 가져 주신다. 어느 출판사에서는 출간 제의까지 들어왔으니. 타이밍이 맞지 않아서 물거품이 되긴 했지만. 너무너무 감동이고, 감사한 마음이 가득가득하다.  


이런 의미에서 글쓰기 목표로는 나름 임계점에 도달했다고 생각한다. 소소하게 승무원으로 일하면서 느꼈던 점과 파일럿 트레이닝을 받는 전 과정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것이 첫 다짐이었는데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계속 써냈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쯤에서 'Starboy의 하늘일기' Part1을 마치려 한다. 그동안 이번 주제로 글을 쓰며 너무나 즐거웠고, 글을 쓸 때마다 복잡했던 머릿속이 정리되면서 오히려 마음까지 치료가 되었다. 마음속 얽혀있는 실타래를 풀어내는 시간이었다고 할까.  


머지않아 새로운 주제로 다시 글을 쓰게 될 것이다. 도전을 꿈꾸며 멈추지 않고 가치 있는 삶을 이어가리란 나의 가치관에는 변함이 없기에, 분명 또 다른 도전의 여정을 기록하고, 공유할 것이다. 조금 덜 서툴고, 어설픈 그리고 좀 더 업그레이 된 모습이길 바라면서!


지금까지 Starboy의 조종사 자격증 취득 여정을 함께 해주신 독자 분들에게 가슴 깊은 곳에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Part2에서는 조금 더 숙성된 모습으로 찾아뵙겠습니다.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Starboy,


매거진의 이전글 친구로부터 배운 '진정성', 그리고 '끈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