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tarBoy Jan 04. 2020

이젠 계기비행이다!

시야가 확보되지 않을 때 우린 계기에 의존해야 한다

승무원으로 일할 때 항상 궁금증이 있었다. "비바람이 몰아치고 안개가 자욱해서 앞이 보이지 않을 때, 혹은 앞이 깜깜한 저녁에 어떻게 밤새 비행할 수 있는 걸까?"


조종사들은 이러한 환경에서 비행기 계기판에 의지하여 비행한다.


계기비행이란? (Instrument Flight Rules)

항공기가 어둠이나 안개 따위로 앞이 보이지 아니하는 항로를, 항공기에 장착된 계기에만 의존하여 항공기의 자세 · 고도 · 위치 및 비행 방향을 측정해 비행하는 것 (출처: 국방과학기술용어사전)


즉, 비행기 계기판을 믿고 비행하는 것이 계기비행이다. 항공기 자세, 고도 그리고 위치는 조종사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항공기를 컨트롤하는 ATC에서 관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계기 비행을 하는 동안 ATC 교신이 굉장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계기비행은 실질적으로 에어라인에서 하는 비행이기 때문에 내용이 굉장히 방대하고, 복잡하다. 그래서 조종훈련생들이 공부하기가 꽤 까다로운 과정이기도 하다. 심지어 현직 항공기 조종사들도 계기 이론은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공부'라고 할 정도니 말이다.


계기비행과 자가용 비행을 한마디로 비교해보면 "자가용 비행이 몸으로 하는 비행이라면, 계기비행은 온전히 머리로 하는 비행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계기 비행은 이론이 뒷받침되어야지만 할 수 있는 비행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계기 이론 지식이 풍부할수록 비행 퍼포먼스도 월등하다. (비행 감 혹은 비행 꼼수가 절대 통하지 않는 비행이다...)


계기비행 자격(Instrument Rating)을 취득하기 위해 반드시 익혀야만 하는 비행 메뉴버들은 다음과 같다.


Holding mark

1. Holding (GPS, VOR, DME...)

It is a maneuver designed to delay an aircraft already in flight while keeping it within a specified airspace


해당 공항 근처에 Traffic이 많아서 바로 착륙이 안 될 경우 공항 근처에서 대기해야 할 때, Holding 메뉴버 절차를 따른다. 그림에서 표시된 대로 동그랗게 원을 그리면서 대기하는 메뉴버다.   



DME arc mark

2. DME ARC

It is a procedure used to transition from the enroute enrinoment to an instrument-approach


주로 혼잡한 공항에 DME arc가 depicted 되어 있다. Enrount 항로에서 보다 자연스럽게 instrument approach를 하기 위한 절차라고 보면 된다.



Instrment Chart

3. Instrument Approaches Procedures (IAP)

It is a series of predetermined maneuvers for the orderly transfer of an aircraft under instrument flight conditions from the beginning of the initial approach to a landing or to a point from which a landing may be made visually.


계기에만 의존하여 착륙할 수 있게 하는 계기 차트다. 이 차트를 통해 ATC와 교신하며 약속된 절차에 따라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다.

이때, 항공기의 자세, 고도, 그리고 헤딩은 차트에 나와있는 대로 따라야만 한다. 그래야지 다른 항공기들 혹은 기타 장애물과의 충돌을 방지할 수 있다.




계기비행을 잘하기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자질은 크게 두 가지다.


'Multi-tasking and ATC Radio abilities'


첫째, 계기비행은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비행 중 지정된 헤딩, 고도 등을 유지해야만 하는 꽤 예민한 비행이다. 계기비행 훈련 초반, 교관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피드백이 멀티태스킹 관련해서였다.

"Neal, you need to have more situational awarness. You are a little bit behind the aircraft. You should be more vigilant."


행동이 다소 느리고, 멀티태스킹에 능한 편이 아니어서 교관에게 꾸지람을 정말 많이 들었다. "아... 비행이 적성이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ATC에서 지시한 항공기 자세, 헤딩 등을 유지하고, 지속적으로 ATC와 교신을 하면서 짧은 시간 안에 각종 NAV 장비들을 다룰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멀티태스킹 능력이 뛰어나다면 분명 이점이 될 것이다.


둘째, ATC 교신 능력이다. 계기비행 가장 큰 특징이 ATC Radio call이 많다는 것이다. 언제, 무슨 상황에서 ATC 교신이 들어올지 모르기 때문에 비행하는 내내 ATC에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숫자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모든 ATC 내용을 받아쓰는 노력이 필요하다. 운전하면서 무언가를 받아쓴다고 상상해보자. 생각만 해도 분주하지 않은가? 하물며 비행기에서는... 하하, 쉽지 않다 ;;

 

ATC를 잘하기 위해서는 매 비행을 녹음한 후 Review 하는 방법뿐이다. 그래야 지만 무엇을 놓쳤고, 잘못 해석했는지 이해하고 내 것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영어를 잘한다고 해도 항공영어는 또 다른 차원에서의 언어이기 때문에 최대한 겸손한 자세로 임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산 넘어 산이다. 미국에만 오면 자연스럽게 모든 게 될 줄 알았는데 정반대다. 하지만, 여전히 길이 너무나 많이 남아있다. 버거워하지 말고, 차근차근 앞에 있는 산들을 정복해 나가자.



매거진의 이전글 Farewell 2019, Welcoming 202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