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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Boy Jan 18. 2020

즐겁기만 했던 비행이 두려움으로

준비되지 않은 채 비행하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건지 알게 되다

계기비행 지식이 전무했던 터라 시작부터 비행이 너무 어려웠다. 책을 봐도 무슨 내용인지 이해가 안 됐고, 더군다나 영어 원서로 공부를 해야 했기 때문에 더욱이 헷갈렸다. 에고;;


계기비행은 이론 지식이 비행의 90%를 차지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이론 지식이 뒷받침되지 않은 채로 비행을 계속하다 보니 결국 버거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Seminole PA44 Model Six pack instrument

거기에 정신 상태도 조금 해이해져 있었다. 단지 자가용 자격만 취득했을 뿐인데 여전히 들떠 있었던 것 같다. 나사가 하나 풀린 채로 비행을 하다 보니 교관이 내 상태를 금세 알아차렸다.   


American Airline에서 남승무원으로 일했던 그와 처음에는 사이가 좋았다. 이전 직업도 같았고, 앞으로의 꿈도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행 퍼포먼스가 엉망이니 교관과의 사이도 점점 서먹서먹 해졌다.  


"Neal, you are not young any more. Look at other people here. They are super young and they are studying so hard. What are you doing man here? Are you serious about your job? Why are you so behind every flights? Hold on man! Wake up!"


평소에는 승무원 미소를 지으면서 착하다가도 비행기 엔진이 돌아가는 순간 누구보다 엄격한 교관으로 변하는 그와 비행할 때마다 얼마나 무서웠던지... 지금 생각해도 등골이 오싹하다.


설상가상, 이 시기에 인생 터닝포인트가 됐을 정도로 크고 작은 안 좋은 일들이 많이 벌어졌다. 재정적인 문제에서부터 인간관계, 불투명한 미래 등 이 모든 스트레스가 한꺼번에 몰려와 버렸다. 그래서 2019년 09월은 절대 잊을 수 없는 달이기도 하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비행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까지 종종 했을까.

"아, 이게 진짜 무슨 고생이냐? 휴...;;" 


동기부여를 잃어 힘이 빠지고 정신 집중이 안될 때마다 소중한 사람들 얼굴이 떠올랐다. 그들을 생각하며 가끔 청승맞게 눈물을 흘리면서 힘든 순간을 참아내고, 다시 다짐하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기서 돌아가면 정말 죽도 밥도 안된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시작했으니 일단은 끝을 보자."


Stay focus 하기 위해 미리 앞서 공부했던 동생들에게 도움도 구하고, 진도가 비슷한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틈틈이 채워나갔다. 그즈음이 계기비행 50% 정도를 마치고 있을 때다.  


"이제 슬슬 FAA IFR Checkride 준비해야 하는데... 아, 잘 해낼 수 있을까?"


으아, Instrument Rating 취득하는 것이 왜 이리 어렵단 말인가!




The cover picture from https://www.behance.net/gallery/80868581/Dismorfofobia?tracking_source=search%7Cf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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