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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Boy Feb 10. 2020

고생 끝에 취득한 IFR rating

이젠 계기만 믿고 비행해도 되겠구나

자가용 조종사가 되고 약 5개월 후 계기 비행 자격을 취득했다. 더 빨리 끝낼 수도 있었지만 연말 기간이어서 DPE(Designated Pilot Examiners)를 꽤 오래 기다렸어야 했다. (약 50일)

미국에서는 기다림에 익숙해져야 다. 한국처럼 8282 문화가 아니기 때문에...


"이젠 기다림 또한 훈련에 일부가 되어 버린 듯하다. 육체와 정신이 파괴되지 않도록 자~알 버텨내는 것도 나름 기술이니 말이다."


고생하면서 계기비행을 했던 덕분일까? FAA 계기 시험은 비교적 쉽게 통과할 수 있었다. 그리고 사실상 운도 따랐다. 어둑어둑했던 하늘이 내가 비행할 때 딱 마침 개었으니... 하늘이 도왔다고 생각한다.

비행을 하면 할수록 느끼는 것이지만 '운칠기삼'이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그날 비행기 상태, 날씨, 비행 체커 컨디션 등 외부 요인들에 따라서 결과가 180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늘 앞에선 항상 겸손 그리고 또 겸손해야 한다.


저번 자가용 시험 때와 같이 이번에도 구두시험과 비행실기 테스트를 받았다. 약 1시간 30분 정도 구두시험이 진행됐다. 운이 좋게도 거의 모든 질문이 예상했던 범위 내에서 나와 쉽게 답변할 수 있었다.


사실 관건은 비행 테스트였다. 계기비행은 수많은 절차를 진행하면서 비행기 자세, 고도, 그리고 헤딩을 정확히 맞춰야 하기 때문에 무엇 하나 잘못되거나, 한 개 이상의 절차 빠뜨리는 순간 시험에서 바로 떨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많은 연습을 했어도 시험을 통과하기 전까지는 뭔가 계속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다.


시험 전날, 머피의 법칙이 웬 말인가?

시험을 위한 비행 실력이 거의 다 완성이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시험 전날 한번 더 연습을 하고 싶어서 교관과 시간을 맞추고 비행을 대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내일 시험에서 사용할 비행기를 4시간 후에나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4시간 후면 저녁 시간인데 흠... 다음 날 컨디션 때문에 부담은 되었지만 그래도 비행을 하고 잠을 자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아서 4시간 동안 대기했다.


결국 4시간이 아닌 5시간이 지나서야 비행기를 받았다. 이미 기운이 빠진 상태였지만 다시 한번 에너지를 모아서 마인드를 Flight Mode로 변경했다. 비행 전 항공기를 점검하던 중 아뿔싸,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Navigation light이 작동되지 않는 것 아닌가? (Navigation Light: 야간비행 때 충돌 방지 위한 라이트)

야간비행에서는 Nav light은 필수다. 정비사들도 다 퇴근했고, 달리 어찌할 방법이 없어서 결국 비행을 취소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시험 전날 6시간 동안 대기만 한 채로 집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Dispatch에서 나와 터덜터덜 차에 탔는데 뭔가 느낌이 싸했다. 차를 다시 살펴보니 아니나 다를까, 타이어에 펑크가 나있는 것 아닌가? 와 진짜.., 그냥 울고 싶었다. "오늘 뭐지? 왜 하필 오늘? 내일 시험인데 이거 액땜이야 뭐야? 아아악...! (차에서 3초간 함성;;)"


간략한 계기비행시험 내용 후기

다행히 구두시험을 잘 봐서  이미지는 좋았지만 전날 비행을 못해서 100% 자신감을 갖지 못한 채 비행실기시험을 보러 갔다. 이번 DPE 특징이 비행하는 동안 침묵을 일관한다는 것이었다. 비행 채점관이지만 승객처럼 행동하며 훈련생이 어떻게 비행을 리드해나가는지를 중요하게 보는 것 같았다.

"그래. 이번 비행시험에서는 나 혼자 떠들어야 한다. 최대한 Call out 많이 해서 그가 딴지 걸지 못하게 하자!"


이륙 후 DME arc를 그리면서 3,000ft까지 상승한 후 바로 Unusual altitude recovery를 했다. 평소에 틈틈이 연습했던 것이기에 가볍게 잘 해냈다.


이어서 바로 LOC Back course Approach를 Shoot 했다. Landing을 위한 Clearance를 받기까지 비행 구간이 굉장히 타이트해서 1분 1초 집중하면서 계기 절차를 순서에 맞게 진행했다. 그렇게 첫 번째 Approach를 무사히 마치고 Holding을 그리면서 다음 Approach를 준비했고 차례대로 Rnav GPS, ILS approach를 진행했다.


다행히 비행실기시험도 예상했던 범위 내에서 진행됐다. 변수라 할 것은 같은 시간 대에 Traffic이 많아서 중간중간 예상치 못한 고도, 헤딩 변경과 갑작스럽게 ATC로부터 Holding instruction을 받아서 Landing clearance를 받기까지 예기치 못한 대기를 해야 했다. 조금은 당황했지만 훈련받았던 대로 침착하게 잘 대처했던 것 같다. 뿌듯 ;)


2시간 비행하는 동안 말을 얼마나 많이 했던지 비행이 끝난 목이 쉬었다. 그리고 비행 동안 비행 체커가 마디 하지 않았다. 의미인즉슨, 비행 실수가 거의 없었던 것이지 않을까?^^

 

랜딩 후 항공기를 램프에 주차할 때 마침내 그가 침묵을 깨며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그리고 마침내 나도 환한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You passed. you did a really great job man. Congratulation!"




30대 초반 인생의 슬럼프 시기에 취득한 자격이어서 그런지 조금 더 감격스러웠던 것 같다. 힘든 순간들을 버텨준 것에 대해 감사와 위로를 전하면서 나 자신을 따뜻하게 토닥토닥거려줬다.


이로써 두 번째 자격증까지 잘 마무리 지었다. 이제 마지막 과정인 Multi-engine commercial 훈련만 남겨놓았다. 이제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잘 버티자..!

마지막 계기비행 기념샷 with flight instructor


<계기비행시험 위해 참고했던 자료들>

1. IFR Quick Reveiw (Googling 해서 구할 수 있음)

2. Jeppesen ICM / Instrument Pilot, ASA / Faraim 2020



The cover picture from https://www.behance.net/gallery/75347143/Finance-Execs-How-to-Set-and-Achieve-Career-Goals?tracking_source=search%7Cachie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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