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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Boy Mar 22. 2020

항공 승무원? 그거 남자도 할 수 있는 거야?

'항공기 남자 승무원'에 도전하다

여전히 많은 분들이 '항공기 남자 승무원'하면 많이 생소해한다."어? 남자도 승무원을 해? 한 번도 못 봤는데?" 승무원으로 활동할 때 이런 반응을 은근슬쩍 즐겼다. 많은 분들이 모른다는 것은 그만큼 희소가치가 있는 것이고, 남들보다 발 빨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서다.

이번 장에서는 어떠한 Connecting dots들로 인해 남자 승무원이 되었는지 함께 나누어 보겠다.  




시대적 흐름 파악: '트렌드를 읽는 자가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

소위 "항공사의 꽃은 아름다운 스튜어디스"라고들 한다. 그만큼 항공기 승무원은 여성이 하는 일로 이미지화되어 있고, 또 이것이 일정 부분 사실이기도 하다.

과거 우리 부모님 세대는 남성 위주의 사회였기 때문에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어려웠지만 서비스 직에서 만큼은 여성들이 주를 이뤘다. 그리고 많은 서비스 분야 중 항공기 승무원은 여성들의 로망이자 선망의 직업으로 여겨졌었다.


한국 경제가 어려웠던 시절, 지금처럼 쉽게 다니지 못했던 공항에서 아름다운 유니폼을 입고 백조 같이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비행기 안에서 일하고, 세계 여러 나라들을 가볼 수 있는 혜택을 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십 년이 흐른 후 밀레니엄 시대가 들어서면서 많은 것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직업의 귀천이 없어지고 있고, 일을 할 때 성별을 따지기 보단 그 사람의 적성을 고려하는 사회로 말이다.


어느 분야에서든 적성과 재능이 적합하다면 해당 분야 전문가가 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결정적 계기: "항공기 남자 승무원, 한번 해볼까?"

졸업 전, 한국 마사회에서 진행했던 '렛츠런 해외인턴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베트남으로 해외인턴을 다녀왔다.

베트남 회사 동료들과 함께

약 6개월 동안 싱가포르 Hospitality 전문 호텔 기업에서 해외 영업 사원으로 일했다. 주로 호텔 홍보 및 영업을 하기 위해 외근이 주를 이루었지만, 종종 한국 손님들을 응대할 때는 호텔리어 직무도 병행했다.


대부분의 한국 손님들은 베트남에 진출해 있는 기업 주재원 분들이셨다. 그분들을 응대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면  많은 분이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아마도 그 당시 학생이었다는 것을 감안하고 여러 조언을 해주셨던 것 같다.)


"자네는 사람 상대하는 일을 하면 적성에 맞을 것 같은데... 영업 혹은 서비스 직에 도전하면 좋은 성과가 나올 것 같아. 그건 그렇고 자네 관심 분야가 어딘가?"


사실 이런 질문을 받을 즈음부터 미래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그전까지는 무작정 인생의 길을 달렸다면 이제는 명확한 골인 지점을 정한 후 달려야 한다는 것을 자각한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미래에 대한 고민 흔적들 in Vietnam

젊은 청년이 베트남에 와서 영업사원으로 여기저기 뛰어다니던 모습이 좋아 보였는지 6개월이 지나고 집에 갈 시점에 여러 기업 관계자들로부터 많은 Job offer를 받았다. 하지만, 그때 당시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할지 알지 못했기 때문에 모든 제안을 거절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운이 좋게도 특별한 경험을 했다. 한국마사회 렛츠런 장학생으로서 베트남에서 일했던 경험 덕분에 채널A에서 주관한 '글로벌 청년 도전기'라는 다큐멘터리에 첫 번째 주인공으로 출연하게 됐다. 20대 초반에 여러 사람들의 인생 스토리 다큐멘터리를 시청하면서 "나도 꼭 저런 종류의 TV 프로그램에 나와보고 싶다."라고 꿈꿨었는데 그것이 현실이 되니 너무나 뿌듯하고 믿기지 않았다.


큐멘터리로 제작이 되고 방송에 나오기까지 약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비록 짧은 영상이지만 처음 방송이 될 때 가족과 함께 떨면서, 그리고 막 신기해하면서 봤던 게 잊히지가 않는다. 볼 때마다 오글거리지만, 그때의 뜨거운 열정을 느낄 수 있어서 참 좋다.


귀국 후 취업 준비: '선택과 집중'

많은 이들이 취업 준비를 할 때 고민한다. “잘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할까?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할까?”

나는 가장 잘할 수 있을 것에 대해 주안점을 두고 취업 준비를 했다. 결국 사회에서는 경쟁에서 이겨야만 하는데, 승자가 되기 위해선 좋아하는 것보단 잘하는 카드를 꺼내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연수원에서

정신없이 이곳저곳 취업을 준비하던 중 우연히 항공사에서 ‘항공기 남자 승무원’을 채용하고 있는 공고를 보게 되었다. 그것을 보자마자 베트남에서 내가 경험했던 것들, 손님들께 들었던 수많은 조언들이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가며 정신이 버쩍 들었다. 그리고 바로 선택과 집중에 들어갔다.  


"그래, 항공기 승무원에 한번 도전해보자. 항공 서비스 분야이고 많은 사람들을 상대해야 하는 직무이니 나에게 잘 맞을 거다. 또한, 필리핀, 미국, 그리고 베트남에서 나름 해외생활도 해봤으니 업무 환경에 적응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러한 생각으로 여러 항공사에 지원했고, 운이 좋게 지원했던 모든 항공사에서 합격이라는 기쁨을 얻었다. 그리고 2016년 대한항공 객실승무직으로 입사하게 됐다.


취업 후 마음가짐: 선택을 했으니 초집중하다

첫 시작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기업연수를 받을 때부터 진지한 태도로 회사 생활에 임했다. 그래서 연수 과정 중 객실승무직에서 필기시험 1등을 했다. 또한, 각각 다른 부서에서 모인 동료들; 객실승무, 운항 승무, 정비 등 사람들과 함께 진행한 팀 프로젝트에서도 프레젠테이션 발표를 맡으며 나름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결과적으로 팀 프로젝트 1등이라는 영광까지 얻게 됐다.


이런 기분 좋은 출발 덕분에 항공업이란 분야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됐고, 내 모든 것을 걸어야겠다는 다짐을 내리게 됐던 것 같다.


"그래,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항공 분야에서 무언가를 해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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