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뒤에 이어오는 시작

by 별비



1. 욕망하는 사람에게 절박함을 내보이기란 굉장히 어려운 일인데.나는 언제 마지막으로 내 욕망에 솔직했던가 기억을 되짚어보면 그게 벌써 몇 년 전. 기대하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 부던히 노력했고 지금까지 얻어낸 것은 평화로운 영혼과 욕망없는 건조한 마음, 무자극적인 삶 속에서의 무료함. 후회하는가 싶다가도, 내 마음이 너무나 쉽게 산산조각나던 날을 떠올리면 지금이 매우 만족스럽고.


그렇지만 마음의 가장 날카로운 끄트머리에서는, 온 마음을 다 바쳐 두 팔이 바스라지도록 꼭 껴안고싶은 마음이 드는 사람을 찾고싶다는, 죽어서도 포기할 수 없는 커다란 욕망이 외발로 서서 잠을 자고 있는 것을 알아서. 욕망을 잘라내고 없는 듯 사는 나보다는 네가 낫지 않나 싶은 생각을 한다.




2. 아주 아주 차가운 얼음처럼 오래 전 누군가를 깊이 마음에 품었다가 마음도 나도 산산조각나버렸던 순강을 되새긴다. 몇 번이고 다시 생각하면 앞으로는 그러지 않을 것 같아서. 알량하게 스스로를 기만하며 사는 방법. 상처받는 것이 싫어서 비겁하게 욕망을 포기해버린 사람. 그럼에도 불구하고 놓을 수 없는 바라는 무언가가 있는데 스스로를 기만하면서 나는 욕망하지 않는 삶을 살고 있다고 자기최면을 거는 삶. 그런 사람.




3. 목소리에 실어 보내는 모든 말들이 공기중에 흩어지면서 사라지듯 나도 조금씩 사라지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존재함이 나를 증명한다면 존재하지 않음이 나를 증명하지 않는 것일까. 참인 명제의 대우는 언제나 참은 아니라고 했는데. 논리만으로는 이야기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고, 사람의 삶이 그렇고, 오히려 논리가 없는 것이야말로 삶다운 삶이라고.




4. 다시 한 번 코로나 시대의 사랑에 대해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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