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은 공유해도, 저작은 공유할 수 없습니다

브런치X저작권위원회 응모 글

by 별체



누군가 내 글을 가져갔다.

그것도 내가 가장 아껴두었던 글을.


처음엔 이상했다. 분노나 슬픔보다 먼저 든 감정은, 당혹감에 가까웠다. 내가 쓴 문장이 낯선 이름 아래 그대로 놓여 있었고, 마지막 마침표까지 내 습관을 따라 찍혀 있었다.


그 문장은 몇 해 전, 내가 가장 사랑했고 동시에 가장 아파했던 사람과 이별한 후에 쓴 것이었다. 한 줄을 쓰기 위해 수십 번 고치고, 써놓은 것을 지우고 다시 쓰기를 반복하던 밤들. 눈물로 얼룩진 키보드 위에서, 나는 그 문장으로 겨우 내 감정을 붙잡았다.


그런데 누군가는 그 마음을 복사해서 붙여 넣었다. 이름도, 고통도 없이.


나는 내 글이 누군가의 감정에 닿는 일을 감사하게 여긴다.

그게 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누군가 '위로받았다'고 말해준다면, 그 한마디에 마음을 오래 끓인 보람을 느낀다.


하지만 그 감동이 '전유'로 이어지는 순간, 모든 것이 무너진다. 누군가의 진심이 담긴 문장을 아무렇지도 않게 가져가서 자기 것처럼 써버리는 그 행위는, 단순히 규칙을 어기는 걸 넘어 기억을 훔치는 일이다. 글은 단어 이전에 기억이고, 기억은 결국 삶이기 때문이다.


나는 내 삶을 그 사람에게 허락한 적이 없었다.


저작권.

한때는 이 단어가 너무 딱딱하고, 법률적인 영역에만 속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저작권은 창작자가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이름표라는 걸.

창작물은 그 사람의 고통과 애정, 상실과 희망이 눌러 담긴 기록이라는 걸.


가끔 내 글을 '퍼가도 되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런 물음에 오히려 고마움을 느낀다. 나라는 사람을 존중해 주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글을 좋아한다면, 그 감정을 '공유'라는 이름으로 표현하면 된다.


하지만 '도용'은 표현이 아니라 훼손이다. 그 글이 당신을 울렸다면, 그 울림만 간직하면 된다. 마음까지는 가져도 되지만, 이름까지 바꿔서는 안 된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저작권을 몰라서가 아니라, 중요하게 여기지 않아서 침해한다.


'어차피 인터넷에 있는 글 아니야?'

'나도 비슷한 감정 느껴봤으니 써도 되는 거 아냐?'


하지만 아무리 비슷한 감정을 느껴도, 똑같은 글은 쓸 수 없다. 그 문장을 만든 시간과 경험, 눈물은 결국 한 사람만의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여전히 글을 쓴다. 그날의 내가 느꼈던 외로움, 기쁨, 슬픔, 고마움을 조금도 놓치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이제는 그 글에 내 이름도 함께 단단히 새긴다.


나의 문장이, 나의 기억이, 나의 시간 위에 놓여 있다는 것을 잊지 않기 위해.


부디, 당신의 마음이 먼저 움직였을 때,

그 마음을 '존중'이라는 이름으로 되돌려주기를.


당신의 글이 아니라면, 당신의 이름도 그 문장 위에 있으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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