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사가 명리학을 공부하게 된 사연
23년 차 지반공학 엔지니어, 그것도 기술사가 굳이 사주를 논하는 이유를 묻는 이들이 종종 있다. 내가 봐도 공학과 사주는 '설계 규격'부터가 다르다. 한쪽은 철저한 데이터와 수치로 지반의 안전을 계산하고, 다른 한쪽은 보이지 않는 운의 흐름을 논하니 말이다. 누군가는 우스갯소리로 사주는 과학이라 하지만, 내게 명리학은 조금 다른 의미였다.
좋아하는 영화 <굿 윌 헌팅>에는 이런 명대사가 나온다. "It's not your fault." 어쩌면 명리학은 내게 그 대사와 같은 역할을 해주었다. 내 20대가 유독 퍽퍽하고 연약지반처럼 흔들렸던 이유를 굳이 내 안의 결핍에서만 찾을 필요는 없다는 위로. 그리고 말년으로 갈수록 지반이 다져지듯 삶이 편안해질 거라는 기대감 말이다.
복권을 사고 일주일의 설렘을 사는 것처럼, 현재가 고단한 누군가에게 명리학은 '장기 복권' 같은 희망이 되어준다. "당신의 말년은 분명 좋을 거예요." 가끔은 이 막연한 기대가 가뭄에 쩍쩍 갈라진 논바닥에 내리는 단비처럼, 메마른 삶을 윤택하게 적셔주기도 한다.
세상에는 나보다 명리학을 깊게 공부한 고수들이 차고 넘친다. 그럼에도 내가 감히 명리학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명확하다. 힘겨운 시절의 나처럼, 마음의 지반이 흔들리는 사람들에게 전문가의 이론이 아닌 '동료의 경험'을 나누고 싶어서다.
나는 건설 현장을 누비는 여자이며, 매일 출퇴근 전쟁을 치르는 회사원이고, 중학생 아들의 엄마다. 세상의 모든 일을 경험하진 못했지만, 적어도 사주에 관심을 갖는 대다수 직장인과 엄마들의 접점을 고루 갖춘 캐릭터다. 23년 동안 거친 현장에서 배운 '사람 보는 눈'과 명리학의 '기질 분석'을 결합해 쉽게 풀어낼 때, 내 주변 사람들은 늘 환호했다. 이제 그 생생한 기록들을 글로 남겨보려 한다.
사주는 크게 두 가지 축으로 활용된다. 개인의 기질을 분석하는 것, 그리고 향후 운의 흐름을 전망하는 것. 성향 분석 면에서 사주는 MBTI나 혈액형보다 훨씬 높은 확도를 보여준다고 확신한다. 전망 또한 무속적인 예언이라기보다, 나에게 유리한 기운이 들어오는지 혹은 주의해야 할 기운인지를 파악해 '인생 공법'을 수정하는 지표로 삼기에 충분하다.
나는 사주의 복잡한 이론 중에서도 '오행(五行)'을 기반으로 한 분석을 가장 선호한다. 나무, 불, 흙, 쇠, 물의 상관관계로 인간사를 풀어내는 방식은 공학자로서도 매우 논리적인 접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음 이야기부터는 본격적으로 사주의 정의와 오행의 관계, 그리고 그 기운들이 우리네 일터와 삶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하나씩 굴착해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