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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숙 Jun 03. 2019

키스보다 인테리어

27p신혼집 인테리어


나는 작년 12월에 결혼했다.

보통 결혼과 신혼집을 함께 마련하는데, 그때는 남편도 나도 회사가 너무 바빴기 때문에

두가지를 한꺼번에 한다는 건 상상조차 못했다.

일단 결혼 부터 하고, 전세 계약기간이 아직 남아있던 내 집에서 일단 잠깐 같이 살다가

신혼집을 알아보는 것으로 정했다.

그리고 신혼여행을 다녀온 후 집을 알아보러 다녔고 5개월만에 우리는 진정한 '신혼집'으로 이사했다.

나는 몰랐다.

결혼식을 준비하는 과정도 힘들었는데 신혼집이란 그보다 백만배 더 힘들다는 것을..

나는 사실 결혼 이후 남편에게 딱 달라붙어, 아침 저녁 뽀뽀를 외치던 

(남편 말을 빌리자면) '뽀뽀몬스터'였다.

하지만 신혼집 리모델링을 시작하면서, 리모델링에 너무 신경을 많이 쓴 나머지

나는 모든 욕구를 잃고 오로지 '공간욕(공간을 잘 꾸미겠다는 욕망)'만 남게 되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남편과의 '접촉욕' 은 점점 희미해져갔다.

불타는 신혼부부인 우리를 노년의 부부처럼 건조하게 만든, 공포의 신혼집 리모델링.

지금은 리모델링도, 이사도 전부 다 마무리 되어 나는 다시 남편 껌딱지로 돌아왔다.

내가 그렇게까지 리모델링에 신경을 쏟은 이유는

선택사항이 생각보다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또한 나 혼자 사는 집이 아니라 남편과 함께 생활해야 하는 신혼집이기에

혼자만의 취향으로 정할 수 없어 더욱 더 어려웠다.

무슨 집을 살지, 그 집을 어떻게 개조할지, 집에 무엇을 사서 채워 넣을지

수많은 선택들을 함께 해가는 과정은,

과거에 서로 우리가 어떤 취향을 쌓아가며 살아왔는지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나누는 계기도 되었다.

그렇게 완성된 '우리의 집'

20, 그리고 20

이 말의 의미는 우리 집의 상태를 말해 주는 것. 

20년 넘은 낡은 20평대 아파트를 리모델링했기 때문에 새롭고 크고 멋진 집은 아니다.

그래도 어떻게 집을 리모델링할지부터 가구 소품 가전 집안에 있는 모든 것에

'우리의 생각'과 '우리의 취향' 이 함께 담겨 있고,

'우리에게는' 잘 맞는 공간이다.

생각해보면 리모델링을 하는 기간 동안 남편과 몸을 맞추는 시간은 줄어들었을지언정

그 무엇보다 치열하게 생각을 맞춰보는 시간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 모든 과정의 기억들이 잊혀지기 전에, 우리가 함께 의논하고 선택했던 그 순간들을

기록하고 싶어져서 이 글을 쓴다.

그 무엇보다 뜨거웠던, 신혼집 인테리어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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