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아래 맺은 인연, 불교식 화혼례

진짜 스몰웨딩, 불교식 화혼

by 별하

지붕 없는 곳에서 결혼하라는 말

어릴 때부터 종종 들었던 말이 있다.


“지붕 없는 곳에서 결혼을 해야 한다.”
그래야 좋은 기운을 받을 수 있다고.


예전 결혼은 지금과 많이 달랐다.

혼례복을 입고 마당에서 치르는 전통혼례가 일반적이었다.
지붕 없는 마당에서 혼례를 올리는 이유도 있었다고 한다.

음과 양이 만나 조화를 이루는 날,

하늘 아래에서 예를 갖춘 뒤 밤에는 하늘의 기운을 받으며

합궁했다는 이야기까지 전해진다.

지금은 결혼식 문화가 많이 바뀌었다. 예법은 간소해졌고,

예식장 중심의 신식 결혼이 자연스럽다.

그럼에도 전통혼례를 선택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있다.


그런데 전통혼례는 ‘약소하게 하면 스몰 웨딩’처럼 보이지만,

준비를 시작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장소 섭외, 혼례복, 예식 진행 등 많은 부분을 업체를 통해 진행해야 하고,

비용은 업체마다 천차만별이다.

2부까지 함께 진행하면 금액은 더 올라간다.
어느 순간부터는 ‘스몰 웨딩’이라는 말이 무색해진다.

그러다 나는 정반대의 결론에 닿았다.

내가 선택한 불교식 화혼례가 진짜 스몰 웨딩이었다.


“절에서 결혼해?”라는 말

불교식 화혼례(花婚禮)는 ‘절에서 올리는 결혼식’이다.
불교가 성행했던 시대에는 상례(喪禮)도 불교식이 많았으니,

혼례 역시 불교식이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도 있다.
근대에 들어 불교계에서도 불식화혼법(佛式花婚法)이 등장했고,

1930년대에는 계명구락부(啓明俱樂部)를 중심으로

사회결혼(社會結婚)이 보급되었다고 전해진다.

한때는 일부 계층만 가능했던 형식이, 지금은 훨씬 대중적으로 열려 있다.


하지만 현실에는 여전히 선입견이 따라붙는다.

“절에서 결혼하는 건 재혼 아니야?”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절에서 한다더라.”

나도 부모님께 “절에서 결혼할래”라고 말했을 때, 걱정스러운 말들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절에서 결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재혼이라더라.”
“못 사는 사람들이 하더라.”
“절에서 결혼한 사람치고 잘 사는 사람 못 봤다.”

그 말을 듣고도 마음이 꺾이진 않았다. 오히려 더 또렷해졌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다.’
젊은 사람도 절에서 결혼할 수 있고,
이렇게 예쁘게 결혼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내가 선례가 되어서, 누군가의 편견을 조금이라도 덜어내고 싶었다.


절의 풍경과 전통지화

우리는 당당하게 불교식 화혼례를 선택했다.
절의 풍경에 어울리게 꽃 장식도 고민했다. 그 끝에 사찰 장엄에 쓰이는 전통지화를 택했다.

누군가는 “조화 아니야?”라고 말했지만, 결혼식장에서도 조화 장식은 흔하다.
내게 중요한 건 재료가 아니라 의미였다.
그날 우리가 준비한 건 ‘장식’이 아니라, 마음을 올리는 방식이었다.

결혼식은 잘 마무리되었다. 감사하게도 불교 TV에 방송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그 한 장면이 대단한 성취라기보다, ‘절에서 결혼하는 일’이

더 이상 특별한 사연으로만 읽히지 않길 바라는 마음의 연장선처럼 느껴졌다.


내가 원했던 결혼식

나는 거창한 결혼식이 아니라,
내가 믿는 방식으로, 내가 살아온 시간을 존중하는 결혼을 하고 싶었다.

절에서 결혼한다는 이유만으로
‘재혼이겠지’, ‘형편이 어렵겠지’라고 단정하는 시선이 있다.
나는 그 시선을 조금 바꾸고 싶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붕 없는 곳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맺는 인연이라는 말이
어쩐지 내 삶과도 닮아 있다고 느꼈다.


부록 1) 불교식 화혼례 준비 과정(요약)

전통혼례 진행 업체 섭외

소규모 예식 구성

장소 섭외(사찰)

전통혼례 진행 준비

공양물 준비: 헌화 꽃(신랑 5송이/신부 2송이), 점심 공양 재료비 등

화동 준비


부록 2) 불교식 화혼례 식순

개식(사회자)

주례법사 등단(주례 법사스님 소개)

신랑·신부 입장(화동, 청사초롱, 꽃)

삼귀의례

신랑·신부 소개

고불문 봉독

상견례(주례 법사스님)

헌화의식(부처님께 헌화 / 신랑 5송이·신부 2송이, 카라 준비)

결혼서원(혼인서약)

성혼선언

주례 법사스님 법문

축가/연주

신랑·신부 인사

사홍서원

폐식 및 사진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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