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패션이 아니라 현실이다

트랜드는 사라지고 현실은 남는다.

by 별마음 유정민


카페에 앉아 우연히 듣게 된 대화.

"나 요즘 계속 정신없어서 일을 못 하겠어. 내가 ADHD인가?"

"맞아, 너 항상 산만하잖아. 엄청 ADHD 스타일이야."


두 사람은 웃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마치 ADHD가 귀여운 성격 특성인 것처럼, 트렌디한 라이프스타일의 일부인 것처럼 말이다.


그 순간, 내 안에 무언가가 꿈틀거렸다. 씁쓸함. 답답함. 그리고 이해받지 못하는 외로움.


스레드는 더 하다.

비난과 조롱까지도 난무하는 전쟁터다.


'패션 ADHD'의 시대


요즘 '패션 ADHD'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원래는 스타일이 통일되지 않는 패션을 가리키던 말이었지만, 이제는 더 넓은 의미로 확장되었다.

SNS에서는 이런 글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방 정리를 못하는 건 내 ADHD 때문인 듯ㅋㅋ #ADHD기질 #집정리못함" "오늘도 회의 시간에 딴생각만 했다... 내 ADHD가 심해지나봐 #직장인ADHD"


이런 게시물들이 수천 개의 '좋아요'를 받는 동안, 실제 ADHD로 매일을 버거워하는 이들의 현실과 주변의 힘듦은 가려진다.


ADHD는 인스타그램 해시태그가 아니다


ADHD는 단순히 특이하고 자유로운 사고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주의력, 실행 기능, 감정 조절의 어려움을 동반하는 신경발달 차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어려움에는 집중하지 않은 채, 마치 ADHD가 '재미있는 개성'이거나 '쿨한 성향'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나는 계획을 못 세우고 즉흥적인 스타일이야! ADHD라 그런가 봐." "나는 늘 정신없고 독특해! ADHD 기질이 있어서 그런 듯?"


이런 말들이 친구들 사이에서, SNS에서, 심지어 대중매체에서도 가볍게 오가는 것을 볼 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이 사람들은 정말 ADHD가 무엇인지 알고 있을까?

ADHD로 인해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까?


당신이 모르는 ADHD의 현실


ADHD를 가진 한 30대 여성은 이렇게 말했다.

"학창 시절부터 '너는 왜 그렇게 노력을 안 하니?'라는 말을 듣고 자랐어요.

하지만 저는 정말 노력했어요. 다른 아이들보다 두 배, 세 배 더 노력했죠.

그런데도 결과는 항상 실망스러웠고, 저는 제 자신을 믿지 못하게 되었어요."


또 다른 ADHD 당사자인 40대 남성은 이렇게 고백했다.

"아내와 이혼까지 갈 뻔했어요. 제가 약속을 자꾸 잊어버리고, 감정 조절을 못 해서 작은 일에도 폭발하니까요. ADHD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하기 전까지, 저는 그저 '나쁜 남편'이었던 거죠."


이것이 ADHD의 현실이다.

그저 귀엽고 독특한 개성이 아니라, 삶 전체를 흔드는 어려움이다.

ADHD를 가진 사람들은 매일 이런 고통과 싸운다:


중요한 일을 기억하지 못해 직장에서 반복적으로 실수하는 것

충동적인 소비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것

계획을 세워도 끝까지 실행하지 못해 자기 자신을 탓하는 것

감정 기복이 심해 인간관계에서 오해를 받는 것

시간 관리의 어려움으로 늘 지각하고, 약속을 놓치는 것

끊임없이 흘러가는 생각들을 제어하지 못해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


이런 현실을 겪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ADHD를 단순한 개성이나 트렌드처럼 소비하는 문화가 퍼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ADHD는 패션이 아니며, 단순한 '쿨한 성향'이 아니다.


이해가 필요한 ADHD

ADHD 상담사로서, 그리고 ADHD 당사자로서, 나는 ADHD에 대한 진정한 이해의 필요성을 매일 느낀다.

상담실에서 만나는 내담자들은 종종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이 ADHD를 너무 가볍게 여겨서 속상해요.

제가 겪는 고통을 아무도 이해해주지 않아요."

그들은 자신의 ADHD를 숨기거나, 혹은 설명하느라 지친 상태로 나를 찾아온다.

그들에게 ADHD는 SNS에서 자랑할 만한 귀여운 특성이 아니라, 매일 씨름해야 하는 현실이다.

ADHD는 특별한 개성이 아니라, 삶의 많은 부분에서 조정이 필요한 신경발달 차이다.

그것은 때로는 독특한 관점과 창의성을 선물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많은 어려움을 동반한다.


그리고 또 어떤 이들은 ADHD로 이한 삶 속에서 만나는 어려움들을 그저 주변의 "이해"를 구하는데 쓰고 싶어한다. 하지만 아니다. 그러한 어려움들을 조절하고 다루어야할 영역이지 단순한 이해로 치부될 것은 아니다.


진정한 이해를 향해

나는 ADHD가 단순히 하나의 유행어나 개성 표현 방식으로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이해와 지원이 필요한 문제라는 점을 알리고 싶다.


ADHD를 가진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을 가볍게 여기지 말고, 그들의 현실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들이 자신의 특성을 이해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사회적 시스템도 필요하다.


나는 종종 상담실에서 이런 말을 한다. "ADHD는 당신의 잘못이 아니에요. 하지만 당신의 책임이기는 해요. 그리고 그 책임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이해와 지원이 필요해요."


ADHD는 패션이 아니다.

그것은 누군가의 현실이며, 때로는 생존을 위한 싸움이기도 하다.


우리 모두가 ADHD에 대한 진정한 이해와 공감을 가질 때, ADHD를 가진 사람들은 비로소 자신의 모습 그대로 세상에 설 수 있을 것이다.

트렌드는 사라지지만, 현실은 남는다. ADHD는 패션이 아니라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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