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글을 휘적휘적 써주는 시대인데 왜 지금 와서 글쓰기가 맛있을까?
생각해 보면 예전에도 이랬다. 남자 애들은 전부 공 차며 큰다고 생각하지만 난 아니었다. 공 싫어 무셔.
그러다 갑자기 중3 겨울 방학 때, 어머니께 축구화를 사달라고 졸랐다. 그러자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게 지금 말이야 방귀야?
이제까지 안 하다가
친구들 다 공부할 때
축구화를 산다고?"
결국 난 축구화를 사지 못했다.
어제 집어 든 글쓰기 책에 이런 예시가 나온다.
"우리는 더 이상 걱정하지 않고 있었다."
사실 말이 안 되는 건 아니다. 수학도 아니고 옳고 그름이 어딨겠냐마는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이라는 주어가 원하는 술어는 '않았다'이지 '않고 있었다가' 아니다. 고로 이런 글이 더 자연스럽다.
"우리는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았다."
"문장의 주인은 문장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문장 안에 깃들여 사는 주어와 술어다"
오오. 그렇다 맞다. 내가 쓰는 글도 마찬가지다. 아마 내 글도 전문 교정사들의 손을 거치고 나면 몇 글자 남지도 않을 거다. 그런데 그 글은 내가 쓴 글이긴 하지만 내가 쓰고 싶었던 글일까?
물론 상업용 글쓰기는 반드시 교정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 글의 주인은 애초에 글쓴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문득 남들이 하지 않으니 못 샀던 중3의 축구화가 생각났다. 그 후로도 내 인생은 이따금씩 나의 것이 아니었다.
"남들이 그렇게 하니깐"
내 삶이기에, 내 글이기에, 틀리든 말든 막 써도 된다는 것이 아니다. 평생을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난 더 나은 나만의 글을 쓰고 싶고 더 나은 나만의 삶을 살고 싶다.
아 참. 그리고 엄마가 미처 모르는 게 있었다. 당시 내 주위엔 다 나 같은 것들만 있었다는 거.
축구화 안 사준다고 공부하진 않았지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