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용아. 문철용."-나의 아저씨
나도 누군가의 아저씨가 되길.
아껴보는 드라마가 있다. <나의 아저씨>. 힘들 때면 찾는다. 보고 있으면 위로가 되고, 안심이 된다. 주요 등장인물은 둘이다. 아저씨 하나와 이제 막 성인이 된 디. 둘을 짧게 설명해 보자. 특별한 것 없는 아저씨. 아니, 지금 보니 특별하다. 대기업 설계 사무실 부장인 아저씨. 지켜주는 이 하나 없고, 살벌한 세상의 바람과 파도를 맞으며 사는 지안이 주인공이다.
'묵묵하다'를 사람으로 만들면 박동훈(이선균 분)이 된다. 책임만을 다하고, 자신의 꿈을 잃고 산다. 한숨으로 겨우 숨을 내뱉어낸다. 겨우 숨을 붙잡고 사는 이가 가까운 곳에 있다. 이지안. 가난이 지안을 덮쳤다. 지치지 않고 자는 법을 까먹을 정도로 일하며 빚을 갚는다. 서로를 알아본 걸까? 사건 여럿이 그들을 묶었다 풀었다를 반복한다.
요약에서 담지 못한 이들이 있다. 자주 보니, 둘만 주인공이 아닌 듯하다 하는 일마다 잘 안 되는 동훈의 형 박상훈. 영화감독으로 짧게 빛을 봤지만, 이젠 포기해 버린 동훈이 동생 박기훈. 삼 형제를 짠하게 보는 어머니 변요순. 내 곁에 있는 이들의 모습 한 조각을 담고 있으니, 그들의 이야기가 조연으로 보이지 않는다.
애정하는 드라마에서도 특히 좋아하는 장면이 있다. 후계 토박이들이 지안을 집까지 데려다주는 장면이다. 박 씨 삼 형제와 친구들이 지안을 집으로 데려다준다. 위험한 곳이니, 같이 가준다는 말과 함께. 지안은 따스한 정을 느끼며 걷고 걷는다. 싱거운 농담과 낮게 새어 나오는 웃음이 오간다.
높은 언덕 위에 있는 지안의 집 앞에서 그들은 낮게 누군가를 부른다.
"철용아. 문철용."
드르륵 문이 열리더니, 반갑게 인사한다. 삼 형제는 그에게 부탁한다. 어두운 길이니, 무슨 소리가 나면 살펴보라는 요청이다. 철용은 주저하지 않고 그들의 당부에 고개까지 끄덕인다. 온기를 채운 지안은 후계 주민들에게 감사 인사로 되돌려준다.
'철용아. 문철용'하며 부르고,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참 좋다.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며 지키기 때문이리라. 서로의 사생활을 엄격하게 지키는 일이 힙한 문화가 되고, 오지랖은 꼰대라는 딱지를 붙이는 지금이라 그런 것일까? 귀하게 느껴진다. 드라마 역할이 여럿이겠지만, 세상에 있을 법 하지만, 없는 일을 있다고 착각하게 만든다.
혼자 살기 좋은 요즘이긴 하다. 돈으로 사람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다. 빨래는 빨래방으로, 청소는 청소 업체로, 밥은 식당으로. 하지만, 우린 사람이다. 거기다, 사회를 이뤄 지구를 정복한 동물 아닌가? 사람이 있어야만 하는 자리가 있다.
서로가 서로를 지키는 일도, 서로가 서로를 들여다보는 일도 모두 사람이 필요하다. 물론 개인을 사라지게 하는 집단주의는 단호히 거부한다. 다만, 개인을 존중하며, 서로를 의지하는 일까지 거절하고 싶지 않다. 둘의 묘한 접점이 만들어낸 장면이 바로 철용이라는 이름을 부르며 지안을 지켜주라는 부탁하는 장면이 아닐까?
착각을 현실로 만들고 싶다. 서로를 존중하며, 서로를 의지할 수 있는 일. 나도 누군가의 아저씨가 되어 오묘한 접점에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프다. 나도 누군가에게 따스한 온기를 전하는, 누군가의 아저씨가 되길. 나의 아저씨를 한 번 더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