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조롱하지 마세요.
"너라도 너를 대접해야지."
안녕하세요. 나이도 직업도 몰라 호칭을 정할 수 없어 "씨"라고 붙여 볼게요. 다시 인사를 해볼까요? 안녕하세요 혜나씨. 보내주신 편지는 잘 읽었습니다. '이해합니다.'라는 말을 쓰지 못하겠더군요. 이해라는 말을 곰곰이 생각할수록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혜나씨 글자와 글자 사이에 숨겨든 슬픔이 있어 보였거든요. 우선, 혜나씨가 지고 있는 책임부터 나눠질 대상을 찾아주고 싶었어요. "자네도 살아야지. 어떻게 다 자네 책임이야. 반반해. 상황이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잖아. 네 탓만 하지 말고 세상 탓도 절반 하자고." (GV 빌런 고태경, page 137) 충분히, 열심히 사셨어요. 운칠기삼이라는 말이 있죠? 몇 해 산건 아니지만, 주변을 관찰해 보니. 운구기일 정도로 인간이 조정할 수 없는 일들이 우리에게 큰 영향을 미치거든요. 그러니까, 혜나씨가 실패한 일은 모두 해나 씨 잘못이 아니에요. 우리 반은 세상에 던지고, 반만 혜나씨가 지도록 해요. 그걸로도 충분히 힘들어요. 실패에 좌절할 수 있어요. 우리 다르게 생각해 볼까요? 두 가지 상황을 떠올려봐요. 하나는 실패 없는 성공. 다른 하나는 시도했다는 사실 그 자체. 첫 번째는 어떨까요? 우리가 멋지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패 없는 성공가도를 달리는 분은 치명적인 약점이 있어요. 실패에 대한 내성이 없어요.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더 아프고, 다시 올라가는 일이 쉽지 않을 거예요. 여우가 신포도를 보며 하는 이야기 갔다고요? (제가 날카로운 혜나씨 마음을 읽었을까요?) 율곡 이이 (우리 5천 원권에 계신 그분입니다)께서 '소년등과'가 인생을 불행하게 한다는 말씀을 하신 거 보면, 신포도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벌어진 일이에요. 사실만 보고 우리 해석을 해보자고요. 혜나씨에게 잠시 쉬어가라고, 더 익어보라는 기회가 아닐까 합니다. 또 다른 하나, 시도에 집중해 봐요. 실패를 했다는 건, 시도를 했다는 다른 말입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시도조차 하지 못하기도 하고 안 하기도 하답니다. 혜나씨는 실패를 한 사람이 아니라 시도를 한 사람이라고 말이죠. 정신승리 같죠? 맞아요. 지금 혜나씨에게는 정신승리가 필요해요. 지고 있는 짐을 조금만 덜어봐요.
제 이야기 짧게 해도 될까요? 할머니가 돌아가신 지 꽤 오래되었어요. 아직도 믿기지 않아요. 시골집에 가면 계시며 저를 반겨주실 것 같아요. 어린 제가 가면 밥주걱도 던지시며 맨발로 나오셨답니다. 그때, 할머니는 꼭 저를 "대감님 오셨습니까."라고 하셨어요. 무엇이든 할 수 있고, 한다면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라는 주문처럼 느껴졌거든요. 이제는 그 말이 어떤 의미로 다가오냐면, "넌 이미 대감이란다. 넌 충분히 멋진 아이야. 하고 싶은 일을 해봐."라는 응원처럼 느껴진답니다. 현실을 해결할 수 없는 위로가 무슨 의미가 있냐고 할 수 있지만, 딛고 일어설 작은 단단한 작은 돌 하나쯤은 있어야 해요. 위로가 바로 작은 디딤돌이 되리라 믿어요. 가벼운 짐에 디딤돌까지 준비되었답니다. 해주고픈 말이 하나 더 있어요. 말이 많죠? "꿈꾸는 일을 하거나 좋아하는 일을 하는 데 있어서 늦은 시간 나는 건 없는 것 같아요. 언제나 지금 이 순간 시작할 수 있으니까요." (비가 오면 열리는 상점, page 346) 혜나씨.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건 정말 축복이에요. 없는 사람도 무척 많거든요. 넘어져 있다고, 시간이 조금 지났다고 해서 늦는 것도 아니에요. 앞서간 분들. 이미 성공에 가까운 분들도 실패로 점철된 과거가 쌓여 거기까지 도달했을 테니까요. 그분들의 반짝이던 순간만 우리가 보는 거예요. 잘 편집된 영화 같죠. 그들의 고된 하루도, 지난한 일과도 모두 제거된 체 멋진 모습만 바라보고 있는 중이에요. 하지만 삶을 그렇지 않잖아요. 우린 편집되지 않을 삶을 지루하게 다 살아내야만 해요. 드문드문 좋은 순간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오늘을 견디는 힘이 되고, 앞으로 또 있을 멋진 순간을 상상하는 기회가 될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요.
"누군가 오랫동안 무언가를 추구하면서도 이루지 못하면 사람들은 그것을 비웃습니다. 자기 자신도 자신을 비웃거나 미워하죠. 여러분, 자기 자신에게 그런 대접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냉소와 조롱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값싼 것이니까요. 저는 아직 생각만 해도 가슴 뛰는 꿈과 열망이 있습니다." (GV 빌런 고태경, page 241) 스스로를 대접하세요. 스스로에게 쉬운 냉소와 조롱을 하지 마세요. 혜나씨가 하시는 일이 성과가 나지 않더라도, 갈만한 길이에요. 물론 가끔 외면한 현실을 직시할 때 우울과 무력이 기다렸다는 듯 쫓아올 수 있어요. 그때는 좋은 기억하나를 떠올리고, 절반의 탓을 세상에 돌려보자고요. 스스로를 너무 미워하지 말아요. 그건 너무 쉬운 일이잖아요. 별 다른 건 없어요. 혜나씨라도 혜나씨를 잘 대접해 주실 바라요. 밥 맛있는 것 먹고, 다시 오지 않을 화창한 날씨에 걷고,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 책을 보며 스스로를 대접해 주세요. 나를 도울 수 있는 건 다름 아닌 나부터 할 수 있거든요. 그러면, 다른 이들도 조금 도와줄 틈이 생겨요. 작은 디딤돌 다음에 돌은 더 커져있을 거예요. 힘들 때, 이 편지를 읽고 시간이 난다면, GV 빌런 고태경을 읽어보세요. 힘이 될 거예요. 저도 그랬거든요. 그럼 이만 편지 줄일게요.
2025.04.18. 20:24, 고객님 EMS(EE*********KR)의 꿈에 버거워하던 혜나 씨에게 전달이 완료되었습니다. - 우체국(1588-1300)
2025.04.21. 11:32, 고객님이 보내신 작은 디딤돌을 딛고 혜나씨는 일어서게 되었습니다. EMS(EE*********KR)는 발송됩니다. - 우체국(1588-1300)